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AA 대표 BBB를 BBB로 말이다. 프로젝트 하나만 엎어져도 바로 좌초되기 십상인 중소 개발사의 특성상 자주 있는 일이지만 요즘 유난히 이런 업체가 많단다. 나름의 성과를 올리고 있던 업체도 많아 더욱 아쉬웠다.
사드배치로 인한 불똥이 게임업체로 튄 탓이다. 중국 정부가 중국 게임업체에 해당 사항을 전달한 것은 지난 3일이지만 몇몇 업체는 이미 투자금 회수나 투자 중단이 된 상태였다.
중국 게임 시장에 진출한 국내 개발사들은 이제껏 중국 퍼블리셔와 제휴를 맺고 게임을 서비스하거나 개발 초기 단계부터 아예 중국의 투자를 받아 중국풍 게임을 만드는 곳이 많았다.
어떤 방법이건 중국 업체의 자본이 섞일 수 밖에 없는 형태다. 특히 게임 출시전까지 버티기도 힘든 중소 개발사의 입장에서 투자금이란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기에 그냥 지나치기 힘든 유혹이다. 의존도가 한참 높아지는 폴리싱 단계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으니 회사가 버티지 못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투자 중단을 겨우 버텨낸 업체도 중국 시장만을 보고 게임을 아예 중국향으로 뜯어 고치는 것이 낫다는 조언에 게임을 다 바꿨더니 이제 중국 시장에 출시 자체가 요원해져,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바랄 수 있는 것은 그들을 대변해 줄 큰 목소리를 가진 곳이지만 당췌 찾을 수가 없다. 정부는 정부대로 더 큰 일을 해야한다고 바쁘고 각종 협단체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제스쳐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미 3개국이 대립하게 된 문제인 만큼 정부가 대외적으로 큰 소리를 내며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 게임 산업의 수출국 가운데 가장 큰 시장으로 국내 게임 수출액에서 30%를 넘는 큰 시장이다.
그만큼 당장 밥그릇이 텅 비게 생긴 중소 개발사와 그 임직원들이 수백에서 수천명에 달할 수 있다. 정부와 협의체의 빠른 입장 표명과 대책이 절실하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 정부의 순차적인 조치들을 보다보면 17년전 마늘 파동이 오버랩된다. 당시 우리 정부가 중국산 마늘 관세를 인상하자 중국 정부는 국산 휴대폰의 수입을 금지했다. 한국은 외교와 통상 채널을 풀 가동해 이에 대응했지만 오늘날 실제적인 이득은 중국이 봤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정부의 여력을 풀가동해도 저만큼이나 양보해야 했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는 현 정부 상황에서 더욱 빠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2의 마늘 파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입장 발표 및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하며 현재 생계에 위기를 맞은 중소 개발사의 제도적 구제가 선결되야 한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