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아프리카TV, 대리 근절 의지 있나](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8010916521040108_20180109172611dgame_1.jpg&nmt=26)
블리자드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오버워치 리그' 필라델피아 퓨전 소속 '사도' 김수민은 대리 게임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취한 사실이 발각돼 리그가 시작하기도 전에 30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습니다.
신흥 e스포츠 인기 종목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에서도 대리 게임 진행 사실이 발각돼 처벌 당한 선수가 나왔는데요. '아프리카TV 배틀그라운드 리그(이하 APL)' 파일럿 시즌에 참가 중이던 KSV 노타이틀 소속 '벤츠' 김태효는 과거 타 게임에서 대리 게임을 진행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고, 부적절한 발언까지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배틀그라운드' 관련 대회에서 12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당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물의를 빚고 중도하차한 출연자에 대해서는 모자이크 처리를 하거나 편집을 통해 관련 분량을 빼는 것이 관례입니다. 스포츠를 표방하는 e스포츠라면 예능 프로그램보다 더한 잣대를 들이대야 할 것인데요. 아프리카TV가 부득이하게 징계 이후에도 김태효의 APL 출전을 허용해야 했다면 김태효의 개인 화면이나 그에 대한 중계진의 언급은 최대한 자제했어야 마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계 선수의 플레이에 대해 연신 극찬을 늘어놓는 아프리카TV 중계진을 보면서 과연 이 선수가 징계를 당한 것이 맞는지, 옵저버나 중계진이 김태효에게 징계가 내려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닌지 궁금할 지경이었습니다.
아프리카TV는 지난 5일 열린 APL 파일럿 시즌 스플릿2 본선 2일차 경기를 통해 '벤츠' 김태효에 대한 '고별(?)' 인터뷰까지 진행했는데요. 마치 군 입대나 해외 진출 등으로 인해 국내 팬들과 당분간 만날 수 없는 스타 선수들에게나 할 법한 질문이 징계를 당해 출전 정지 처벌이 내려진 김태효에게 던져졌습니다. 아프리카TV가 의도적으로 김태효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는데요. 징계를 앞둔 김태효가 단독으로 방송 인터뷰에 나선 모습을 보고 다른 팀 선수들이나 시청자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아프리카TV의 배려 덕분인지 김태효는 9일 현재 아프리카TV에서 베스트 BJ 자격으로 개인 방송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프리카TV가 진행하는 대회 참가 선수가 대리 게임을 하고, 욕설을 남발한 사실이 드러나 중징계를 당해도 아프리카TV는 해당 선수에 대한 개인 방송 제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리 게임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를 지켜보는 다른 선수들까지 대리 게임을 가벼이 여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마저 듭니다.
대리 게임은 엄밀히 말해 승부 조작에 준하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주요 e스포츠 종목 게임의 랭크 게임이나 경쟁전은 프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해당 게임에서 높은 계급에 오른 선수들에게만 프로 게임단 입단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고 계급을 올려 프로에 도전한다든지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e스포츠 생태계의 근간을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대리 게임 적발 선수들에게 영구 출전 정지 등 보다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 기인합니다. 이번 '벤츠' 김태효 사태는 1년 정지라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징계가 내려졌으며, 소속 팀인 KSV에게도 대체 선수를 구하기 전까지 3인 스쿼드로 대회 참가를 허용하는 등 과도한 '자비'가 베풀어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사상 초유의 징계 선수에 대한 방송 '고별' 인터뷰까지 진행돼 대회 주최측의 대리 게임에 대한 인식이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