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이머들이 '배틀그라운드'의 흥행을 반기고 있는 것과 달리 업계 일각에서는 아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배틀그라운드'가 성공하기 전에 블루홀을 인수하거나 투자하지 못해 뒤늦게 후회하는 이들이 있다는 후문입니다. 블루홀이 '배틀그라운드'를 내놓기 전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는데 그때 블루홀을 인수했어야 한다며 한탄하는 이들이 있다는 이야기죠. '배틀그라운드' 흥행 이후 블루홀의 가치가 수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몸값이 뛰어올랐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후회해야 할 부분은 '배틀그라운드'가 대박나기 전에 블루홀을 인수하거나 블루홀에 투자하지 못한 것이 아닌, '배틀그라운드'보다 재미있는 게임을 왜 먼저 만들지 못했느냐가 되는 것이 보다 적절해 보입니다.
'배틀그라운드'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 아닙니다. 1인칭과 3인칭을 지원하는 PC 기반 슈팅 게임의 역사는 이미 오래됐으며, '배틀 로얄' 스타일의 생존 게임 또한 '배틀그라운드' 이전에 다수 존재했습니다. '배틀 로얄' 방식의 FPS 게임들은 어느 정도 마니아층을 모으고 있었지만 이용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낮은 완성도로 인해 이용자층을 넓히지 못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블루홀은 배틀 로얄 스타일 FPS 게임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개발자 '플레이어언노운' 브랜든 그린을 영입해 '배틀그라운드'를 내놓았고, 대박을 쳤습니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읽고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게임을 발빠르게 만든 것이죠.
블루홀이 발빠른 판단과 실행력으로 '배틀그라운드'를 성공시킨 것은 높게 평가해야 하겠지만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 압도적인 개발력을 갖췄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블루홀은 과감하게 '배틀그라운드' 프로젝트를 밀어붙여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중견 개발사 블루홀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배틀그라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결단을 내리는 동안 국내 메이저 업체들은 '안전한 성공'만을 추구했습니다. 새로운 시도보다는 검증된 플랫폼과 장르 신작 출시에 치중했습니다. 그 결과 국내 게임 시장은 확률형 아이템이나 아이템 거래가 핵심인 양산형 모바일 RPG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국내 업체들이 검증된 모델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상장사의 경우 주주들이 반대할 경우 리스크가 큰 신규 프로젝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점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 없이는 발전도 이루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블루홀 인수 무산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을 시간에 아닌 '제 2의 배틀그라운드' 발굴을 위한 노력에 나서는 것이 보다 생산적인 일이 아닐까요. 업계 관계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국내 게임업계에서 '제 2의 배틀그라운드'는 나오기 어려울 것 같네요.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