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서,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
'게.이.머'의 이번 시간에 다룰 이야기는 구 '파이너판타지14 온라인'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파이널판타지14 온라인'은 출시된지 5년 만에 서비스가 종료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파이널판타지 14: 랠름 리본'(한국명 파이널판타지 14: 신생 에오르제아)로 재탄생해 현재는 글로벌 인기 MMORPG 중 하나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파이널판타지14'는 리부트 전에는 '근성판'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용자 만족도가 처참했다고 하는데요. 어느 정도였기에 그런 말까지 들었는지 지금 알아보시죠.
◆파이널판타지14, 어떤 게임이길래?
'파이널판타지14 온라인'은 일본의 유명 게임 시리즈인 '파이널판타지'의 정식 넘버링 타이틀인데요. '파이널판타지11'에 이어 두 번째로 MMORPG 장르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2010년 10월 일본에서 PC판으로 출시됐습니다.
캐릭터 그래픽은 당시 MMORPG 중 최상급에 해당됐지만 드넓은 필드와 도시를 갖췄음에도 사실상 타일 패턴의 반복일 뿐이라 단조로움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거기에 실시간 게임임에도 졸음이 올 정도로 지루한 전투에다 최적화도 거의 이뤄지지 않아 게임을 구동하면 모든 하드웨어가 풀로드 상태로 동작함에도 렉이 심했습니다.
전작인 '파이널판타지11'의 느낌을 내려다 시대에 맞지 않는 게임이 돼 버렸고 사실상 시리즈 중 흑역사로 평가받게 됐죠. 게임 출시 이후 반 년만에 스퀘어에닉스 주가가 폭락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서버 상태부터 최악
클라이언트 최적화 미비뿐만 아니라 서버 상태도 굉장히 안 좋았는데요. 접속 장애 및 이용자들의 관심 저하로 2010년 10월 서비스 시작 직후 약 45분간 보담 서버 총 접속자 수가 9명이라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게임 스토리상 수천만 명의 제국군에 대항하는 9명의 영웅들이라며 비꼬는 의미로 '보담 새벽의 9영웅'이라고 지칭하는 패러디 포스터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파이널판타지14' 내 최대 도시인 미티어의 이름을 딴 미티어 서버가 이용자 800명이 몰리자 서버가 다운돼 버리는 일이 벌어져, '최대도시 미티어를 함락 시킨 영웅들'이라며 비꼬는 일까지 일어났죠.
◆전체 퀘스트 수가 72개뿐?
MMORPG하면 탄탄한 메인 스토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메인, 서브 퀘스트로 전하는 스토리텔링이 핵심일 텐데요. 최근은 이를 넘어서서 주변 몹 분포와 인원을 조합해 실시간으로 퀘스트를 생성하기까지에 이르렀죠.
그런데 구 '파이널판타지14' 론칭 당시 퀘스트 숫자가 굉장히 적었는데요. 국가별 메인 퀘스트 4개에 3개 국가가 있어 합이 12개, 공통 메인 퀘스트 7개, 17개 클래스가 직업 퀘스트 3개씩 존재해 총 51개, 이 것이 게임 내 퀘스트의 전부였습니다.
총합 70개 퀘스트가 전부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데요. 물론 그 외에 길드 의뢰 퀘스트들이 있었지만 12시간에 한 번 수행 가능한 것이라 큰 의미는 없었습니다. 현재의 '파이널판타지14'보다 훨씬 넓은 필드와 마을에서 수행할 수 있는 퀘스트가 이것 뿐이라니 엄청나네요.
◆상점 메뉴 로딩 1분, 옷 갈아입기 2분 소요
구 '파이널판타지14'가 악명 높았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로딩이었는데요. 단순히 필드 이동 로딩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점 메뉴를 오픈할 때마다 1분 가까운 로딩이 필요했는데요. 처음 NPC에게 말을 걸고 첫 대사가 뜨기 전까지 1분, 판매인지 구매인지 선택하고 다시 1분, 판매 혹은 구매를 결정하고 확인을 눌러 메뉴창이 닫히는데도 꽤나 시간이 걸렸습니다. 살 것이나 팔 것을 잘못 선택해 취소하면 다시 1~2분을 써야했죠.
게다가 이전 팬 페스티벌 당시 현 '파이널판타지14' 프로듀서인 요시다 나오키 PD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캐릭터 하나에 들어가는 모델링의 수와 화분 하나의 모델링 수가 동일한 숫자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마을로 입장할 때마다 사람이 없어도 원인 모를 지연 현상을 겪었던 이유가 이런 과도하게 심혈을 기울인 오브젝트들 때문이었던 것이죠.
장비 및 의상을 변경할 때도 로딩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요. 아이템 하나를 변경할 때도, 장비 변경 리퀘스트를 서버에 보내 응답이 오기까지 10초가 걸려 그 동안 가만히 서서 기다려야했죠. 모든 장비를 변경하려면 2분 이상이 걸렸습니다. 신 버전인 '파이널판타지14: 신생 에오르제아'에서는 0.5초면 모든 부위 환복이 가능하니 이전 버전과 비교하면 무려 240배 빨라진 셈입니다.
이런 로딩은 사냥에서도 공통적으로 적용됐는데요. 사냥과 채집으로 얻는 아이템의 종류가 통일돼 있지 않고 무작위로 드랍돼 가방 용량 80칸이 사냥 시작 20분이면 꽉 차버렸습니다. 그럼 정리를 통해 가방 칸을 비워야하는데, 아이템 하나를 팔거나 버릴 때마다 서버간 통신을 기다려야해서 1분씩 기다려야했죠.
이랬던 게임을 지속적으로 최적화하고 필드 및 동선을 정리해 현재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요시다 나오키 PD가 새삼 대단해 보이는데요. 이런 노력이 요시다 PD가 회사와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