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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히가시노 게이고, '연애의 행방'으로 로맨틱 코미디 도전

[이슈] 히가시노 게이고, '연애의 행방'으로 로맨틱 코미디 도전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스키장에서 누구나 사랑에 빠진다는 '겔렌데 마법'에 대해 다룬 '연애의 행방'이 국내 출간된 것.

'연애의 행방'은 '백은의 잭'부터 이어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설산' 시리즈와 궤를 같이 하는 작품으로 '설산' 시리즈 3탄 '눈보라 체이스' 국내 유통을 담당한 바 있는 소미미디어가 출판을 맡았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에 다수 참여한 양윤옥 번역가가 또 한 번 번역을 맡았다.

히가시노 게이고와 로맨틱 코미디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그의 작품은 주로 잔인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는 추리 소설이 대부분이었다. 등장인물 간 러브라인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코미디라고 하기엔 작품 분위기 자체가 무겁고 어두운 쪽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기 작품들에 비해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근 작품들에서는 보다 밝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미미디어의 전작인 '눈보라 체이스'만 해도 살인사건을 다룬 추리소설이지만, 범인을 쫓는 과정보다는 억울한 누명을 쓴 주인공이 누명을 벗기 위해 떠나는 모험과 그 과정에서 그를 돕는 따뜻한 손길을 주로 다루고 있다. 진범이 검거되는 부분은 간략하게 언급될 정도로 범인을 쫓는 과정을 주로 다루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과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연애의 행방'에서 아예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고 나섰다. '설산'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에게 익숙한 사토자와 온천스키장에서 8명의 남녀가 펼치는 사랑 이야기를 재치 넘치게 다루고 있다. 다작을 하면서도 매 작품마다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고도 남을 만큼의 재미와 새로움을 선사해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평을 듣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제대로 작정하고 로맨틱 코미디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느낌이다.

'연애의 행방' 등장인물들은 양다리를 걸친 남자가 애인과 스키장에 놀러 왔다 공교롭게 약혼녀를 마주치고, 멋진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스키장에 왔다가 의외의 상황에 봉착하거나, 스키장 단체 미팅에 참여했다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도대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랑의 화살표 앞에서 사람들은 조금은 한심해지고, 조금은 이기적이고, 조금은 과감해진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연애 소동을 보여주며 히가시노 게이고는 결국 연애도 사람 사는 삶의 일부분 아니겠냐고 말하는 듯하다. 인생만사 새옹지마인 것처럼 말이다. 연애 또한 복잡한 과정 속에서 인연을 찾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는 것일지 모른다. 속절없이 꼬이는 연애전선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웃음이 난다.

유독 긴 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올 겨울 스키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로맨틱 코미디 '연애의 행방'과 함께 한다면 추위를 추위로 이기는 '이냉치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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