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일부의 이익을 전체의 요구로 포장하는 것은 문제다. 업계가 공통으로 철폐하기 바라는 규제가 아닌,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분분한 규제안을 마치 게임업계 전체가 바래온 의견처럼 정치권이나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사례가 있어 걱정된다.
대표적인 것이 아케이드 규제안 철폐와 웹보드 자율규제 토론회다. '바다이야기' 사태를 촉발시켰던 아케이드는 같은 게임으로 묶여 있긴 하나 구조나 특성이 온라인/모바일과 다르다. 여전히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업체들은 아케이드 업계로 인해 게임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 생각한다. 하물며 '아케이드=불법자본세탁'이란 고정관념이 여전한 상태라 아케이드 규제를 풀자고 주장하는 것을 동종 업계라 묶여지는 내부에서 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바다이야기' 때문에 존재 의미가 생겼고 사행성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토론회 주도하면서 무수한 뒷말을 남겼다. 핍박을 받아온 아케이드 업계를 되살릴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감독기관이 이 시기에 나서서 이러한 행사를 주최한 것 자체가 일종의 정치권에 대한 신호로 해석하는 의견이 많다.
정부 산하단체와 이익단체가 묶였고 게임업계 출신 김병관 의원까지 초청했으니 그림은 그럴 듯 했다. '규제를 풀자'는 의견에는 합의점이 있었고, '정치권에선 노력하겠다'는 화답이 왔으니 성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현실화 될 수 있는 의견일까. 게임을 잘 아는 김 의원조차 누구나 할 법한 '문화콘텐츠 산업으로써 게임산업의 위상'을 언급하는 것으로 멘트를 마친 것을 보면, 토론회 취지에 대한 공감 보다는 '정치적 수사'에 가까운 평이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주 열린 '웹보드게임 소비에 대한 보호 어디까지?'라는 토론회도 문제다. 문화부가 실시한 고포류 게임에 대한 규제로 한게임, 피망, 넷마블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은 부정하지 못한다. 1판당 1만원, 1일 10만원이 규제의 핵심이었다. 이러한 규제안을 만든 것은 '수혈방' 등 편법을 통한 불법환전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당시 규제안을 마련한 문화부 게임과장은 "고포류가 게임업계가 주장하는 순수한 게임이라면, 이 규제안으로 타격을 입을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일반인들이 현실세계의 고포류와 방식이 같은 웹보드 게임에 필요 이상의 지출을 한다면 도박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였다.실제로는 타격을 입었고, 이는 역설적으로 고포류에 대한 정상적 이용 보다는 다른 이용(불법환전) 등이 주가 됐음을 의미한다.
고포류 게임마다 특허를 낼 만큼의 차별점이 있고, 이를 씨앗자금으로 대작을 만들겠다는 업계의 논리가 있었다만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엄밀히 말해서 고포류는 게임으로 분류한다 하더라도 유저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게임의 차별점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개발비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매출을 보장하는 고로퓨는 달콤한 유혹이다. 헤어나기 힘들다. 규제가 현실화 되고 피해가 커지자, 고포류 3사는 변화를 꾀했다. 넷마블이 세계에서 알아주는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 하게 된 것도, NHN엔터가 '페이코'를 중심으로 한 사업 다변화를 꾀한 것도 규제가 계기가 됐다. 고포류라는 편한 길이 열리면 애써 노력을 할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이러한 규제를 바라보는 소비자 입장이 어떨지 생각해 봐야 한다. 업체들이 매출에만 집착하면서 유저들의 인식이 점차 나빠지고 있는 지금이다. 하다못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도 '못 믿겠다'는 유저 의견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아케이드 규제를 풀고, 고포류 결제 한도를 푼다? 동종 업계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이런 주장에 대해 소비자들이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익단체로써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에는 논리와 설득력 만큼이나 명분이 필요하다. 단순히 이익을 위함이 아닌 것을 포장할 수 있는 전략도 한 몫 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에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각종 토론회를 보노라면, 이권을 위해 판을 짜고 그 이권에 편승한 학자들이 논리를 만드는 것 같아 불편하고 걱정된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