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회귀
뜨겁다.
미치도록 뜨거운 느낌에 강우는 몸부림을 쳤다.
태양이 불타는 온도 이상의 온도가 강우의 몸을 순식간에 덮쳤다.
인간의 신체였다면 고통을 느낄 사이도 없이 흔적도 없이 증발을 해 버렸을 터였다.
하지만 강우가 가진 이능과 아이템들이 극한의 온도를 방어해 주었다.
그것은 결코 축복이 아니었다.
“으아아아아아!”
고통은 끔찍하게 강우를 괴롭혔고 강우는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다행히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고통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고통은 사라지고 신체는 완전히 불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의 영혼만이 남아 완전히 사라져 버린 아름다운 지구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미안해. 지켜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그 지구의 마지막을 보며 강우는 눈을 감았다.
강우는 무언가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 목소리가 무엇이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냥 대답만을 했을 뿐이었다.
“아들! 일어나야지? 아들!”
익숙한 목소리가 자신을 깨우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아니 움직일 수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여전히 온몸이 불타오르는 통증이 느껴지는 듯했다.
너무나도 생생하게 온몸이 불타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살점은 녹아 흐르고 하얀 뼈들은 재가 되도록 타들어갔다.
“강우! 일어나!”
자신을 깨우는 목소리는 무척이나 익숙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런 목소리.
‘엄마 목소리? 천국인가? 지옥 갈 줄 알았더니 다행히도 천국인가 보네.’
강우는 마르스의 군대가 지상에 강림한 날 돌아가신 어머니의 목소리에 자신이 천국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앙골모아의 부활을 저지하지 못했고 지구는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당연히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천국에서 뿐인 터였다.
“아들! 너 안 일어나지! 혼나 볼래!”
잔뜩 화가 난 듯한 어머니의 목소리에 강우는 왠지 모르게 행복해졌다.
그리고 미소가 지어졌다.
얼마 만에 그런 미소를 지은 것인지 모를 정도로 처절한 싸움을 해 왔던 강우였다.
“어쭈! 너 웃어! 이놈이!”
강우는 차가운 느낌과 함께 몸을 세차게 흔들어대는 것에 의아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으윽! 추워.”
강우는 온몸을 불태우던 뜨거움에서 이제는 추위가 느껴지는 것에 자신이 천국이 아닌 지옥에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어나라고!”
결국 어머니의 화가 난 목소리에 강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본능적으로 그 이상 화가 난 어머니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을 아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한참이나 흘렀지만 강우의 몸은 반응을 하고 있었다.
“헉! 엄마!”
그리고 본 화가 난 표정의 어머니의 모습에 강우는 멍해졌다.
“어제 밤에 뭐했길래! 일어나질 못하니?”
“어? 앙골모아랑 싸웠는데.”
강우의 어머니는 강우가 아직도 꿈속에서 깨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밥 먹고 학교 갈 준비해라. 늦었다.”
“예?”
강우는 어머니가 자신의 방에서 나가시는 것을 보았다.
“어? 어? 뭐지?”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듯이 연신 주변을 둘러보는 강우는 자신의 눈에 무척이나 익숙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내 방?”
분명 강우 자신의 방이었다.
하지만 강우의 방은 몬스터에 의해 완전히 파괴가 되어 버렸기에 각성을 하고 난 뒤로 단 한 번도 자신의 방에서 잘 수 없었다.
당연히 지구가 완전히 부서진 뒤로 그나마 형태도 남지 않았다.
“빨리 안 나와!”
“어! 알았어요! 갈게요!”
강우는 어머니의 성화에 화들짝 놀라며 급히 방을 나왔다.
“흠!”
“아우! 오빠 정말 한 번 말을 하면 죽어도 안 들어요.”
강우는 믿기 어려운 광경에 입을 벌리고서는 멍하니 식탁을 바라보았다.
분명 죽었을 자신의 가족들이 식탁에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
말도 안 되는 상황에 강우는 젠파이론의 정신 공격을 의심했다.
마르스의 괴물들 중에 정신 공격을 통해 인류를 공격했던 괴물이 있었고 강우도 그 괴물에 상당히 고생을 했었다.
‘하지만 분명 내가 그놈을 죽였는데. 그리고 이미 지구는 멸망했는데……. 천국이 이렇게 현실 같은 건가?’
강우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뭐하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려! 세수 빨리 하고 앉아라.”
“예? 예! 아버지.”
강우는 아버지의 호통에 화장실로 들어가서는 차가운 물에 세수를 했다.
그리고 보이는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없다. 그리고 왜 이리 어려졌지?”
강우는 자신의 얼굴에 길게 새겨진 흉터가 없는 것을 보았다.
괴물들과의 전투에서 부상을 입었던 그 흔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욱 놀란 것은 강우 자신이 어려졌다는 사실이었다.
40대 가까이 되었던 강우였다.
당연히 이능의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지만 세월의 흔적까지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말도 안 돼. 설마?”
이건 너무나도 심했다.
마치 강우는 모든 것이 평범했던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도 생생한데. 설마 천국이 아닌 건가? 상태창 오픈!”
강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거울 속 자신의 귀여운 눈매를 쏘아보며 자신의 능력을 확인했다.
―이강우 (LV 1)
힘: 4 민첩: 5 지력: 3
HP: 20
강우는 자신의 상태창의 능력치를 보고서는 기가 막혔다.
“이건 또 뭐야? 왜 레벨이 1이야? 인벤토리 오픈!”
인벤토리는 더욱더 가관이었다.
분명 엄청난 숫자의 무기들이 들어가 있어야 했지만 하나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강우 자신의 능력은 이능력자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해 있었다.
마르스 군대의 보스급 몬스터들도 강우의 손에 의해 수도 없이 목이 떨어져 나갔었다.
그런 자신이 형편없을 정도로 약해져 있는 것이었다.
이 정도라면 능력자들이 아니라 일반인들보다도 못할 정도였다.
“너 뭐하니? 학교 늦는다!”
“예! 나가요!”
강우는 어머니의 외침에 놀라서는 급히 화장실을 나와 식탁에 앉아서는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교복을 입고 책가방을 맨 뒤에 집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
그런 강우의 옆에는 여동생인 세라가 서 있었다.
강우는 멍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다가 곧바로 따라 나온 아버지를 보았다.
“오늘은 늦었으니까 아빠가 학교까지 태워 줄게.”
“와! 아빠 최고!”
“…….”
강우는 하나뿐인 여동생인 세라와 함께 아버지의 승용차에 타고서는 학교까지 제시간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만일 강우의 아버지가 차를 태워 주지 않았다면 강우는 학교를 제때 도착 하지 못했을 터였다.
기억에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었지만 이십 년도 넘은 과거였기에 길을 제대로 찾는 데 상당히 고생을 했을 터였다.
“그럼 공부 열심히 하고. 음! 자! 기분이다. 엄마한테는 이야기 하지 마.”
“와! 아빠 최고!”
“…….”
강우는 아버지가 주신 만 원짜리 한 장을 받아들고서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빠 나 먼저 간다.”
“어? 어! 그래.”
세라는 급히 학교 안으로 뛰어 들어가 버렸고 강우는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는 듯이 멍하게 있었다.
그러고 있을 때 강우는 자신의 손에 들린 만 원을 누군가가 채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이! 오늘 형님한테 바칠 돈이냐? 크큭!”
“……?”
강우는 자신의 만 원을 들고서는 웃고 있는 남학생을 보았다.
기억이 잘 나지는 않았지만 그 남학생은 자신과 무슨 관계가 있는 모양이었다. 강우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누구인지를 떠올리려고 했다.
‘누구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온통 기억이 뒤죽박죽인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게 강우가 인상을 찡그리자 자신에게 대든다 생각한 것인지 그 남학생은 강우의 뺨을 때렸다.
짝!
“이 새끼가! 지금 어디서 눈깔을 부라려. 너 죽고 싶냐? 이 지질한 새끼가! 니가 감히 나한테 대들겠다는 거야?”
강우는 뺨의 얼얼한 통증에 어리둥절했다.
‘뭐지 이 자식은 왜 나를 때려?’
강우는 기억을 하지 못했지만 과거 자신이 고등학생일 때 자신을 유난히도 괴롭히던 불량 학생이었다.
그때는 강우도 지질해서 맨날 학교 일진인 아이들에게 얻어터지고 돈을 빼앗기고는 했다.
각성을 하고 나서는 그 누구도 강우를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기에 다시 느끼는 이 상황이 신선할 정도였다.
퍼억!
“크윽!”
강우는 자신의 배를 걷어차는 학교 일진에 땅바닥을 굴렀다.
상상도 할 수 없는 힘을 가진 몬스터들 앞에서도 이렇게 땅바닥을 구르지 않던 강우였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피하지도 못했고 생각 이상으로 통증이 왔다.
“힘도 없는 새끼가 어디서 까불어! 너 오늘 저녁때까지 5만원 채워 와라. 안 그러면 너 죽을 줄 알아.”
그 남학생은 무던히도 자신을 괴롭혀 고등학교 한때는 자신으로 하여금 자살을 할까 하는 생각까지 만들게 했었다.
퇫!
“멍청한 새끼!”
학교 일진은 그런 강우를 향해 침을 뱉고서는 학교로 유유히 들어가 버렸다.
강우는 자신의 얼굴에 붙은 침을 손으로 닦고서는 거들먹거리며 걷는 일진의 등을 바라보았다.
저런 놈이 있는 곳이 천국일 리는 없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생생하게 다가오는 느낌과 통증은 강우에게 있어서 살아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뭐야? 회귀라도 한 거야? 설마……. 하하! 하하하!”
웃음이 나왔다.
강우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웃겼다.
수군! 수군!
등굣길의 학생들이 그런 강우를 보며 수군거렸지만 강우는 창피함이나 모멸감보다는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크크큭! 뭐야? 진짜로 과거로 돌아온 거냐? 크크큭! 크크크크!”
한참을 웃던 강우의 두 눈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렇단 말이지. 크크큭! 대박이네. 큭! 좋아! 강해져 주마! 미친 듯이 강해져서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강우는 자신이 회귀를 했고 아직 마르스 군대의 침략을 받기 이전으로 돌아왔음을 알게 되었다.
박천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