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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국민의당, '게임' 어떻게 보십니까?

"컴퓨터 오락을 자연스러운 청소년 계층의 문화로 봐주는 시각을 가지게 되면 그런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모가 아이들에게 알맞는 오락 프로그램을 직접 골라줄 수 있을 것이다."

1995년도에 발간된 책의 한 구절이다. 당시 IT분야의 유명인이었던 저자는 게임을 문화로 받아들인다면 가족간 단절을 예방하고 소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 14일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문재인 후보가 '디지털경제 국가전략 대선후보 초청 포럼'에서 아들 준용씨가 어릴적부터 게임을 취미로 즐기다 자신이 좋아하던 분야로 취업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곡해해 '게임 경력으로 취업했다'고 발언했다.

정확하게는 "게임한 덕분에 취업되고 영상디자이너 된다고 하셨다면 우리 청년들 가슴에 또 다시 상처를 입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한 이슈를 끌어내려던 의도였지만 게임 업계를 비하하는 듯한 뜻으로도 읽힐 수 있어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공분을 샀다. 청년과 취업 그리고 불공정함이라는 키워드만 섞으면 동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함까지 엿보인다는 주장까지 나온 상태다.

앞의 책의 내용과 박 대표의 말은 게임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듯하다. 전자는 게임을 문화로서 받아들이게 되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해결책으로 본 반면, 후자는 경험을 쌓는다고 취업이나 다른 가치를 발생시킬 수 없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전자의 책은 국민의당 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쓴 '별난 컴퓨터 의사 안철수'다. 박 대표가 이끌고 있는 당이 밀고 있는 대통령 후보말이다. 아무리 20여년전의 생각을 담은 책이라고 해도 전직 IT분야 개발자 출신이라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 후보를 밀고 있는 당이 후자의 발언을 해도 되는 건가 싶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내건 공약의 반수는 창의성 교육과 4차 산업혁명 준비, 과학기술혁명, 미래산업 창업국가 완성, 융합기술 생태계 구축 등 전직 IT분야의 유명인이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후보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당에서 IT분야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게임에 대해 몰이해한 발언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려하지 않았을까 궁금하다.

단순하게 게임은 미디어를 읽는 능력을 훈련하는 가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더 많은 책을 읽은 사람이 더 좋은 책을 쓰고 더 많은 영화를 본 사람이 더 좋은 영화를 만들 듯이 게임이라는 미디어를 잘 읽는 이가 더 좋은 미디어를 만들 수 있다.

해당 글이 올라온지 두시간여 만에 삭제된 것을 보면 박 대표도 나름의 피드백을 얻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박 대표의 다음 페이스북 발언 전까지 보좌관들이 부디 게임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길 바란다. 또다시 글을 썼다 지우는 일이 없게 말이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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