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인류는 멸망했다.
과정은 생략된 결과론적인 표현의 문장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했다.
왜 멸망을 했는지 왜 멸망을 해야만 했는지 왜 멸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인류는 저항을 했다.
처절하고 끊임없이 저항을 했고 그 저항이 가치 있는 것이 될 뻔도 했다.
하지만 인류는 멸망했다.
학자들과 과학자들 그리고 종교가들은 말했다.
인류의 멸망에는 수많은 요인들이 있게 될 것이라고.
그것은 예기치 못한 재앙으로부터 나올 수도 있고 인류의 실수에 의한 것일 수도 있었다.
바이러스, 전쟁, 기아, 핵폭발, 거대한 운석 충돌, 태양의 흑점 폭발, 지구 지각의 대규모 움직임 등 너무나도 많은 인류 멸망의 시나리오.
하지만 정작 인류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인류의 멸망에는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괴물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어쩌면 그것은 예언되어진 것인지도 몰랐다.
그건 인류도 알고 있었던 일인지도 몰랐다.
1900, 90의 9년, 7의 달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
앙골모아의 대왕을 소생시키기 위해 그 전후의 기간,
마르스는 행복의 이름으로 지배하려 하리라.
아들아, 그 원인은 화성이다.
종말이 올 때 갖가지 이변이 덮쳐 온다.
그리고 지구 대이변의 마지막은 화성이 불러일으킨다.
노스트라다무스의 너무나도 유명한 예언.
수많은 사람들이 그 예언의 숨겨진 뜻을 파악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1999년 예언은 틀렸다고 믿겼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졌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에서 예언이 잊혔을 때 화성에서 괴물들이 내려왔다.
그것들은 지구상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전쟁의 신 마르스의 군대.
그들은 앙골모아를 부활시키기 위해 지구를 침공했다.
그렇게 인류는 멸망했다.
―아! 가엽고도 가여운 존재들이여. 번성하고 빛이 나던 존재들이여. 이성과 감성을 가지고 태어난 축복받은 존재들이여. 하지만 신들이 버린 존재들이여. 그대들의 끝이 한없이 빛이 날 수 있도록 그대들을 위해 눈물 흘리노라.
마르스의 군대 앞에 나타난 아름다운 여신.
그녀는 인류를 위해 마지막 눈물을 흘려 주었다.
마르스의 군대를 향해 싸울 수 있는 마지막 희망과 힘을 그녀가 인류에게 나눠 준 것이었다.
“신이시여. 부디 불쌍한 인류를 구원하소서.”
인류는 구원을 받았지만 인류가 믿고 있던 그런 구원은 아니었다.
여신은 마르스의 군대를 막아 주지 않았다.
다만 인류에게 이능(異能)을 부여해 주고 스스로 싸울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다.
“검을 들어라. 방패를 들어라. 우리는 싸울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숨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숨을 내쉴 것이다.”
무시무시한 능력자들의 탄생은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 주었다.
마르스의 화성에서 날아온 괴물들을 능력자들은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인류는 멸망했다.
그 결과는 결코 바뀌지 않았다.
“저것이 앙골모아인가?”
강우는 부서진 검과 형편없이 찌그러진 방어구를 입은 채로 부활하는 거인을 보며 절망했다.
절대적인 두려움과 절망감이 더 이상의 싸울 의지를 박탈하고 있었다.
―크오오오오오!
대기가 찢기는 모습이 눈으로 보이고 대지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강우는 누구보다 강했다.
여신으로부터 받은 그의 이능은 다른 이능력자들보다 강했다.
무시무시한 괴물들도 강우의 검에 의해 베어져 나갔고 보스급이라는 더욱더 강한 괴물들도 강우의 발아래 시체가 되어 쌓였다.
하지만 강우는 결국 실패해 버리고 말았다.
결코 부활해서는 안 되는 앙골모아가 부활을 한 것이었다.
지구의 대기권을 벗어나 버릴 만큼 거대한 거인의 주먹이 지구의 대지를 내려치자 대지는 불타오르며 그 충격파가 지구 전체를 뒤덮었다.
바다는 증발해 버리고 불타는 대지는 용암이 되어 모든 것을 불태워 버렸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존재였다.
지구의 차원을 넘어선 우주적인 존재의 부활은 지구를 영양분 삼아 기생체처럼 지구를 집어 삼켜 버렸다.
“하지 마! 하지 말란 말이다! 제발! 제발 파괴하지 마! 부탁이다! 제발!”
강우는 몸이 불타오르는 것을 알면서도 앙골모아를 향해 손을 뻗으며 최후의 저항을 해 보았지만 부질없는 행위였다.
쿵!
거대한 거인의 두 번째 주먹에 지구의 지각은 깨어지고 맨틀이 드러나며 그 뜨거운 지옥의 불길이 대기를 완전히 태워 버렸다.
“크아아아아! 저주할 테다! 죽어서라도 저주하고 또 저주하며 니놈들을…….”
강우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지구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소행성 지대처럼 산산조각이 나서는 우주 공간을 떠돌기 시작했다.
어쩌면 화성과 목성 사이에도 지구와 같은 아름다운 행성이 있었을지도 몰랐지만 더 이상 태양계에는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을 만한 생명체는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망하셨습니다. 부활 하시겠습니까? Y/N
박천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