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로 즐기는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
'레전드라인업'을 처음 실행하면 세로로 구성된 메인화면과 만날 수 있다. 각 구단 간판 선수들의 사진이 모여있는데 실제 게임 안에서도 선수들의 멋진 사진이 사용됐다. 넵튠은 전속 사진 작가와의 별도 계약을 통해 사진을 수급했다고 하는데 역동적인 선수들의 투구폼과 타격폼이 담겨 있다.
다만 스마트폰의 화면의 제약으로 인해 선수들의 전신 사진을 감상하려면 따로 선수 카드를 선택하고 확대해야 한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해당 선수 카드를 대표 카드로 지정하면 로비에서 항상 감상할 수 있다. 기자는 운이 좋게도 첫 뽑기 시도만에 게임 내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레전드 소사 카드를 획득해 대표 카드로 바로 지정했다. 카드 등급이 높을수록 카드 이미지도 화려하지만 로비 화면에서도 멋진 효과가 발동된다.
◆후한 카드 등급으로 내 팀에 대한 애정 상승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원하는 팀을 고르고 해당 팀의 엘리트 등급 선수를 한 장 선택해 받을 수 있다. LG 트윈스 팬인 기자는 LG를 선택하고 간판 타자 박용택 엘리트 카드를 획득했다. 다른 야구게임에서 엘리트 등급이면 거의 최고 등급 카드에 속하지만 '레전드라인업'에서는 거의 기본 등급이라고 보면 된다. 엘리트 아래에 레어와 노멀 등급이 있지만 게임 초반부 외에는 엘리트 이상 카드만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게임만 열심히 진행하면 엘리트 등급 카드를 얻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고, 거의 모든 선수들에게 엘리트 등급까지는 부여돼 있다. '레전드라인업'의 선수 카드 능력치는 2016년 성적에 기반해 책정됐는데 지난해 주전이 아니었거나 활약이 미미했던 선수들, 신인들도 엘리트 등급 카드가 존재한다.
엘리트보다 높은 등급으로는 히어로와 레전드가 있는데 최고 등급은 레전드이고, 레전드 등급 카드들도 팀마다 다수 존재한다. 기자의 유일한 레전드 등급 카드인 소사의 경우도 지난해 성적이 그다지 빼어났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레전드 등급 카드가 존재한다. 팀마다 주전으로 활약한 선수들에게 히어로 등급까지 부여되고 주전으로 뛰면서 어느 정도의 성과(선발 두 자리 승수나 3할 타율 등)를 올린 선수들에게 레전드 등급을 후하게 준 느낌이다.
카드 등급을 후하게 책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장일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좋은 점으로는 내가 응원하는 선수와 팀에 대해 보다 애착을 갖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사실 아무리 팬심으로 게임을 진행한다고 해도 실제 성적이 좋지 않아 게임 내 선수 능력치와 팀 능력치가 떨어질 경우 게임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로 게임을 하자니 원활한 게임 진행이 어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경쟁 팀 선수들을 골라 게임을 진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소 후한 등급 책정은 후보 선수나 무명 선수들을 야구팬들에게 알리는 효과까지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게임에서는 아예 쓸 수조차 없는 카드로 등장해 빛을 보지 못했던 선수들도 '레전드라인업'에서는 당당히 라인업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것이다.
최고 등급 카드가 다수 존재하는 점은 이용자들에게 '뽑기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만은 없다. 다만 최고 등급 카드가 아니더라도 게임 진행에 무리가 없고 엘리트 등급 카드 수급은 원활하기 때문에 적당히 지르고 적당히 멈춰가며 게임을 즐기면 될 것이다.
◆납득할 수 있는 게임 진행은 높은 점수 주고파
넵튠이 '레전드라인업'의 강점으로 내세우는 점은 자체 시뮬레이션 엔진이다. 넵튠은 6년여간 4편의 야구게임을 만들며 시뮬레이션 엔진을 꾸준히 개선해왔다. 그런 노하우가 담겨서인지 게임이 진행되는 과정이 부드럽다.
비슷한 전력의 팀과 대결에서 선발이 리드한 상황에서 내려가도 중간 계투와 마무리 투수 능력치가 낮을 경우 난타 당하고 역전당하는 구도가 자주 나온다. 기자는 게임 진행 초반 계투진이 부실했는데 경기 막판 뒤집기 패배를 지속적으로 당했다. 이후 뽑기에서 정우람 엘리트를 획득한 뒤에야 뒷문을 잠그고 역전패를 줄일 수 있었다.
타선도 마찬가지다. 능력치가 좋은 타자 위주로 구성된 상위 타선에서 많은 점수가 나오고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의 타자들이 배치되는 하위 타선은 쉬어가는 느낌을 줄 때가 많다. 물론 모든 카드를 최고 등급 선수로 맞추고 게임에 임한다면 무적불패의 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비슷한 수준의 팀간 대결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실제 프로야구 문자중계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내가 감독이 된 듯한 느낌의 개입 시스템
'레전드라인업'의 시스템적인 특성이 바로 개입 플레이다. 다른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의 경우 플레이어가 직접 개입 상황을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레전드라인업'은 특정 상황에서 개입이 발동하고 플레이어는 개입 여부에 대한 판단만을 내릴 수 있다. 공격측일 경우 팽팽한 상황에서 득점권에 주자가 나가면 개입 상황이 자주 발동된다. 반대로 수비할 때는 실점 위기일 때 개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일단 개입을 선택하면 타자 입장에서 직구를 노리거나 변화구를 노릴 수 있는데 예측이 적중하면 타자의 능력치가 향상되는 방식이다. 노림수 외에도 번트, 치고 달리기, 도루 등의 작전을 펼칠 수 있고 상대 투수 제구가 좋지 않을 경우 공을 치지 않고 기다릴 수도 있다. 노림수가 적중한다고 해도 체감 타율이 3할을 넘지 않는 느낌이다. 반대로 노리지 않은 공을 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재생이 아닌 실제 3D로 구동되는 결과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레전드라인업'이 단순한 매니지먼트 게임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투수 개입 상황에서는 직구나 변화구, 유인구를 선택해 던질 수 있는데 이 경우도 실제 야구와 흡사하다. 제구력이 좋지 않은 투수는 직구와 변화구 사인을 내도 볼을 던지고, 유인구를 던지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이 스트라이크 존 근처로 몰려 안타를 허용하기도 한다. 좋은 작전을 내려도 선수 능력치가 떨어져 결과가 나쁘게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KBO리그 10개 구단 감독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싱글 플레이로 덱 키운 뒤 랭킹전에 도전
'레전드라인업' 초반부는 다른 이용자와의 대전보다는 AI와의 싱글 플레이 위주로 진행된다. 10단계의 싱글 플레이 대회가 존재하는데 27게임의 페넌트레이스를 치른 뒤 포스트 시즌에 돌입하는 압축된 방식이다.
정규 시즌 순위에 따른 보상과 포스트 시즌 최종 우승, 준우승을 차지하면 추가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다. 4-6레벨 구간 대회 우승을 30회 달성하면 히어로 등급 카드를, 7-10레벨 구간 대회 우승을 반복할 경우 히어로 등급과 레전드 등급 카드를 얻을 수 있어 싱글 플레이 반복만으로도 덱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높은 단계 대회에서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엘리트 등급 카드를 모든 포지션에 구비하고 추가적으로 히어로나 레전드 등급 카드가 가미된 덱이 필수적이다. 거기에 한계 돌파와 팀 시설, 스킬북 등을 활용해 개별 선수 카드나 팀 전체적인 능력치를 강화해야 한다. 엘리트 카드 수급은 매 게임 승리할 때마다 주어지는 선수카드 뽑기 칩을 통해 원활하게 할 수 있고, 동일한 엘리트 카드가 모이면 한계 돌파에 활용할 수 있으니 중복 카드라고 방출하지 말고 모아놓기를 추천한다.
◆랭킹전 횟수 제한으로 패배 스트레스 낮춰
다른 이용자와의 대결인 랭킹전은 5판으로 제한되며 비슷한 전력의 팀과 매칭이 성사된다. 상위 등급에 오르거나 순위권에 진입하면 좋은 보상을 받을 수 있고, 게임에 참가만 해도 추가적인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랭킹전 횟수 제한은 이용자들에게 패배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AI가 아닌 다른 이용자와의 지속적인 대전을 원하는 이들은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 넵튠에서는 예선과 본선으로 진행되는 별도의 리그를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용자 대전 기회는 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랭킹전 외에도 홈런 더비도 빼놓아서는 안될 콘텐츠다. 홈런 더비는 다소 정적인 매니지먼트 게임의 단점을 시원한 손맛으로 보강해주는 느낌이다. 한번의 터치만으로 멀리 날아가는 타구를 보고 있노라면 스트레스도 날아가는 느낌이다. 홈런 더비를 꾸준히 진행하면 싱글 플레이 리그에서 얻을 수 없는 다양한 보상을 획득할 수 있어 덱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속 있는 '다크호스'
'레전드라인업'은 겉모습이 화려하지는 않다. 대대적인 마케팅 물량 공세에 나서고 있는 경쟁작들과 달리 조용하게 출시됐지만 야구게임 마니아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잘 짜여진 단계별 싱글 플레이 리그는 다른 이용자와의 대전에서 거듭된 패배와 비매너 플레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온 이용자들에게 해방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수준급의 시뮬레이션 엔진으로 실제 야구와 다름 없는 느낌을 주는 '레전드라인업'이 야구게임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