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부산 VR 페스티벌은 겉모습이 화려한 행사는 아니었습니다. 다른 전시회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부스걸 경쟁이나 대대적인 경품 살포 이벤트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화려한 겉모습의 대형 부스도 많지 않습니다. 소수의 대형 부스도 단일 업체의 단독 참가 부스가 아닌 공동관이나 연합관 형태이고, 대부분의 업체는 소규모 부스로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부산 VR 페스티벌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속이 꽉 찬 실속 있는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업체들이 공간 활용을 극대화해 작은 부스에도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알차게 준비한 것이죠. 대형 부스의 경우에도 공간을 분할해 동시에 여러 콘텐츠를 이용자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해 공간 낭비를 최소화했습니다. 부스걸 대신 콘텐츠 이해도가 높은 업체 관계자들이 직접 관람객들의 콘텐츠 체험을 돕고, 이용자들의 의견까지 수렴하는 모습을 대부분의 부스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참가 콘텐츠가 다양하다는 점도 이번 행사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VR게임에 치중된 것이 아니라 의료, 군사, 교육, 관광, 건축 등 다양한 산업과 결합된 형태의 상품화 단계 VR 콘텐츠가 출품돼 다채로운 콘텐츠 구성을 완성했습니다.
치매 예방 VR 콘텐츠가 공개돼 노년층 부모를 둔 참가자들의 시선을 끄는가 하면, 가상 VR 면접 콘텐츠 출품 업체 부스에서는 대학 입시 및 취업 면접을 앞둔 젊은이들이 긴 줄을 서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VR게임도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출품돼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지난해 1회 행사의 경우 싱글 플레이 위주의 게임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멀티 플레이 VR게임이 대거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2명에서 4명이 동시에 즐기는 슈팅게임을 출품한 업체의 부스에 관람객들이 긴 줄을 늘어선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 관람객 대상 행사뿐만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을 위한 비즈니스 프로그램도 알차게 마련됐는데요. 업계 유명인사들이 연사로 나서는 컨퍼런스와 투자상담회와 투자설명회, 펀드설명회 등의 부대행사도 알차게 진행됐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알찬 구성 덕분인지 '2018 부산 VR 페스티벌'에는 첫날부터 적지 않은 관람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습니다. 개막일인 26일이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VR 업계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의 일반 관람객이나 외국인 관광객이 대거 현장을 찾아 VR 축제를 즐긴 것이죠.
'부산 VR 페스티벌'은 국내 게임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스타를 비롯한 다수의 행사에 참가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큰 비용을 쓰면서도 외형 경쟁에 치중한 나머지 이렇다 할 전시회 효과를 얻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요. 소모적인 경쟁을 줄이고 관람객 체험 행사를 최대한 늘려나간다면 보다 알찬 성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