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서,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
'게.이.머'의 이번 시간에 다룰 이야기는 번지소프트의 명작 게임 '헤일로'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이 게임은 탄탄한 스토리와 게임성으로 매 시리즈마다 큰 사랑을 받아온 작품인데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독점 타이틀이라 '헤일로'가 있어 엑스박스의 구매에 망설임이 없다는 말로 더욱 유명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많은 기대를 받았던 이 '헤일로' 시리즈. 그런데 '헤일로2'가 엉덩이 때문에 출시가 연기됐다는 걸 아시나요?
◆'헤일로'는 어떤 게임?
'헤일로'는 번지 스튜디오가 개발한 게임 시리즈로 2001년 '헤일로: 전쟁의서막' 출시 이후 다양한 버전이 출시된 작품입니다.
엑스박스의 킬러 타이틀로 더욱 유명한 '헤일로'지만 사실상 혁신적인 게임성이 더욱 의미 깊은 작품인데요. 키보드 조작이 주를 이루던 당시 FPS 장르를 콘솔게임으로도 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집니다. '헤일로'를 기점으로 FPS 장르의 불모지였던 콘솔이 FPS의 텃밭이 됐으니 말입니다.
이를 위해 '헤일로'는 조준보정 시스템이라는 약간의 편법을 채택했는데요. FPS의 빠른 시점조작을 아날로그 스틱으로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선택한 방법이었습니다. 게임 패드의 스틱으로 정밀하게 조준하는 것을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에 조준점이 목표물에 다가가면 순간적으로 멈추게 만든 것이죠.
PC게임처럼 정밀하게 조준하지 않아도 근처만 가면 자동으로 타케팅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만들고 보니 조작에 미숙한 사람들은 오히려 게임을 편하게 할 수 있게 됐고 여기에 보호막 시스템을 도입해 조준 실수에 대한 부담감을도 줄였습니다.
FPS라고 무조건 정교하게 조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여러 이용자들에게 호평을 받았고 대신 개발사는 퍼즐성과 전략성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난이도를 조절했습니다. FPS 장르를 단순히 서있다 이용자가 일정 위치에 다가오면 공격할 뿐인 NPC들을 상호 작용하며 보다 지능적으로 이용자를 상대하는 인공지능을 배치해 리얼리티를 높이기도 했죠.
◆헤일로2, 출시 직전 한 개발사의 장난
때는 2004년 11월 '헤일로2'의 PC버전이 출시됐을 때의 일입니다. 모드 제작을 위해 게임 내 클라이언트를 분석하던 이용자들은 게임 파일 중 '엉덩이'(ass)라는 확장자를 발견합니다.
기존에 있던 확장자지만 그 용량이 일반적이지 않기에 뭔가 있음을 직감한 이들은 이 파일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는데요.
이 파일을 수정하려고 하면 '.ASS Error!'라는 엉덩이를 노출한 한 남성의 사진과 함께 오류 메시지가 등장했습니다. 장난을 위한 파일이었던 것이죠.
번지의 개발자 중 누군가가 확장자명 'ass'를 재미있다고 생각해 이런 장난을 친 겁니다. 그는 ass 확장자이니 진짜 엉덩이가 파일에 포함돼 있어야겠지라고 생각한 것인지 이런 장난을 쳤죠.
◆장난이 불러온 발매 지연
그런데 이 장난이 게임 발매를 지연시키고 말았는데요.
퍼블리싱사인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의 등급을 부분 노출이 포함된 연령 등급으로 재심사 받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개발자의 'ass' 노출로 인해 말이죠.
게임 내 노출이 아니어도 게임내 파일에 이미지가 포함돼 있기에 당연한 절차였죠.
크게 늦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쓸데 없는 장난으로 발매가 늦어진 것은 사실이었기에 이용자들은 엉덩이(ass)를 깐 개발자는 어떤 멍청한 놈(asshole)이냐며 색출에 열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해프닝 속에서도 '헤일로2'는 약 500만장 정도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대기록을 남겼으니 제대로 액땜한 셈으로 칠 수 있겠네요.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