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누가 그를 초대했는가
끝이 보이지 않는 아득한 절벽 위, 얼마나 높은지 구름도 그만 중간에 걸려 헉헉대고 있다. 도저히 인간의 발길이 닿을 것 같지 않은 이곳에 놀랍게도 희미하지만 분명 인간의 형상이 보였다. 사람이 아니고 신선이 아닐까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그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어찌 사람이 이곳까지 와서 겁도 없이 절벽 끝에 앉아 있는 것일까?
“휴 어쩌자고 사부는 이따위 무공을 가르쳐줘서 이 고생이람. 무공을 완성하는 데 걸린 세월이 2백 년이라니, 내가 어쩌자고 이따위 것을 완성한다고 그 좋은 청춘을 다 보냈던가. 불쌍한 내 신세여, 어휴!”
세상에! 얼핏 보기에 잘 봐줘야 갓 스물을 넘었을 것 같은 저 젊은이가 미친 것일까? 2백 년 동안 무공을 익혔다면 나이가 2백 살은 넘었다는 말일 텐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것일까.
까마득한 절벽 끝에 서서 푸념을 늘어놓는 저 사람의 이름은 달천. 청운의 꿈을 안고 사부를 만나 무공을 배우고 절반의 성취를 이루었을 때 그의 나이는 스물이었다.
불과 절반의 성취였지만 그는 그 무렵 무림에 출두해 당시 세상을 어지럽히던 파천마교를 잠재울 만큼 고절한 무공을 선보였고, 때문에 무림에서 꽤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로 인해 은근히 자만심이 들었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야무진 단꿈을 꾸고 있었는데, 그 꿈은 사부의 한마디로 무참히 깨져버리고 말았다.
“달천아, 요즘 왜 그리 들떠서 무공을 게을리 하고 침만 흘리고 다니는 게냐?”
한심하다는 눈으로 사부는 이렇게 말했다.
“참나! 사부님, 저도 이제 제법 유명해졌으니 앞으로 돈도 많이 벌 것이고, 아가씨들에게 인기도 많아질 텐데 그렇게 되면 장가가서 단란한 가족을 이뤄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 아닙니까. 그러니 어찌 들뜨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퉁명스러운 어조로 달천이 이렇게 대꾸했다.
“허, 그놈 참. 이놈 달천아.”
“네, 사부님.”
“네가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는 모양인데, 너 사내구실도 못하는데 어떻게 장가를 간단 말이냐?”
답답하다는 듯한 어조로 사부가 이렇게 말했다.
“에이, 사부님도. 제가 얼마나 튼실한데 그런 말씀을 하세요. 이래 봬도 열 여자도 문제없다고요, 쳇.”
“달천아, 네가 아직 잘 몰라서 그러는 모양인데 네가 익힌 무공이 어떤 무공인지 아느냐?”
“어떤 무공이기는요, 세상에서 제일 강한 무공이지요. 헤헤.”
“음, 그 말은 맞긴 한데 네가 익힌 무공은 한 가지 흠이 있느니라.”
순간, 달천에게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러나 자신이 갑자기 잘 나가니까 아무래도 사부가 질투가 나서 저러는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속으로 실소를 하고 말았는데.
“사부님, 설마 제자가 잘 나간다고 해서 사부님의 은공을 잊을까봐 그러시는 거예요? 에이, 사부님은 앞으로 제가 편안히 모실 테니 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마세요.”
건들거리는 자세로 달천이 이렇게 말하자 사부는 대뜸 그의 머리를 갈기고 말았다.
따악!
“이놈아! 내가 제자 이용해서 편하게 살자고 널 가르쳤는지 아느냐?”
“켁! 사부님, 그렇다고 다 큰 제자를 쥐어박으면 어떻게 해요. 제 체면도 있는데.”
“이 미련한 놈아, 잘 들어라. 네가 익힌 무공은 일종의 동자공이니라.”
“도, 동자공이라뇨?”
점점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하자 달천의 목소리가 떨렸다.
“한마디로 무공을 끝까지 완성하기 전엔 동자의 몸을 유지해야만 하는 무공이라는 게다.”
쿵!
달천은 심장이 멎을 듯한 충격적인 사부의 말에 벌떡 일어나서 이렇게 물었다.
“아니, 그럼 장가를 못 간다는 말씀입니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장가 타령만 하네그려. 영원히 못 가는 것이 아니고 무공의 끝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에 그전에 장가를 가고 싶다면 무공을 폐지하든가. 어흠!”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무공을 폐지하게 되면 어차피 장가가긴 힘들어질 것 같고, 그렇다고 그 힘든 수련을 또 해야 한다 생각하니 장밋빛 미래에 갑자기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는 듯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만약 무공을 완성한다면 실력은 더 늘어날 것 아닌가. 그러면 더욱더 그의 주가가 상승할 것 같아서 달천은 그만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을 하고야 만 것이다.
사실 그의 이런 결정은 단순한 계산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계산은 이랬다. 무공의 절반, 즉 6성에 달하는 데까지는 그가 9살에 무공에 입문했으니 11년이 걸렸지만 나머지 6성은 현재 그의 성취도로 보아서 늦어도 5, 6년이면 충분할 거라는 것. 그렇다면 앞으로 5년 내지 6년만 고생을 더 하면 남은 인생은 천하제일인이라는 명예와 함께 그야말로 탄탄대로가 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가 익힌 6성은 완전 기초 편에 불과했고 그 나머지를 익히는 것은 그의 능력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니, 불행하게도 그가 이러한 사실을 깨닫는 데만 무려 5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가버려서 포기할 수조차 없는 상황을 맞이하고 말았다.
결국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자나 깨나 무공 완성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파천마교를 박살낼 때 보물창고에서 이상한 약초를 대뜸 주워서 먹었는데, 그것이 공교롭게도 전설로나 들어봄직한 ‘불로초’였던 것이다. 그로 인해 늙지도, 쉽게 죽지도 않는, 괴물 비슷하게 된 그는 무공을 익히는 데 필요한 시간만큼은 걱정 없게 되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그를 살펴보기로 하자.
“빌어먹을 사부, 이따위 무공을 가르쳐줬으면 오래라도 살아서 심심하지나 않게 해주지, 겨우 120살에 세상을 뜨면 나더러 어쩌라고. 생각할수록 괘씸한 사부, 저세상에서 만나기만 해봐라. 두고두고 괴롭혀야지.”
혼잣말이 습관이 된 듯 중얼거리는 그의 독백에는 그 내용과는 달리 어떤 진한 그리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래, 어찌 됐건 간에 무공을 드디어 완성했으니 이제 다시 세상으로 나가봐야지. 암, 그렇고 말고.”
갑자기 벌떡 일어난 그는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그 까마득한 절벽에서 몸을 날렸다. 그러자 아래로 떨어지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마치 땅바닥에 원한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빛살같이 추락을 하는 것이었다.
한데, 바닥에 머리가 부딪혀서 박살날 것 같은 순간, 거짓말처럼 우뚝 서더니 마치 깃털처럼 사뿐히 내려앉는 것이 아닌가. 보고서도 믿을 수 없는 신법이었다.
그가 그렇게 급하게 내려선 곳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계곡이었다.
그곳엔 우측을 가로지르며 폭포수와 연결된 투명한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잠시 그 냇물을 지그시 노려보다가 갑자기 훌훌 옷을 벗어던지더니 요란스럽게 그곳으로 뛰어들어 온몸을 씻기 시작했다.
“흠, 오랜만에 씻으니 기분이 끝내주는구나.”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목욕을 하는 건지 발광을 하는 건지 모를 동작에 심취해 있는 바로 그때, 그가 내려온 절벽 중간쯤에서 마치 스스로 생성된 듯한 신비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누구라도 2백 년쯤 혼자 지내다 보면 없던 호기심도 왕성해질 터. 우연히 그 빛을 발견한 달천은 자신이 지금 발가벗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그대로 떠오르더니 어느새 그 앞에 서서 이상한 빛을 노려보았다.
“아니, 이게 무슨 조화지? 흙과 바위로 이루어진 절벽에서 빛이 나오다니? 내가 너무 오랫동안 이곳에서 지내다 보니 헛것이 보이는 건가?”
하필이면 무림 재출도를 목전에 둔 지금 희한한 광경을 보게 된 달천.
그가 만일 빛을 보지 못했든지, 아니면 이왕 벗은 김에 목욕을 끝내고 보자는 생각만 했어도 그나마 2백 년 고생이 보람을 찾게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놈의 급한 성질머리 때문에 그의 고달픈 인생이 또다시 고달픔으로 이어질 줄을 누가 알았으랴.
“음, 빛이 새어 나오는 곳은 아무리 봐도 어딘지 모르겠는데? 벽에서 빛이 나다니, 이런 황당한 경우는 2백 년을 살았지만 처음 보네.”
주변을 살펴봐도 단순히 돌과 흙으로 이루어진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벽. 발현하는 빛은 둘레가 한 자나 될까 말까 한 크기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은 빛나는 것 외에 그 끝을 알 수 없는 무저갱 같은 느낌도 주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무공 하나만큼은 무식할 정도로 높은 그가 아무리 뚫어지게 살펴보아도 알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결국 그는 그 앞의 허공을 밟고 바짝 다가가서는 손을 살짝 대어보고 말았다.
그러자 그 순간 마치 환상처럼 그의 몸이 빛 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마치 흐느적거리는 액체가 빨려 들어가듯이 사라져버린, 믿을 수 없는 순간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빛도 사라져버렸다.
그 주위에는 그가 벗어 던진 옷가지만 덩그러니 남아 있고 그 넓고 깊은 계곡엔 아무도 없었다.
2
플래너는 기분이 몹시 우울했다. 이번으로 벌써 유희에 나선 지 여섯 번째. 그동안 나름대로 다른 드래곤들에 비해서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고 자부해보지만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얻은 건 그랜드 마스터라는 허명뿐. 결국 이번에도 그의 알 수 없는 고독감을 달래줄 인간은 없었던 것이다.
플래너는 무려 3천 년 이상 드래곤들의 수장 자리를 맡고 있는, 드래곤 세계에서도 제법 명망이 높은 골드 드래곤이다. 그는 신의 창조로 이 땅에 탄생한 무렵부터 촉망받는 헤츨링이었고, 드래곤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로드 자리를 차지한, 한마디로 잘난 드래곤이다.
대부분 잘난 놈들이 그렇듯이 플래너 역시 은근히 다른 드래곤들보다 월등하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잘난 면모를 과시라도 하듯 유희에 나설 때마다 인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사건을 만들어왔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인간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인 잘난 놈의 고독에 물들고 말았던 것이다.
대다수 드래곤들은 신께서 창조하실 때부터 거의 영원에 가까운 생을 허락받는다. 그와 함께 신은 드래곤들에게 기나긴 세월 동안 미치지 않고 견딜 수 있도록 한 가지 감정을 주지 않으셨는데, 그것이 바로 고독이라는 감정이다. 다행히 플래너도 드래곤이기 때문에
지금 자기의 감정이 진정한 고독임을 알 수 없었고 결국 그의 결론은 자기 편리한 쪽으로 흐르고 말았다.
“음, 역시 인간이라는 종족은 너무 하등해서 어쩔 수가 없구나. 나도 이제 어언 7천 년을 넘게 살았으니 이쯤에서 유희는 그만둬야겠어. 자꾸 하등생물하고 어울리다 보니 어쩐지 나까지 이상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원.”
자신의 레어에 다 와갈 때쯤, 플래너는 그러한 결론을 내리고 우선 잠시 동안 수면기에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면서 어서 자고 싶다는 욕망이 일어나 레어를 향하던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와자작! 쿵! 털퍼덕! 갑자기 미친 오우거가 등장이라도 하는 듯, 요란한 소리와 함께 플래너 눈앞에 허여멀건 무언가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플래너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살짝 눈가에 주름을 만들어내며 앞을 살펴보았다.
“아, 이런 개망신이 있나. 천하 최고의 무공을 가진 내가 맨땅에 머리를 박다니. 으이쓰.”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닥을 구르며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달천이었다. 그런데 요란한 소리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그가 완전 알몸뚱이라는 것이다.
플래너는 지금까지 기나긴 시간을 살아오면서 이번같이 황당한 경우를 당하리라곤 상상조차 못해봤다. 그도 그럴 것이 감히 드레곤 레어 근처에 나타날 수 있는 인간도 있기 힘들 텐데 요상하게 생긴 이 건방진 인간은 알몸뚱이로 자신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턱 하니
등장한 것이다. 자신이 이곳에 레어를 짓고 정착한 지도 벌써 6천 년에 가깝고 온 세상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터였다. 그러니 이놈은 분명 정신 나간 놈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지껄이는 소리조차언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으니…….
“거참, 미치려면 곱게 미치지 하필 이럴 때 미친놈이 나타나서 어르신의 고귀한 상념을 방해할게 뭐람.”
플래너가 이렇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그때, 달천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절벽 중간에서 발견한 빛을 보고 손을 내민 것이 기억의 전부였는데 갑자기 눈앞에 사람이 보인 것이다. 물경 2백 년 만에 처음으로 사람을 만났다는 놀라움과 기쁨에 빠져 방금 자신이 겪은 그 황당함조차 기억나지 않았고 오로지 반갑다는 생각이 먼저들었다.
“어이, 형씨! 이거 이런 데서 사람을 만나다니, 반가운데 우리 인사나 합시다. 난 달천이유.”
이 모습에 플래너는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여성체도 아닌 것이 홀딱 벗고 서서는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소리인지 게거품인지 침까지 튀겨가며 요상한 말과 함께 손을 내미는데 기막히지않다면 드래곤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버릇없는 인간 같으니라고.”
아무리 점잖고 사려 깊은 드래곤이라 해도 이런 상황에 흥분 하지않을 수 없는지라 자신도 모르게 그 녀석 머리 위로 손이 나갔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이 이상한 놈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힘을 줄였는데, 상대의 영상이 눈의 착각처럼 흐릿해진다고 느끼는 찰나 버릇없는 그놈의 위치가 한 발 이상 옆으로 비켜서 있는 것이 아닌가.
“어이, 이보슈. 반갑다고 악수 청하는 사람을 치려 해? 당신 혹시 예전에 나한테 죽어라 터졌던 마교의 후예라도 되슈?”
은근히 기분이 나빠진 달천은 눈에 힘을 주어 앞에 서 있는 인간을 노려보았다. 그런데 그러한 자세가 천하에 없는 자비심을 가진 자라 해도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을 정도로 밉상스러워 보였다.
때문에 플래너는 말도 통하지 않으면서 약이 바짝바짝 오르게 만드는 저 건방진 녀석을 죽지 않을 정도로 손봐주기로 결심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전에 저 볼썽사나운 알몸부터 가려놓자는 심산으로 이동 공간저장 가방에서 옷을 꺼내 달천의 앞으로 던져주었다.
“불쌍한 녀석아, 죽기 전에 옷이라도 입거라. 대체 어디서 무얼하던 놈이기에 창피한 것도 모르고 알몸뚱이로 설치누, 쯧.”
제 딴에는 제법 근엄한 자세를 잡고 있던 달천은 상대가 갑자기 허공에 손짓을 하더니 옷 한 벌을 꺼내놓자 어디선가 찬바람이 도는듯한 기운을 느끼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는데, 세상에! 자신의 중요한 곳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비록 어린 나이에 부모 없이 사부 아래서 자랐지만 스스로 뼈대 있는 가문의 자식이라고 생각하던 달천은 이런 황당한 경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염치 체면 불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바닥에 있던 옷을 주워 입었다.
“어험, 본인이 뜻밖의 사고를 당해서 이런 것이니 당신이 이해하고. 어쨌든, 옷을 얻어 입었으니 아까의 불손한 행위는 눈감아주기로 하겠소.”
말이 끝나는 바로 그 순간, 번뜩이는 섬광과 함께 달천의 다리를 절단 내려는 듯이 아래쪽으로 검기가 날아들었다. 너무 순식간이어서 적어도 한쪽 다리는 병신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마치 바람에 밀리는 갈대처럼 달천의 신형이 스르르 밀려나며
무시무시한 검기를 자연스럽게 피하는 것이 아닌가.
“헛. 이놈, 미친놈인 줄 알았더니 제법 재주가 있었구나. 그렇다면 이것도 피해보거라.”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 보이는 놈이 자신의 검을 피해내자 더욱 화가 치민 플래너는 검에 마나를 주입하여 휘두르기 시작했다.
홀로선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