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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스킬] 13화

판타지 스킬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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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제 13화
저걸 언제 다 잡나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많은 수에 나와 하현은 비틀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저것을 못 잡으면 단계는 깨지지 않기 때문에 닥치는 대로 대량 학살을 시도했다.

처음엔 석궁을 쓰길 꺼려하던 은호도 나와 하현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다 팔이 후들거릴 정도로 애쓰는 모습에 미안했는지 자신도 석궁을 쓰며 큐링을 잡기 시작했다.

겨우 그렇게 해서 잠도 자지 않고 하루 반나절 만에 큐링 몰살을 완수해 2단계로 올라갈 수가 있었다.

1단계에서 힘을 너무 많이 써 이틀간 휴식과 잠을 취해야 했지만 말이다.

2단계에 나타난 몬스터는 맹호였다. 그것도 보통 맹호보다 몸집이 비약적으로 큰 것이었다. 동물원에서만 보던 동물을 이렇게 가까이서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보니 살짝 위축되었지만 의외로 싱겁게 깰 수 있었다. 예전 마스테마의 말대로 우리들의 몸은 보통 사람에 비해 힘과 스피드가 엄청나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대로 몸이 자연스레 움직여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래라면 눈으로 쫓을 수 없을 저도의 속도를 가진 호랑이의 움직임이 우리들의 눈에는 슬로우 모션처럼 눈에 훤히 보였다.

그렇게 자신감이 붙어 3단계까지 단숨에 깨고 4단계에 접어들었다.

드디어 몬스터다운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몸이 갖고 있는 능력에 자신감이 붙은 우리들에겐 어쨌거나 쉬운 난이도의 몬스터였다.

단계를 깨 나가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정작 문제는 우리 안에 있었다.

이상하게 하현은 은호를 싫어했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모습을 싫어해서 그러는 것 같아 타일러도 봤지만 하현은 그런 내 말도 씹으며 이제는 대놓고 투명 인간 취급을 해 버렸다.

나 같으면 화가 나 당장이라도 귀싸대기를 때리든가 놈의 목을 졸라 버릇을 단단히 고쳤겠지만 은호는 그저 묵묵히 입을 다물고 오히려 나를 말렸다.

게다가 4단계에 이를 때까지 은호의 석궁 실력은 정말 최악이었다.

마스테마가 분명 정령사라고 했는데 은호는 정령도 불러내지를 못했다. 마스테마가 보내 준 구슬 속의 영상을 몇 번이고 보며 따라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매 전투 때마다 은호는 구석에 숨어 상황만 지켜보고 나와 하현 둘이서만 해결을 했었다.

그런 자신이 짐이 된다고 느꼈는지 수리 때마다 꾸준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였고, 5단계에 은호는 처음으로 직접 자신도 돕겠다고 나서게 되었다. 그런 기특한 마음에 나는 뒤쪽에서 우리의 보주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원래 원거리 용 무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직접적으로 나서서 싸우는 것보다 뒤쪽에서 견제, 지원을 해 주는 게 가장 이상적인 전투 방식이었다.

하지만 은호는 그걸 몰랐는지 주변에 달려드는 몬스터를 공격하지 않고 한창 난투 중인 몬스터를 향해 화살을 날리는 것이었다.

적과 검을 부딪치며 싸우는 근접형 아군의 적을 쏘기란 엄청난 명중률을 자랑하는 실력이 아니면 위험한 방법이었다.

하현과 싸우는 몬스터를 겨냥하는 은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 나는 서둘러 말리기 위해 소리를 질렀으나, 이미 화살은 석궁을 떠나 둘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역시나 나쁜 예감은 항상 들어맞는 법.

몬스터를 향해 쏜 화살은 잔인하게도 하현의 팔에 박혀 버렸다.

당황한 나는 서둘러 하현을 치료하기 위해 실패의 주문을 외워 몬스터를 사라지게 한 다음 하현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하현은 분노에 찬 표정으로 은호에게 달려가 은호의 뺨을 주먹으로 갈려 버렸다.

“미, 미안해요!”

“죽여 버린다, 너!”

하현에게 맞은 부분이 아프지도 않은지 그저 자신이 하현을 쏘았다는 것에 놀란 은호가 안색이 파래져선 연신 사과를 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두 손으로 싹싹 빌며 사정하듯 용서를 비는 은호의 모습에도 하현은 화를 풀 기색 없이 은호를 향해 다시 주먹을 내뻗었다.

“그만, 하현! 우선 활부터 빼!”

나는 은호를 치려는 하현의 몸을 양팔로 가두듯이 안아 막았다.

“놔. 가만 안 두겠어.”

이를 갈며 죽일 듯이 은호를 노려보는 하현의 섬뜩한 표정에 은호는 겁에 질려 결국 눈무를 터뜨렸다. 그런 은호의 모습에 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이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일을 열었다.

“울어? 진짜 한심스러운 놈이군.”

내뱉은 하현의 말에 반박하지 못한 채 그저 은호는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떨어뜨렸다. 그런 모습에 더 이상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듯 하현은 경멸 어린 시선으로 은호를 바라보다 이내 등을 돌리고 한쪽에 있는 나무에 기대어 앉아 화살촉을 부러뜨렸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자신의 팔에 박힌 화살을 뽑아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붉은색의 피가 넘치듯 흘러나왔다. 그 모습에 나는 서둘러 챙겨 뒀던 포션을 상처 위에 뿌리고 하현의 입에 가져다 대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은호는 석궁 연습을 더욱더 열심히 했다.

정확하게 목표를 맞히기 위해 우리가 자는 시간에도 연습을 하고, 모르는 부분이나 싸우는 방법 등을 나에게 물어보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주었던 것이다.

그렇게 실력을 쌓아 이제는 제법 우리들의 뒤에서 견제 정도는 가볍게 할 정도의 실력이 된 것이다. 물론 그 모습에 하현도 은호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듯해 보였다.

뭐, 지금도 여전히 틱틱대며 싸가지 없는 말로 대하기는 하지만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으니까 좀 발전했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그리고 우리는 큰 어려움 없이 이렇게 6단계를 통과한 것이다.

“근데 이렇게 쉬워도 되려나?”

“뭐?”

조용히 중얼거리는 나의 말에 하현이 찡그리며 묻자 나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다음 단계를 생각하고 있었어.”

슬쩍 말을 돌리는 나의 해옹에 하현은 혀를 차곤 자리에서 일어나 침낭 쪽으로 몸을 돌렸다.

“어차피 자고 일어나면 알게 될 테니 잠이나 푹 자 둬.”

“응.”

하현에게 간단하게 대꾸하고 은호에게 잘 자란 인사를 했다.

“은호 너도 잘 자라.”

“네.”

주변을 대충 정리하고 약해진 모닥불의 불을 살리기 위해 장작 몇 개를 집어넣고 나 역시 잠을 자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끄응.”

한껏 기지개를 켜고 나는 내 쪽에 마련된 침낭에 몸을 집어넣고 눈을 감았다.

날이 밝자 제일 먼저 일어난 하현이 나의 어깨를 흔들며 깨워 주었다.

부스스 눈을 껌뻑이며 일어나 옆에서 자고 있는 은호를 깨웠다. 아래쪽의 호수로 내려가 가볍게 씻은 뒤 식사 준비를 했다.

내가 식사 준비를 하는 사이에 먼저 먹을 것을 사냥한 하현이 마스테마에게 받은 수정구로 자신과 비슷한 무기를 사용하는 사람의 동작을 보며 연구하고 있었다. 은호 역시 정령을 부리기 위해 한쪽에 앉아 수정구를 보며 정령을 부르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 온 뒤로 우리들의 일상생활은 매일 이런 식이다.

죽지만 않았다면 학업에 관한 일로 고민에 빠질 나이인데 말이다. 음, 나는 여자 친구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자신을 꾸미며 대시를 하고 있겠지?

“자, 먹자!”

하현이 잡아 온 사슴의 뒷다리를 떼어 내 베어 물었다.

“김치가 그립다아.”

“음, 저도요.”

고기를 뜯어먹던 은호도 슬쩍 웃음을 지으며 덩달아 말을 한다.

“…….”

역시나 식사에만 충실한 하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현의 무뚝뚝함에 우리 둘은 애써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자식, 좀 사교성 좀 키울 수 없냐?

투덜거리며 다시 음식 먹기에 열중한 나는 슬쩍 하현의 눈치를 살피는 은호를 보고 요즘 정령 소환에 문제가 없는지 물어보았다.

“참! 은호, 정령은 아직이야?”

“아! 오늘 드디어 운디네를 소환했어요.”

나의 질문에 반가운 기색을 띠며 은호가 입을 열었다.

“우와, 그래?”

“네!”

“잘됐네.”

은호의 어깨를 토닥이며 칭찬을 해 주자 은호는 쑥스러운 듯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자신감을 찾은 듯 뿌듯한 은호의 표정에 기분이 좋아지던 나는 운디네는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호기심이 문득 들었다.

“근데 은호, 운디네 지금 부를 수 있어?”

“아, 네! 부를까요?”

“응!”

두 눈을 반짝이며 흥미진진한 표정을 짓는 나의 모습에 은호가 웃음을 지으며 소환 주문을 외웠다. 나직이 들려오는 주문과 함께 은호의 앞쪽으로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물방울들이 허공에서 생겨났다. 바닥에 뚝 하고 떨어질 듯 방울방울 맺히던 물방울들이 이윽고 한가운데 모여 주먹만 한 구체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동그란 구에서 가느다란 물줄기가 빠져나오면서 손바닥만 한 크기의 정령 한 명이 형상화되었다.

“우와―!”

“……!”

나의 감탄과 함께 하현 역시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

운디네의 모습은 크기만 작을 뿐 완벽한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전체적으로 피부가 물색을 띠고 인어처럼 허리아래부터는 기다랗고 투명한 지느러미가 있었다.

“예쁘다!”

허공이 마치 물속인 것처럼 헤엄을 치듯 움직이는 운디네의 모습에 나는 탄성을 지르며 운디네의 모습을 눈으로 쫓았다.

이게 얼마 만에 보는 여자인가!

호기심이 강한 나의 눈길을 느꼈는지 은호 주변을 헤엄치듯 돌아다니던 운디네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나의 눈동자를 보더니 싱긋 웃으며 인사까지 건네는 게 아닌가! 캬!

“우와! 운디네가 나한테 마음이 있나 봐. 나보고 인사해.”

호들갑을 떨며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운디네에게 살짝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간만에 보는 여자의, 그것도 엄청나게 아름다운 얼굴을(정령이지만) 본 나는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그런 나를 보며 하현은 고개를 저었다.

“침 떨어진다, 도후.”

“헛! 쓰읍!”

주책없는 내 행동을 못 참겠는지 하현이 한마디 하자, 나는 서둘러 손등으로 입가를 훔쳤다. 그런 내 모습이 재미있는지 운디네가 키득거리며 입을 가리고 웃음소리를 흘렸다.

아아! 아름다워라! 눈이 즐겁도다!

두 눈을 감고 행복에 겨워하는 나를 보며 은호가 키득거렸다. 그러다 궁금하다는 듯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근데 형, 얘들은 어떻게 싸워요?”

“글쎄?”

그러고 보니 나 역시 정령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모르고 있었다.

저렇게 조그만 정령이 무슨 능력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은호에게 한번 해 보라는 식으로 말을 건넸다.

“한번 능력을 보이라고 말해 봐.”

“근데 말이 안 통해서…….”

곤란하다는 듯이 말하는 은호의 말에 나는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말이 안 통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뭐?”

“한번 명령을 내려 봤는데 말이 안 통하는지 못 알아듣더라구요.”

“설마! 그럼 한번 움직여 보라고 시켜 봐.”

나의 말에 은호는 정령을 보더니 슬쩍 불렀다.

“음, 이리 와.”

말이 안 통할 거라는 은호의 말과는 다르게 운디네는 쪼르르 날아 은호의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 모습에 나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은호를 바라보았다.

“말이 통하잖아?”

“하지만 공격 명령은…….”

나의 말에 은호도 머쓱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말끝을 흐렸다. 나는 은호 옆에서 헤엄치며 노는 운디네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다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은호에게 일러두었다.

“흠! 그럼 은호, 우선 운디네를 보내고 다시 수정 구슬로 정령들이 싸우는 방법을 공부해 봐.”

“네.”

시무룩한 표정을 지우며 어꺠를 늘어뜨린 은호의 행동에 나는 다시 한번 힘내라고 어깨를 토닥여 준 뒤 함께 식기 정리를 했다.

식기를 정리한 뒤 어느 정도 몸을 푼 다음 하현과 은호를 불러 7단계에 도전하기 위해 시작의 주문을 외웠다.

“간다. 7단계 시전!”

우리를 감싸고 있던 숲은 나의 발동 주문과 함께 서서히 주변을 일그러뜨리며 사라져 갔다. 이내 초록의 풀들이 가득한 드넓은 평지로 주변이 바뀌었다.

우리 셋은 슬쩍 주변이 변한 모습을 확인하고 한마디씩 내뱉었다.

“이번에는 평지냐.”

하현의 투덜거림에 나 역시 혀를 찼다.

“마스테마, 어디 숨어서 보고 있는 거 아냐? 매번 우리가 지형을 잘 이용하니까 이번엔 죄다 없애 버렸네? 썩을!”

주위를 둘러본 우리는 잔뜩 걱정이 됐다.

이유인즉, 4단계부터 6단계까지 출몰하는 몬스터의 수에 비해 실력이 모자란 우리들이 내건 묘책은 주변의 장소를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매번 몬스터들을 분산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빈틈을 찾아 재빨리 제압하는 방법을 반복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마스테마가 만들어 준 신체 조건이 받쳐 줘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 단계는 허허벌판에서 몬스터를 상대해야 했다.

분명히 마스테마가 어디선가 숨어서 보다가 일부러 이렇게 만든게 틀림없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조용하네요.”

주변을 둘러보던 은호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은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 정면으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뿌옇게 모래 바람이 솟아오르는 것이 목격되었다.

“엥? 저게 뭐냐?”

“……?”

“……!”

처음엔 가느다란 모래 먼지였다. 하지만 서서히 그 가느다랗던 모래 줄기가 서서히 회오리바람처럼 굵어지며 푸른 하늘을 덮어 갔다. 그와 함께 조용하기만 하던 평원이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지진처럼 발밑이 진동을 한다. 처음엔 그저 가벼운 떨림이었으나 눈앞의 모래 줄기가 커지면 작은 진동도 점차 커다랗게 울렸다. 무슨 일일까, 눈앞의 모래 먼지를 향해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상 현상의 원인을 보고 놀라 혀를 깨물 뻔했다.

“켁―!”

“……!”

“윽!”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블린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기를 휘두르며 입술 사이로 끈적끈적한 침을 흘리면서 무리를 지어 달려오는 고블린 사이에서 또 다른 종족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엄청난 크기의 오거들이었다.

“크오오오!”

“뭐, 뭐, 뭐, 뭐, 뭐냐!”

엄청난 수의 떼거리를 본 나는 한순간 말을 잃고 더듬었다.

저길 어떻게 처리한단 말인가?

불안함에 슬쩍 하현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저놈이 상황 판단을 잘하기 때문에 뭔가 수를 쓰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의 기대를 무너뜨리듯 하현이 앞장서며 입을 열었다.

류현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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