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는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과의 경쟁에 나서겠다 천명하지는 않았다. 아직 블리자드는 다른 타사의 제품을 자사의 플래폼에 출시할 계획이 없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PC게임 업계에 대한 이해와 매출이 높은 회사로 밸브의 스팀으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뺏어올 가능성이 있는 몇 안되는 회사다. 이미 EA는 오리진으로 유비소프트는 유플레이로 스팀에 도전했지만, 현재 스팀에 견줄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없는 상태.
이 회사들과 블리자드가 다른 점은 블리자드는 이미 성공적인 글로벌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해 뒀고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블리자드가 자체 플랫폼을 적용한 이유도 명확하다. 스팀 플랫폼에서 게임을 판매 시 판매 수익의 약 30%를 내는 것을 아끼기 위함이다.
당위성도 있다. 처음으로 PC버전을 출시하는 데스티니2는 콘솔과는 다른 네트워크 서비스를 구축하는데 게임 개발 기간을 더 소모하게 되기에, 보다 빠른 출시를 위해 액티비전에 플랫폼을 공유하자고 제안했고 이 것이 받아들여졌다.
블리자드는 현재 데스티니2의 론칭에만 집중하고 있다. 관계사인 액티비전의 다른 게임들을 제외하고는 장기적으로나 단기적으로나 블리자드런처에서 타사의 게임을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러한 블리자드의 태도는 스팀과는 정 반대의 모습이다.
밸브는 많은 항의가 있음에도 오랫동안 그린라이트 제도를 실시해왔고 최근에서야 이를 폐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일부 낮은 퀄리티의 게임들이 플랫폼에 론칭되고 있다.
이를 보강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지만 그보다 빠른 속도로 평점 어뷰징, 가짜 게임을 활용한 수수료 파밍 등의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퀄리티를 신경쓰지 않고 검수하지 않는 스팀의 론칭 시스템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분명 스팀의 자유로움을 좋아하는 이용자도 있겠지만 불편해하는 이용자도 상당수다. 이번 달 초에는 하루에 스팀에 쏟아지는 이용자 불만만 7만5000건이라는 자료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런 두 게임사의 모습을 보면 대형 퍼블리셔를 꿈꾸거나 플랫폼화를 노리는 국내 게임업계의 모습이 오버랩돼 보일 수 밖에 없다.
중국산 게임을 값싸게 들여와 몇 달만에 서비스를 접어버리고 나몰라라 하거나, 유명 IP를 제대로된 계약 없이 유명세만을 빌려 게임 광고에 이용하는 등 상도의를 넘어선 행위를 버젓이하고 있다. 갯수 채우기만을 위해 저퀄리티 게임이나 카피 게임을 헐값에 사들여 서비스한다던가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크게 광고하더니 론칭 직후부터는 전혀 관리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블리자드와 스팀. 두 게임사 모두 업계 톱을 다투는 곳이지만 이용자들에게 전해지는 이미지가 굉장히 다르다. 새로운 게임을 이용자들에게 전할 때는 퀄리티에 집중한 게임사에게 보내는 이용자들의 신뢰를 생각했으면 한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