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면에서 넷마블게임즈의 '요괴'는 가히 '기대작'이라고 할만하다. 설정부터 독특하다. 전 세계에 알려져 있는 각양각색 요괴들이 등장하고, 캐릭터끼리 '빙의'를 시켜 다른 스킬도 쓸 수 있다. 겉보기에 대단한 것은 없지만 씹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넷마블은 '요괴'를 올해 초 태국 시장에 출시했다. 국내 출시 전 게임성을 검증할 목적에서다. 그리고 '요괴'는 태국 시장에서 구글 애플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아기자기한 그래픽 스타일, 강렬한 액션이 먹혀들었다.
이 게임을 만든 플로피게임즈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태국 시장 서비스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플로피게임즈는 그렇게 얻은 것들을 자양분 삼아 '요괴'의 완성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요괴' 국내 출시를 앞두고 막바지 담금질에 한창인 플로피게임즈 오태훈 대표와 남성민 이사를 만났다.
◆익숙하면서도 특이하다
아이덴티티게임즈 공동 창업자 오태훈 대표는 회사를 나와 창업을 했다. 2015년 1월에 설립된 플로피게임즈는 아이덴티티게임즈에서 '드래곤네스트', '던전스트라이커'를 개발했던 핵심 인력들로 구성돼 있다. 7명으로 시작한 플로피게임즈의 직원은 2년 새 30명까지 늘었다.
어쨌든 초창기 RPG를 잘 만드는 멤버가 모였다. 문제는 어떤 RPG를 만드느냐였다. 당시 대부분의 RPG들은 중세 판타지 혹은 무협이 주류였다. 너무 식상했다. 그래서 오태훈 대표는 콘셉트부터 차별화를 가져가보자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결정된 게 요괴다.
'요괴'에는 135종의 요괴들이 등장한다. 뱀파이어,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 도깨비, 강시, 구미호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유명한 요괴들이 총출동한다. 여기에 잘 알려지지 않은 요괴들도 있다. 자료 수집이 녹록치 않았을 것 같다는 질문에 남성민 이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생각보다는 자료가 많았어요. 또 넷마블 해외 법인들이 각 나라의 요괴들을 많이 소개해줬어요. 자료를 수집하다보니 요괴 관련 설화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것들도 꽤 많이 있더라고요. 일단 잔인해요(웃음). 마귀할멈은 아이들을 잡아먹는데, 그걸 그대로 게임에 넣을 순 없잖아요? 게임 안에서는 과자로 바꿔서 잡아먹고 뭐 그런 식으로 바꿨어요. 이런 작업이 힘들기도 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꼭 설화에 등장하는 요괴만 나오는 것도 아니다. '아옹'이라는 요괴는 대만에서 떠도는 도시 전설에서 나왔다. 비가 오는 날 가족들이 여행가는 장면이 찍힌 비디오가 있는데,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뒤를 쫓는다. 그리고 그 가족이 실종된다. 비 오는 날 이 빨간 옷 여자가 뒤를 따라가면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대만에서 화제가 됐단다. 그리고 이 캐릭터의 스킬은 상대를 사라지게 한다.
"재미있지 않나요(웃음)? 요괴의 특성을 스킬에 최대한 반영했어요. 아직 추가될 요괴가 많아요. 우리가 창작한 요괴도 있고. 요괴는 무한하게 나올 수 있다고 봐요."
◆'빙의'로 탄생한 무궁무진한 전략성
'요괴'는 캐릭터끼리 '빙의'가 된다. '던전스트라이커'에서 다른 직업의 스킬을 가져오는 시스템과 유사하다. 딜러라도 탱커를 빙의시켜서 '탱킹'을 할 수 있는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캐릭터 분류는 크게 사냥꾼과 요괴로 나뉜다. 사냥꾼으로 게임을 진행하다가 요괴를 사냥꾼에 빙의시키는 게 이 게임의 핵심 재미다. '빙의'를 하게 되면 요괴의 능력치 일부를 사냥꾼이 흡수하고, 요괴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어떤 요괴를 어느 사냥꾼에 빙의시키느냐에 따라 발생하는 효과도 천차만별. 600종의 스킬이 있으니, 무궁무진한 조합이 탄생할 수 있는 셈이다. 오태훈 대표는 이 부분을 기획 단계서부터 노렸다며 미소 지었다.
"사냥꾼에 요괴를 빙의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요괴를 인간화 시켜서 전투에 활용할 수도 있어요. 조합이 굉장히 많이 나올 수 있는데 태국에서는 이 빙의 시스템 덕분에 매번 새로운 메타가 나왔어요. 대부분 PVP에서는 가장 강한 조합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요괴'는 그런 것 없습니다(웃음)."
빙의가 됐을 때는 스킬을 적재적소에 눌러주는 게 중요하다. 빙의 지속시간 동안 스킬은 쿨타임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대신 스킬을 쓰면 지속시간이 줄어든다. 이용자가 스킬 사용에 주력할지, 좀 더 오랫동안 빙의를 시켜놓을 것인지 선택지를 주는 셈이다.
'요괴'는 수집형 RPG다. 대부분의 수집형 RPG가 그렇듯 더 높은 등급의 캐릭터를 얻으면 낮은 등급의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쓰지 않게 된다. 6성을 얻었는데 4성을 쓸 이유가 없다. 하지만 '요괴'는 다르다. 빙의 시스템 때문에 버려지는 캐릭터가 없다. 아무리 캐릭터 등급이 낮더라도 빙의를 통해 재발견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여서다.
"단순히 강한 캐릭터끼리 빙의하는 게 '장땡'이면 재미가 없잖아요(웃음). 도감에서는 빙의 시뮬레이션도 해볼 수 있어요. 혼자서 새로운 조합을 연구하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죠. 그리고 그렇게 오랜 시간을 투자해 얻은 나만의 조합으로 PVP에서 승승장구한다면? 더 재미있겠죠."
◆요괴, 더 재미있게 만든다
'요괴'는 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하고 있지만 어쨌든 엔드 콘텐츠는 PVP다. 지금은 PVP가 자동으로 전투가 이뤄지고 이용자는 빙의 스킬 타이밍만 정할 수 있지만, 향후에는 완전 수동 컨트롤로 하는 실시간 PVP가 추가될 예정이다.
오태훈 대표는 '요괴'의 e스포츠화를 꿈꾼다. 이미 태국에서는 다양한 실험 조합들이 나오고 있고, 개인방송 BJ들이 '요괴'로 PVP 방송을 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시간 PVP를 개발하면서 내부 테스트를 하는데 지면 은근히 열이 받더라고요. 그래서 또 다른 조합을 찾게 되고. 게임과 실시간 PVP가 잘 정착되면 e스포츠도 해보고 싶어요. 막 대회 전에 신들린 빙의 조합이 생각나서 공개 안하고 있다가 대회 당일 공개해서 다 쓸어버리고. 유행을 타서 다른 사람들도 다 따라하고. 재미있지 않을까요(웃음)."
이미 태국 시장에서 '요괴'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넷마블과 플로피게임즈의 화살은 아시아 시장을 향하고 있다. 국내 론칭 이후 중화권 쪽은 물론 일본 시장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요괴'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RPG에요. 하지만 막상 해보면 쉽게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겁니다. 독특한 매력이 있거든요(웃음). 익숙함을 가장한 낯선 RPG라고 할까요? 곧 출시될 '요괴'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