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서,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
'게.이.머'의 이번 시간에 다룰 주제는 '스타크래프트'의 사설서버 '피쉬 서버'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지난 1일 서비스를 종료하며 13년간의 서비스를 마쳤는데요. 법률상 불법인 사설서버 '피쉬 서버'가 어떻게 13년이나 서비스를 할 수 있었는지, 그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시작은 해킹 소스
오픈소스 서버 소프트웨어인 PvPGN에 기반해 2004년 경 오픈한 피쉬 서버는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스타크래프트1'의 사설 서버로, 러시아 해커가 '스타크래프트1'을 크랙해 만든 멀티플레이 소스를 한국 사정에 맞춰 수정해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PC방 순위 상위권을 독점하던 '스타크래프트1'을 구매하지 않은 이용자도 멀티플레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설서버인 것을 알고도 많은 이용자들이 '피쉬 서버'를 찾았는데요.
당시 '스타크래프트' 사설서버는 피쉬 서버뿐만 아니라 질럿 서버, 닉 서버, 브레인 서버 등의 여러 곳이 있었는다 현재는 '피쉬서버를 포함해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접속자 2만명 몰리기도
피쉬 서버는 사설서버임에도 이용자가 굉장히 많았는데요. 처음 서버가 오픈됐을 때에는 다른 서버에 비해 많은편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이용자가 늘어났습니다. 다른 서버가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2011년 경에는 동시 접속자가 5만4000명을 넘기기도 했는데요. 사설서버에 이만한 숫자가 몰린 것은 굉장한 기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몰린 이유로는 초반에는 유료 게임을 무료로 이용하려는 것과 본 서버에서는 게임스피드가 노멀로 고정됐던 레더 게임을 빠르게 즐기기 위함이 컸습니다. 이후에는 이런 이유보다는 애드온을 통해 클랜 시스템, 개인 채널 시스템 등 본 서버에는 없는 다양한 편의 기능을 추가했던 점과 본 서버에서는 사람이 적어 즐기기 어려웠던 레더 게임 매칭이 더 잘 성사됐기 때문이었는데요.
본 서버인 아시아 서버보다 레더 경기 매칭이 원활할 정도였습니다. 때문에 국내 일부 전 프로게이머들 중 일부가 레더 게임 때문에 피쉬서버를 찾아 서버에서 유명해지는 경우도 있었죠.
◆서비스 종료? 그런데
2016년 5월 초.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피쉬서버'에 차단명령을 내리며 서버 홈페이지가 닫히는 일이 발생합니다. 불법인 사설서버이기에 당연한 조치였죠.
우선 홈페이지를 차단했는데요. 피쉬서버 측은 도메인 뒷자리를 '.io'로 변경했지만 다시 이 도메인도 차단됐습니다. 그렇게 '피쉬서버'는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아가는 듯 했죠.
그런데 얼마 후인 5월13일. 피쉬서버에 대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처분이 변경됐습니다. '게임사가 승인한 사설서버가 아닌것으로 재확인됐다'고 게임물관리위원회 자율등급지원팀이 밝힌 것인데요. 얼마 되지 않아 홈페이지가 정상화되며 서비스가 이어졌습니다.
이후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문의한 바로는 블리자드와 서버를 운영할 수 있도록 계약을 맺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사설 서버가 본 저작자에게 허가를 받아 운영하게 된 거죠.
◆사설서버를 본 서버에 추가!
4월19일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1' 1.18버전을 무료로 전환하며 공식 서버로 '피쉬 서버'를 추가했는데요. 이전 피쉬서버의 운영 허가도 이를 위한 초석이었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관계자는 "1.18 버전부터 적용될 '스타크래프트1' 무료화에 맞춰 기존 피쉬서버 이용자를 강제로 공식 서버로 이전시키기보다는 감싸 안는다는 생각으로 '피쉬 서버'를 공식 서버 중 하나로 추가했다"고 밝혔는데요.
이후 피쉬서버와의 협업과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서버 운영을 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약 6개월 뒤, 서버 종료
9월30일 피쉬서버 운영진은 공식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피쉬서버가 더 이상 존재할 필요성이 없다고 밝히며 서버 운영 종료를 발표했습니다.
사설서버면서도 정식 배틀넷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던 피쉬서버지만 이번 공식 서버 추가 이후 피쉬서버만의 특화 콘텐츠를 추가할 수 없고, 독자적인 레더 운영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골자였습니다.
이렇게 피쉬서버는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불법 사설서버에서 원작자의 공식 인증을 받은 서버로까지 성장한 뒤, 본 서버에 추가되기까지 한 사설서버인 '피쉬서버'의 이름은 '스타크래프트' 팬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네요.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