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하게 세분화된 소설 장르에는 독자를 웃고 올리는 대가(大家)가 있게 마련이다. 판타지, 호러, 무협 등 가지각색의 입맛을 가진 작품을 작가들은 쏟아낸다. 특히 남자의 상상력을 한껏 치켜올리는 무협 장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간에 익히 알려진 김용, 양우생도 있지만, 진짜 무협을 아는 이들은 진정한 대가(大家)로 고룡(古龍)을 꼽는다.
가난한 유년기를 보낸 그는 데뷔 초 "돈을 벌기 위해 무협 소설을 쓴다"고 말했을 정도로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업주의에 물들기도 했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1964년 완화세검록을 시작으로 잇달아 인기 무협작품을 쏟아냈다. 절대쌍교, 유성호접검, 초류향, 육소봉 시리즈 등 국내 팬들이 열광하는 무협 소설은 대부분 그의 작품이다.
서법과 전통문화를 연구하는 등 무협에 남다른 애정을 가졌던 고룡은 "무협을 순수 문학과 동등한 평가"를 받게 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인물이다. 출생의 비밀이나 역경을 헤치고 살아남는 과정을 그린 무협 소설과는 달리, 고룡의 작품에는 이미 고수의 반열에 오른 주인공이 주로 등장한다. 무림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결하는 스토리가 중심이 되고 있어 추리 무협을 개척한 작가이기도 하다.
◆ 무협 마니아에겐 어벤저스보다 더 큰 충격
우리는 마블의 히어로들이 총출동하는 어벤저스를 처음 만났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무협 마니아들에게 모바일게임 '고룡군협전2'는 바로 그런 의미로 다가온다.
육소봉·이삼환·서문취설·초류향·사효봉·엽고성·부홍설 등 고룡의 소설 속에서 천지를 가르던 그들을 하나의 게임에서 만날 수 있다니. 혹자는 이 작품을 '무협 RPG계의 어벤저스'라 부른다.
고룡 소설 속 상상력은 화려한 그래픽과 생동감 넘치는 성우 더빙으로 게임 속에 표현된다. 상상 속 장면들은 휴대폰 안에서 어쩌면 소설보다 더 리얼하게 펼쳐진다.
마니아들은 고룡의 작품에선 다른 무협과 달리, 격투 장면이 거의 묘사되지 않는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다. 의성어나 의태어를 반복해 긴장을 고조시키다가 결정적 순간 한방으로 승패가 갈리는 상쾌한 카타르시스를 기억한다.
하지만 '고룡군협전2'에서는 화려한 초식과 암기가 세밀하게 묘사된다. 마니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리얼한 영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어쩌면 이 게임에 익숙해지는 순간, 소설에 흥미를 잃을 지도 모른다.
이는 상상력 넘치는 소설팬과 고룡을 모르는 일반 유저 모두를 배려한 개발사의 기가 막한 전략인 셈이다. 고룡은 친구를 좋아하고, 술을 즐기는 호걸이었다고 한다. 지나친 애주가였던 그는 소설로 번 돈으로 매일같이 친구들과 파티를 벌였다. 결국 간경변으로 49세라는 조금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고룡군협전2'에서 호걸을 얻으려면 주막에 가야한다. 개발사는 고룡의 평소 습관까지도 게임에 녹여내려 심혈을 기울였던 것 같다. 호걸은 1잔, 전설급 호걸을 영입하려면 10잔을 마셔야 한다. 유저에게 술잔을 권하는 게임 속 연출은 어쩌면, 평생 술을 즐겼던 고룡을 추모하는 일종의 존경의 표현일 지도 모른다.
◆ 익숙하지만, 무협이라 더 흥미로운 시스템
탄탄한 원작 스토리 여러편을 한데 모은 만큼, 고룡군협전2에는 흥미진진한 내용이 가득하다. 그에 걸맞게 고증된 영웅들의 모습과 동작은 소설을 읽는 것보다 더 큰 몰입도를 자랑한다.
원작 팬에게도 스토리를 즐기는 재미가 있듯이, 일반 유저에게는 기존 RPG 요소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익숙함의 묘미가 있다. 탱커, 딜러, 힐러, 원거리 속성의 캐릭터는 무협 소재에 걸맞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각각의 고유 스킬과 등급이 존재한다.
캐릭터는 무술의 세기에 따라 스탯이 올라가고 승급을 통해 최대 5성까지 성장한다. 이를 보다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경맥'과 장비 시스템을 이용하면 된다.
전투는 턴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자동 전투와 X2의 가속을 활용하면 지루하지 않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이지를 채우면 발동하는 신의 무기는 강력한 한 방을 가하는 일종의 필살기로 일발역전의 쾌감을 주기도 한다. 검이 비처럼 쏟아지는 연출은 '고룡군협전2'에서 잊혀지지 않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고룡 소설의 영웅이 총 46인 등장하고, 아이템만 해도 수백종에 이른다. 유저의 수집욕을 자극하한다는 면에서는 어떤 판타지 RPG에도 뒤지지 않는다. 또 보유한 무기에 따라 추가로 생겨나는 인연 시스템은 스토리와 절묘하게 엮여 있어 콜렉션 마니아에겐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제련·강화·정련 등은 기본이고 천하쟁패로 대변되는 길드전과 실시간 개인전 등의 PvP 시스템, 레이드 기반의 무림대회와 천하대회 등은 무림의 고수를 꿈꾸는 무협 마니아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요소다. 게다가 기본 시나리오인 협객의 여정에는 스토리 모드와 유랑 모드, 현상금 수배 등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 게임과 소설의 장면들을 끊임없이 넘나들게 만든다.
'고룡군협전2'를 경험하면, 개발사가 얼마나 오랜 시간 고룡이라는 인물과 그의 작품을 연구하고 분석했는 지 알 수 있다. 중국에선 텐센트가, 한국에선 넥슨이 서비스하는 고룡 원작의 인기 MMORPG '천애명월도'의 퀄리티가 부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개발사의 부단한 노력은 고품격 무협 액션RPG '고룡군협전2'이란 물건을 만들어냈고, 이미 중국 시장에선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드디어, 한국 유저들에게도 고품격 무협 액션RPG를 즐길 기회가 왔다. '고룡군협전2'는 당신이 죽기 전에 반드시 해봐야 할 무협 게임이라 할 만하다.
오경택 기자 (ogt8211@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