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팬 사인회 사건은 그 자체로 큰일은 아니다. 다만 몇 개월간 '데스티니 차일드' 이용자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차오르고 있었고 이윽고 찰랑찰랑해진 불만의 잔을 넘치게 한 마지막 한 방울이 팬미팅 사인회에서의 대화였을 뿐이다.
그 동안 '데스티니 차일드' 이용자들의 불만은 지속적으로 쌓여왔다. 우선 약 3주간 콘텐츠 업데이트가 없었다. 이용자들은 '그래도 17일에는 업데이트하겠지'하며 기다렸지만 17일 업데이트 공지는 유료 패키지의 추가만을 알렸다.
이 상황에서 일본 서버에 한국 서버에는 공개되지 않은 캐릭터 '수호신 상아'와 '샤를'이 선 추가됐다. 론칭 3개월 차인 일본 서버가 1년 3개월 차인 한국 서버의 콘텐츠량을 뛰어넘은 셈이다. 여기에 팬미팅 사인회에서 국내에는 공개되지 않은 정보들과 업데이트 내용이 다수 공개돼, 한국 이용자들의 상실감이 더욱 높아졌다.
이에 더해 김형태 대표는 '칼 맞을 것 같아서 (사인회를) 안 했다'고 표현했다. 또한 '능력의 한계'로 콘텐츠를 한일 동시에 업데이트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며 부지런히 다듬어 선보이겠다고 '다음'을 약속했다.
'칼'이라는 강한 표현을 쓸 정도로 이용자들의 높은 불만을 알고 있었다면 이전 운영에서 강조해왔던 것처럼 미리 양해를 구하거나 알리는 정도의 이용자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일 순 없었을까. 개발 기간 내 마일스톤을 지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거의 한 달간 유료 패키지만 추가된 한국 서버 이용자들의 상실감을 이해하고 있다면 지난 패키치 추가 공지를 통해서라도 양해를 구했어야하지 않나 싶다.
이미 지나버린 한 달이니만큼 김 대표가 약속한 '다음'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만약 대표의 말이 잠깐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말일 뿐이고 개선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김 대표의 걱정처럼 무언가에 맞진 않아도 이용자들로부터 싸늘한 시선에 두들겨 맞을 각오쯤은 해두는 게 좋겠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