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을 통해 태국 송크란에서의 '물총 배그'를 소개해드렸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태국의 진짜 '배틀그라운드' 선수들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태국에서도 최근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태국에는 실력이 뛰어난 '배틀그라운드' 팀도 적지 않아 OGN의 '배틀그라운드 서바이벌 시리즈(이하 PSS)' 시즌1에 태국 대표 2팀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4월15일 열린 PSS 개막전에서 액토즈 스타즈 레드가 '하루 3치킨'을 기록하고 중간 순위 1위에 오른 바 있죠. 한국에서는 액토즈 스타즈 레드의 활약상에 모든 초점이 맞춰졌지만 태국에서는 달랐습니다. 모든 중계 방송이 태국 대표로 PSS 개막전에 참가하는 miTH에 집중된 것이죠.
◆방콕 아레나+ FPS스타디움에서 경기에 임한 태국 대표 miTH
PSS에 참가하는 태국 대표 miTH와 AAA(Atack All Around)는 태국 현지에서 경기에 참여합니다. PSS 개막전에 출전하는 miTH를 만나기 위해 태국의 수도 방콕에 위치한 아레나+ FPS 스타디움을 방문했습니다. 아레나+ FPS 스타디움은 방콕 시내 번화가에서 다소 떨어진 주택가에 위치해 있는데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다수의 FPS 대회 주요 경기들이 이곳에서 치러졌다고 하네요.
4월15일 오전 10시(한국 시각 정오)경에 경기장을 방문했는데요. 선수들은 경기 준비에 여념이 없고 현장 스태프들도 선수들에게 최적의 경기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PSS 태국어 해설을 맡은 중계진은 이미 방송에 돌입한 상태였는데요. 진지한 표정으로 태국 시청자들에게 이날 경기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가며 설명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허탈하게 끝나버린 3인칭 시점 1라운드 경기
1라운드 경기는 태국 시청자들에게 너무나도 허탈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miTH 팀이 24개 팀 중에서 최하위인 24위로 경기를 마감한 것인데요. 초반 파밍은 무리 없이 잘 해냈던 miTH 팀은 첫 번째 안전구역이 다소 먼 지점에 위치하면서 차량 이동 과정에서 1차로 적의 공격을 받고 타격을 입었고, 2명이 생존한 상황에서 다른 상대방과 피할 수 없는 교전을 벌인 끝에 전멸하고 만 것이죠. 마지막에 1킬을 올린 것은 다행이었지만 miTH가 순위 방어를 전혀 하지 못하고 가장 먼저 탈락하고 나자 현장엔 일순간 정적만이 가득했습니다.
사실 miTH를 비롯한 태국 선수들은 3인칭이 약점으로 지적됐던 것이 사실입니다. '스페셜포스' 시리즈와 '포인트블랭크', '카운터스트라이크' 시리즈 등 주로 1인칭 슈팅 게임을 해왔기에 3인칭으로 치러지는 라운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들이 허탈함을 감추지 못한 건 24팀 중 24위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자 또한 현장의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습니다.
◆1인칭 2라운드서 화끈한 샷 감각 발휘한 miTH
1라운드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miTH 선수들은 1인칭 시점으로 치러진 2라운드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1라운드와 마찬가지로 아이템 파밍을 무난하게 마친 miTH는 두 명씩 나눠 서로 거리를 두고 넓은 지역을 장악했습니다. miTH 선수들은 원거리 사격으로 적의 접근을 차단하고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했으며, 전사자 없이 킬을 올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2라운드서는 자기장 운도 따라줬습니다. 이동하지 않고도 안전구역 안에 위치하게 된 miTH는 자신의 영역을 잘 지켜내며 접근하는 적들을 제압해나갔습니다. 19분까지 3킬을 기록하며 샷 감각을 조율한 miTH는 이후 교전이 벌어질 때마다 킬을 올리며 최후의 7팀(11명)이 남았을 때까지 4명 모두 생존하는 저력을 보였습니다.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miTH가 일을 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miTH는 안전지대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와중에 전사자가 발생하기는 했으나 최후 3팀(4명)이 남을 때까지 2명이 생존했습니다. 손에 땀을 쥔 마지막 교전에서 miTH는 한국과 중국의 협공을 받아 아쉽게 2위로 2라운드를 마무리했습니다 한국 NTT의 '섹시피그' 선수가 전사 직전 miTH 선수를 공격하다 죽는 바람에 miTH의 PSS 첫 치킨이 좌절된 것인데요. 1위를 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마지막까지 열심히 싸운 선수들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첫날 16위로 마무리! 아쉽지만 잘 싸웠다!
miTH는 이어진 3라운드와 4라운드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3라운드서는 3인칭 경기에서의 약점을 드러내며 17위로 조기 탈락했고, 4라운드서도 자기장 운이 따라주지 않으며 21위에 그쳐 순위 방어에 실패한 것이죠. 첫날 4라운드 중간 집계 결과 miTH는 700포인트로 16위에 올랐는데요. 순위는 높지 않지만 중위권 팀간의 포인트 격차가 크지 않아 다음 경기 결과에 따라 충분히 상위 라운드 진출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사실 miTH는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과 달리 태국에서 게임에 접속해야 하기에 약간의 불리함을 안고 대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2라운드서 보여준 miTH 선수들의 1인칭 모드에서의 샷 감각은 오히려 한국 선수들을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miTH 선수들은 이날 경기를 위해 전날 새벽 2시까지 약점인 3인칭 실력을 보완하기 위해 연습에 매진했다고 합니다. 또한 경기를 앞두고 스트리밍도 잠시 중단하고 연습에 집중했다는 후문입니다. miTH 선수들이 3인칭 샷 능력과 운영까지 보완한다면 충분히 PSS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miTH '미노루' 보이 "PSS 파이널에서 우승하고파"
miTH 팀의 경기가 끝난 뒤 '미노루(minoru)' 보이를 만났습니다. 닉네임이 본명 같고 이름이 닉네임 같은데요. 태국어 이름이 따로 있지만 해외 팬들도 쉽게 기억할 수 있게 보이(Boy)라는 영어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보이는 '스페셜포스' 시리즈와 '아바(A.V.A)'를 주로 하다 친구의 권유로 '배틀그라운드'로 전향했다고 하는데요. 이날 팀이 기록한 16킬 중 4킬을 올리며 활약한 보이는 '배틀그라운드'에 대해 "최고의 서바이벌 FPS 게임이자 태국에서 넘버원 게임"이라고 극찬했습니다.
보이는 이날 경기 결과에 대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좋은 시합이었다"며 "대회를 위해 하루 4시간에서 8시간 가량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어 그는 "한국에서 대회에 참가한 경험(지스타 2017 배틀그라운드 아시아 인비테이셔널 출전, 듀오 8위 입상)이 있는데 PSS 파이널에 진출해 다시 한국을 찾아 우승하고 싶다"고 야심찬 포부를 내비쳤습니다. 또한 "한국 팀들은 모두 강팀이고 한국 여성분들은 매우 아름답다"고 한국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miTH 팀의 인기는 태국에서 상당하다고 합니다. 이름부터 '메이드 인 타일랜드(Made In Thailand)'에서 따온 miTH 팀의 공식 팬 페이지 팔로워 수가 12만 명에 달하고, 선수들의 트위치 개인 페이지 팔로워 수를 합하면 30만 명을 넘는다고 하네요. 보이의 개인 방송도 많은 팬들이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로 26살인 보이는 "태국에서 e스포츠의 인기가 상당하다"면서도 "프로게이머가 되는 일은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프로 지망생들에게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계속 대회에 참가하고 싶고 좋은 성적 내고 싶다"는 보이의 바람이 이번 PSS에서 실현될 것인지 주목됩니다.
보이 선수. 좋은 성적으로 파이널에 진출해서 꼭 한국에서 다시 만나요.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