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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스킬] 17화

판타지 스킬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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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제 17화

“아아, 냉정해라!”

채앵―!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하현은 아무 말 없이 손에 쥔 검집에서 검을 빼 들었다.

날카로운 쇳소리에 깜짝 놀랐는지 이제야 여자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불만을 토로했다.

“어머? 여자에게 아무렇게나 검을 뽑는 건 죄라구요, 죄! 몰라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묻지. 대답이 없을 시엔 적이라 간주하고 그냥 베겠어.”

투덜거리는 여자의 말을 가볍게 묵살한 하현은 마지막 경고 차 입을 열었다. 하현의 막가는 싸가지 성격으로 보건대 많이 참은 것이었지만, 그것을 모르는 여자는 아직도 하현이 허세를 떤다고 생각했나 보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깐죽거리는 만행까지 저지르면서.

“어머! 설마 제가 저 귀염둥이를 놀려서 그런 건가요? 혹시 애인이에요? 아앗! 그럼 그 유명한 금단의 연인?!”

‘뭐, 뭐야?’

“나? 내가 뭘?”

어리둥절해 하는 나를 보며 여자는 뭐가 좋은지 팔짝팔짝 뛴다. 그러곤 간드러지게 웃으며 내 손을 또 잡으며 찰싹 달라붙는 게 아닌가!

‘저리 가! 이 마녀야!’

“어머! 순진하고 둔하기까지! 완벽해! 내 타입이야!”

뭔 뜻으로 가리킨 건지는 모르지만 또다시 기분이 나빴다.

이젠 못 참는다! 저놈의 계집애! 으득―!

“하현, 베어 버려. 신종 몬스터인가 보다.”

딱 잘라 하현에게 말하자 하현이 내 말을 시행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검을 쳐들고 여자 앞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그런 하현의 모습에 좋다고 팔짝팔짝 뛰던 여자는 깜짝 놀라 손을 저으며 하현을 말리다 이내 포기하고 서둘러 자신을 소개했다.

“아니, 아니, 이봐요. 알겠어요, 알겠어. 내 이름은 치르윈 도트란 마법사 치르윈이라고 해요.”

“마법사?”

자신을 마법사라 소개하는 여자의 말을 되묻는 은호의 질문에 나는 서둘러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저거 거짓말이야. 마법사가 무슨 저리 허접스러워? 그 흔한 동네 얼뜨기도 처리 못하는 게 무슨 마법사?”

“어머, 귀여운 줄로만 알았더니 한 성깔 하나 보네요. 입도 걸걸한 걸 보니. 하지만 얼굴과는 안 어울리니까 되도록 그런 말투는 삼가는 게 좋을 거예요. 저 잘생긴 분을 위해서라도.”

“뭐야?!”

왜 자꾸 나랑 하현을 짝을 이뤄 입에 올리는데?!

나를 놀리듯 말하는 그녀의 말에 울컥 화가 난 나는 인상을 잔뜩 구겼다. 그런 나의 표정을 보며 키득거리던 치르윈은 한쪽 눈을 찡그리며 나에게 속삭이듯 넌지시 말을 건넸다.

“흠! 뭐, 그래도 얼굴이 워낙 잘났으니 용서는 되니까 노력하세요. 아무튼 전 진짜 마법사라구요.”

“쳇! 보나마나 초짜 마법 수련생이겠지.”

“어머, 절 모르시나 보군요. 이래봬도 제가 이 포르네이야 국의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미모의 천재 마법사라구요.”

자신을 자랑스레 소개하는 치르윈의 말에 나는 슬쩍 그녀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뭐, 은호나 나보다는 못났지만 여자치고 나름대로 귀여웠다. 안경으로 가렸다 하더라도 뭐든 잘 보이는 나의 눈에는 제대로 보였으니까 말이다.

뭐 그래,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여우 같은 타입이지. 난 아니겠지만. 난 토끼 같은 여자가 좋아!

하지만 역시 나에게 한 짓을 생각하니 인정해 주고 싶은 생각이 없어져 나는 일부러 들으라고 크게 투덜거렸다.

“미모는 무슨…….”

“어머, 자길 조금 가지고 놀았다고 금세 삐치기는.”

나의 투덜거림에 고개를 저으며 한숨짓는 그녀의 말에 나는 또다시 얼굴이 빨개졌다.

“누, 누가 삐쳤다고 그래?”

“호호홋 당황하지 마세요. 납치해서 데려가고 싶잖아요.”

‘허걱! 저건 혹시 그 동생이 말하던 변태녀?!’

마치 마녀처럼 웃는 그녀의 모습에 순간 예전에 여동생이 말하던 여자들 중에 가장 무서운 존재의 얘기가 생각났다.

여자이면서도 성격과 취향은 완벽한 남자, 그것도 아저씨 취향을 가진 여자, 그런 여자를 만나게 되면 잘생긴 남자들은 그녀의 제물이 되어 버리고 엄청난 고통을 당하며 결국엔 그녀의 꼬봉으로 있어야 한다는 말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설마 말로만 듣던 그런 여자 변태를 여기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근데 마법사라면서 왜 아까 깡패들에게 쫒기셨어요?”

구석에 쭈그리고 변태를 만나 그 변태에게 찍혔다는 생각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은호가 그 변태 마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머, 어머! 이건 또 웬 귀여운…… 엘프……?”

“……?”

역시 은호의 외모도 그녀의 취향에 맞는지 은호를 보자마자 반가운 기색의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가만히 은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게 아닌가!

안 돼! 은호마저 변태 마녀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할 수는 없다!

“저리가, 이 마녀!”

“동행?”

은호를 내 뒤쪽으로 숨기고(그래 봤자 나보다 약간 커서 가려지지는 않지만) 재빨리 앞을 가로막아 치르윈의 시선을 차단했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나를 조용히 보던 치르윈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모습에 아까와는 다르게 진지한 모습이 엿보여 이상함을 느꼈지만 우선 동행이라는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 그런데?!”

“흐음…….”

뭔가 생각을 하는 듯 우리를 향해 보던 시선을 거두더니 이어서 뒤쪽에 가만히 있는 하현을 바라보았다.

“설마……!”

조용히 중얼거리는 그녀의 말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그녀에게 다그쳐 물었다.

“뭐야?!”

“아니, 아니! 셋 다 너무 잘생기고 아름다워서 제 집에 초대할까 생각하느라고요.”

“거절하겠어.”

“맞아, 거절이야.”

딱 잘라 말하는 하현의 말에 덩달아 말을 하자 치르윈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흠, 하지만 가는 게 좋을걸요?”

“흥!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어머, 아까 들어보니 용병 일을 하신다고 하던데 이곳에서 용병을 구하는 곳은 바로 한 군데뿐인걸요?”

그녀를 만나기 전에 얘기했던 내용들이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슬며시 이 여자의 정체가 궁금했다. 우리의 말을 들었다는 건 우리의 뒤를 미행했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에겐 아직 이렇다 할 적은 없지만 혹시나 마스테마의 일이 다른 마족에게 들통이 난 건가 하는 생각으로 치르윈을 추측했다. 저 여자의 행동으로 보건대 분명 마족 쪽의 인물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들었어? 그러고 보니 감쪽같이 말 돌려서 깜빡했는데 마법사라는 사람이 왜 건달들한테 붙잡혀서 울어 대는 거야?”

“어머? 말했잖아요. 그건 우는 척하는 연기였다고요. 사실 지나가다 잘생긴 당신들을 봐서 어떻게 친해질까 궁리를 했죠. 다들 잘생기고 능력도 있을 것 같아 알아 두면 이득이겠다는 생각으로요. 그런데 갑자기 알은체하기도 그렇고 그냥 말을 거자니 거절당할 것 같아서 이 동네 건달들에게 도움을 청한 거죠.”

“뭐야. 그럼 짰다는 거잖아?”

“어머, 아니에요. 단지 그 건달들을 유혹해서 이쪽으로 끌고 온 것뿐이라구요. 그들이랑 짜다니 절 어떻게 보시고 하는 말인가요?”

나의 추궁에 여전히 여유로움을 보이는 치르윈은 과장된 몸짓으로 설명을 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들어 보면 결국은 우리에게 흑심이 있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쳇! 결국은 그거나 이거나.”

“그래도 제 생가대로 이렇게 얘기하게 되었잖아요.”

“으득!”

자랑스레 자신의 행동이 성공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치르윈을 보자 밉살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런 나의 표정을 보던 치르윈은 키득키득 웃음을 흘리며 살짝 용병에 관하여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리고 용병 얘긴 정말 사실이에요. 요즘 같은 평화 시대에 용병이 하는 일이라곤 정말 몇 개 없거든요.”

“뭐?”

“거짓말!”

평화 시대라니, 아무리 이곳 세계가 평화스러워도 몬스터라든지. 상인들의 호위 정도는 늘 있기 마련이다. 그런 나의 생각을 읽었는지 치르윈은 살짝 눈썹을 찡그리고는 입술을 핥으며 설명을 해 주었다.

“어머, 거짓말이 아니라구요. 벌써 15년째 포르네이야, 하르포엔, 베르노아, 와스니 이 네 국이 화평을 한 뒤론 전쟁 따윈 일어나지 않았다구요. 그리고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5년째 몬스터들의 출몰도 많이 줄었기 때문에 용병들의 일이라 건 정말 하늘에서 별 따기죠. 그나마 있는 일거리라도 특급이나 A급 용병을 구하지 당신들처럼 초짜들을 시키는 곳은 별로 없을 거라구요. 뭐, 제 소개가 있다면 단번에 A급으로 올라갈 수 있지만요.”

‘쳇! 자기가 뭔데?’

자기를 따라오면 일거리라도 주선해 주겠다는 치르윈의 말에 나는 날름 혀를 내밀었다. 그러나 치르윈은 그런 나의 아이 같은 행동에 오히려 좋아하는 표정을 지어 재빨리 내민 혀를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은호가 조심히 치르윈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치르윈님은 그쪽 관계자인가요?”

“훗훗, 맞아요, 귀여운 엘프님. 저 역시 용병, 물론 현재는 가르보백작님에게 계약되어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용병이랍니다. 그것도 특급 용병이지요.”

“아, 저기…….”

은호의 질문에 치르윈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하얀 어깨가 드러난 부분을 은호의 가슴 쪽으로 밀착시켰다. 물론 솔직하고 순진한 은호는 얼굴이 빨개져 뒷걸음치기에 바빴고 나는 그런 여우 같은 치르윈의 목덜미를 잡아 뒤로 끌어당겼다.

하지만 무슨 마법을 걸었는지 치르윈은 맨손으로 각목을 가볍게 나무젓가락 부러뜨리듯 부순 나의 힘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다 못한 하현이 다시 칼을 뽑자 그 소리에 슬쩍 빠져나와 하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때요? 한번 제가 안내하는 곳으로 같이 가실 의향이 있으신지?”

“저기…….”

내가 미처 말리기도 전에 하현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벽에 기대었던 등을 떼고 걸어왔다.

“좋아. 가지.”

“훗훗, 탁월한 선택이에요. 그럼 저희 용병단을 소개해 드리죠.”

하현의 말에 두 눈을 반짝이는 치르윈의 모습은 정말 마녀 같았다.

왜 가자고 하는 거야, 하현!

제 6장 새로운 동료

원래부터 이 포르네이야 국은 지극히 평화로운 나라였다고 한다.

또한 다른 세 나라(하르포엔, 베르노아, 와스니)와는 판이하게 나라 성향도 다르기 때문에 종족 간의 거리감 또한 없기로도 유명했고.

물론 오십여 년 전까지는 꽤 잦은 나라 싸움과(서로의 땅을 늘리기 위해 베르노아가 자신의 위에 국가인 포르에이야국에게 선전포고를 고했다고 한다.) 귀족들 간의 파벌 싸움으로 나라가 들썩거릴 정도로 시끄러웠다. 게다가 포르네이야 국의 북쪽 국가인 하르포엔 국이 베르노아 국과 싸우는 포르네이야 국의 뒤통수를 치듯 전쟁에 합세해 포르네이야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그런 정세를 말끔히 끝낸 자가 있었으니, 바로 광폭하기로 유명한 블랙 드래곤. 블랙 드래곤의 등장으로 인해 이 지옥 같던 전쟁이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끝나게 되었다.

이유인즉, 드래곤의 해츨링이 전쟁으로 일어난 소음에 시끄러워 잠을 못 잔다고 해서던가? 이제 곧 성룡이 되는 이 해츨링은 남은 시간을 잠으로 때우기 위해 억지로 레어로 들어갔으나 레어가 자리 잡은 나라가 포르네이야국의 동쪽이었던 게 화근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사랑스러운 해츨링이 하찮은 인간들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해 화가 난 어미 드래곤이 화를 낸 것이었다.

참으로 이 세계에서야 가능할 법한 이유였다.

그렇게 광폭한 블랙 드래곤이 포르네이야 국의 병사들과 하르포엔국의 병사들의 절반을 몰살하자, 이에 겁을 먹은 왕들이 서둘러 평화 조약을 맺게 되었다고 하는데, 다름 아닌 이 광폭한 블랙 드래곤께서 자신의 아들(헤츨링)이 성룡이 될 때까지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는 자신의 종족들과 함께 나라를 몰살시키겠다는 협박에 의해서 조약이 맺어졌다.

또한 드래곤의 협박에 의해 덩달아 주변 국가인 와스니 국이나 베르노아 국까지 협정을 맺게 되었으니, 이 현명하신 블랙 드래곤께선 다른 국가도 협정을 맺게 만들었다는 말은 치르윈의 말대로 어린아이들도 알 정도의 커다란 이슈였던 것이다.

그 화평의 내용은 대충 이랬다.

[20년간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는 이유를 불문하고 몰살시킨다.]

그 화평으로 인해 15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 세계의 나라들은 서로 전쟁을 걸지 않고 쥐 죽은 듯 조용히 지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참! 그 드래곤 한번 보고 싶네.”

치르윈의 설명에 내가 탁자에 턱을 괴며 김이 샌다는 듯 한숨을 내쉬자, 은호가 자신의 앞에 있는 주스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계에선 드래곤이 제일 센가 봐요.”

“뭐, 그래곤이니까.”

은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내 모습에 치르윈은 조용히 있다가 이내 신기한 듯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이런 일들을 몰랐다니, 세 분은 도대체 어디서 오신 건가요?”

“아……!”

그러고 보니 치르윈이 설명을 해 주면서 그리 말했지, 이건 누구나 아는 일들이었다고.

우리를 의심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치르윈의 시선에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다 이내 표정을 풀고 미소를 띠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하, 우린 태어나면서부터 외딴 섬에 갇혀 지내다시피 해서 나라 사정은 잘 몰라. 들어보지도 못했고. 이곳에 온 것도 이번이 처음인걸.”

“흐음……?”

나의 말에 은호와 하현, 그리고 내 얼굴을 순서대로 주의 깊게 보는 치르윈의 행동에 나는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투덜거려 주었다.

“왜 쳐다봐? 진짜 우리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 물어보는 거야.”

“어머, 그런가요? 뭐, 그렇다고 해 두죠.”

“……?”

뭔가 의미심장한 듯한 말을 내뱉은 치르윈의 말에 우리 셋은 영문을 모른 채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이내 은호가 자신의 질문에 다시 입을 열려고 할 때 시끄러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발소리가 문 저편에서 들리더니 이윽고 커다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두 명의 사내가 등장했다.

“치르윈!”

“치르윈!!”

“어머, 오셨네요.”

씩씩거리며 화가 난 듯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치르윈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쪽으로 등을 돌리며 문 쪽에 있는 두 명의 남자를 향해 혀를 찼다.

류현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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