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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딜루젼스튜디오 강문철 대표 "'캐슬번', 한 화면에서 즐기는 RTS"

딜루전스튜디오 강문철 대표(왼쪽)와 블루홀피닉스 윤주홍 개발실장.
딜루전스튜디오 강문철 대표(왼쪽)와 블루홀피닉스 윤주홍 개발실장.
딜루젼스튜디오가 개발하고 블루홀피닉스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RTS게임 '캐슬번'이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100만 건을 돌파하며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돼 인기게임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관심을 모은 바 있는 '캐슬번'은 지난 8일 글로벌 시장 본격 출시 이후 빠른 속도로 이용자를 늘려나가며 42개국 인기 카드/전략 게임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딜루젼스튜디오 강문철 대표와 블루홀피닉스 윤주홍 개발실장을 30일 서울 강남구 딜루젼스튜디오 사옥에서 만났다. 강 대표는 해외에서의 뜨거운 반응에 놀라면서도 직접 해외 이용자들과 소통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강 대표는 "'캐슬번'에 대한 해외 반응이 뜨겁다. 특히 브라질에서 핫하고 미국이나 중국 이용자도 많다. 사람이 많지 않은 회사이다 보니 직접 해외 고객대응에 나서고 있다. 파파고나 구글 번역기 등을 이용해 해외 이용자들과 소통하고 있는데 힘들기도 하지만 즐거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이용자들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하게 '캐슬번'을 즐기면서 콘텐츠를 만들고 커뮤니티를 키워나가고 있다"며 "뷰어가 많지 않은 해외 유튜버를 통해 글로벌 인기 유튜버가 '캐슬번' 관련 방송을 하고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고, 이용자들이 디스코드와 레딧 커뮤니티를 어느 정도 활성화시킨 뒤 우리에게 권한을 넘겨주기도 했다. 이용자들이 즐기면서 게임을 함께 키워간다는 느낌이 든다. 항상 감사할 따름"이라고 해외 이용자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캐슬번' 대표 이미지.
'캐슬번' 대표 이미지.

해외에서 이처럼 '캐슬번'에 대한 뜨거운 반응이 일고 있는 이유는 게임성에서 나온다. 강문철 대표를 비롯한 개발진이 가장 잘 알고 가장 많이 플레이해온 장르인 RTS의 재미를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하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 강 대표는 "내가 재미있게 즐길 수 없는 장르의 게임은 만들기도 어렵더라. 전작인 '가디언 스톤'은 오토 플레이가 가능한 수집형 RPG인데 애초에 내가 즐겨 하는 장르가 아니어서 그런지 만들면서도 이게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제일 많이 즐기고 잘 안다고 생각하는 RTS 장르를 차기작으로 골랐다"고 말했다.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오랜 기간 즐겨온 강문철 대표를 비롯한 개발진은 모바일 환경에서 RTS의 재미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고심했고 '캐슬번'을 통해 국내외 이용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강 대표는 "PC와 달리 복잡한 조작이 힘든 모바일 환경을 감안해 스크롤을 없애고 한 화면에서 게임이 진행되도록 했다. 얼핏 보면 '클래스 로얄' 스타일의 아류작이라고 보일 수 있지만 게임을 해본 이용자들은 RTS 장르를 모바일에 잘 구현했다고 말한다. 해외 이용자들이 '캐슬번'에 대해 'RTS와 클래시 로얄이 만나 낳은 아들'이라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의도가 어느 정도는 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크롤 없이 한 화면에서 RTS의 재미를 즐길 수 있도록 해 조작의 어려움을 줄였다.
스크롤 없이 한 화면에서 RTS의 재미를 즐길 수 있도록 해 조작의 어려움을 줄였다.

딜루젼스튜디오에서는 '캐슬번' 개발 과정에서 사내 대회를 꾸준히 열었는데 직원들이 함께 대회 경기를 보면서 즐기며 완성도를 높여왔다. 강 대표는 "매주 대회를 열었는데 결승전은 큰 화면에서 중계를 하며 함께 관전했다. 다른 e스포츠 대회를 보는 것처럼 박수를 치고 함께 즐기며 지금까지 왔다. 게임 출시 이후 이용자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며 우리 게임의 보는 재미를 인정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강문철 대표는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개발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딜루젼스튜디오 개발 게임을 살펴보면 개성 넘치는 외형의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데 강 대표가 고집스럽게 추구하는 개발 철학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캐릭터 하나를 만들더라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전투에 나가는데 갑옷을 입어야지 옷을 벗고 있으면 안된다거나, 캐릭터가 다 예쁘고 잘생길 수 없다는 식으로 말이다. 캐릭터 외모도 게임 내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면 안된다는 원칙도 고수했다. '가디언 스톤'에서는 이용자들이 수집해야 하는 캐릭터를 왜 이렇게 못생기게 만들었냐고 하기도 했지만 우리 색깔을 버리지 않았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우리 게임을 보고 '캐릭터가 예쁘다'거나 '보기 편하다'고 칭찬해주시기도 한다. 특정 시장이나 계층을 겨냥해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잘할 수 있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든 뒤 반응이 있기를 기대한 것인데 해외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캐슬번'의 해외 성과에는 블루홀피닉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다수의 게임을 해외에 서비스한 경험이 있는 블루홀피닉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딜루젼스튜디오와 협력하고 있다. 강문철 대표는 "해외 성과는 퍼블리셔인 블루홀피닉스 역할이 크다.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날 함께 자리한 블루홀피닉스 윤주홍 실장은 "딜루젼스튜디오와 블루홀피닉스는 단순히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관계는 아니다. 공동 서비스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주 오가며 협력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퍼블리싱이란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캐슬번'에 대한 초반 해외 반응은 분명 고무적이다. 애플과 구글 등 마켓 사업자가 '캐슬번'을 좋게 봐준 덕분에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고 앞으로도 딜루젼스튜디오와 열심히 협력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다 등장하는 '캐슬번'. 딜루젼스튜디오의 개발 철학이 반영됐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다 등장하는 '캐슬번'. 딜루젼스튜디오의 개발 철학이 반영됐다.

딜루젼스튜디오는 꾸준한 업데이트와 콘텐츠 보강을 통해 롱런을 꿈꾸고 있다. 강문철 대표는 "'캐슬번'에 대해 수치적인 목표를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1-2년 억지로 끌고 가다 없어지는 게임이 아니라 10년 이상 지속되는 롱런하는 게임으로 키워가고 싶다. 일단 길드 시스템이 아직 도입되지 않았는데 길드 기능을 10월 초에 추가하고 올해 안에 2대2 모드를 론칭할 계획이다. 매달 신규 캐릭터도 늘려나가고 이용자가 쉽게 대회를 열 수 있게 토너먼트 기능도 도입하려 한다"며 업데이트 계획에 대해 밝혔다.

강 대표는 '캐슬번' e스포츠 대회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해외에서 대회 개최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태국에서 특히 어떻게 하면 '캐슬번' 대회를 열 수 있냐는 이용자가 많았는데 이용자가 더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대회 개최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회가 활성화되려면 지금보다 저변이 두터워져야 할 것 같다. 2대2 모드가 추가되고 보다 다양한 전략적 요소가 추가되고 나면 '캐슬번'의 e스포츠 종목으로서의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문철 대표는 국내 게임산업에 대한 의견과 함께 차기작에 대해 언급했다. 강 대표는 "아직까지 국내 게임산업은 흥행산업 성격이 강하다.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인식이 강해 장르도 편중되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렵다. 시장이 안정화된다면 RPG 일변도가 아닌 다양한 장르의 신작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딜루젼스튜디오의 신작은 지금까지 선보였던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느낌의 게임이 될 것이다. 경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함께 힐링할 수 있는 신작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강문철 대표는 마지막으로 "우리 게임 스크린샷만 봐도 '딜루젼스튜디오 게임이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을 때까지 고집스럽게 우리 것을 지키며 개발에 매진하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그의 고집이 국내외 게임업계에 지금까지보다 더 큰 반향을 미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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