어느 개발사 사장의 푸념이다. 가정과 생활이 있는 그에게, '게임은 즐거움 그 자체'라는 낭만적인 말은 씨알도 안 먹힌다. 우리가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라고 가열차게 외쳐왔지만 그건 옛말. 정작 국내 개발사들은 온라인게임 만들 생각이 없다. 개발자로서의 로망은 광활한 세계를 구현할 수 있는 온라인에 머물지만 그건 치기 어린 이상으로 매도되기 쉽다.
모바일게임 역시 경쟁이 치열하지만, 온라인 보다는 돈을 벌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진성 유저, 헤비 유저라 부르는 VIP 고객만 확보하면 생활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유저들이 치를 떨며 싫어하는 확률형 아이템 매출구조가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누군 도박이라 하고, 누군 그것 자체가 게임이라고 하는 확률. 확률은 말 그대로 가능성을 뜻하지만 늘 시도하는 자신에게만 지극히 낮아 보인다. 남은 쉽게 뽑는 것처럼 보이니, 경쟁심에 지갑을 열게 된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변화의 움직임도 보인다. 업계는 고강도 자율규제안을 오랜 시간 고심해서 지난 15일 내놓았다. 개별 아이템 공개, 구간 최소화 등 유저들의 요구도 상당수 받아 들였다. 규제안 자체는 강도가 높다. 지켜지면 지금 일어나는 상당수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게임업체들이 뭘 한다고 해도 믿지 않는 유저들도 장시간 자율규제가 지속되면 잃었던 신뢰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자율규제에는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은 제외됐다.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생기는 대다수 게임이 모바일게임인데다가, 이를 확대할 경우 '청불'용 온라인게임은 이중규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협회측 설명이다. 확률의 공개 여부가 매출에 영향을 줄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중복규제는 피해야 한다는 뜻에는 공감한다.
이상적인 자율규제는 이용등급에 상관없이 전 게임에 적용되는 것이다. 행여 자율규제안을 피하기 위해 모바일게임의 이용등급을 올리는 일은 없애는 편법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 게임으로 확대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본인인증이 필요 없는 모바일게임에서 연령을 속이는 일은 너무나 쉬운 일이 아닌가.
전 연령대로 자율규제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우선 온라인게임에 붙여진 월 50만원 결제한도를 풀어야 한다. 자율규제가 잘 지켜지고, 전체 게임으로 확대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온라인게임 결제한도를 풀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와 겹층 규제도 해소된다. 자율규제를 피하고자 연령대를 올리는 꼼수도 막을 수 있다. 온라인, 모바일 플랫폼 간의 불균형도 해소할 수 있는 기반도 될 것이다.
자율규제가 가야 하는 길은 분명하다. 이용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스스로 지키는 노력을 보이는 것. 이를 인정받기 시작할 때, 그것 자체로 다른 규제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