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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루프] 3화

무한의 루프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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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3. 죽음

강우는 과거로 회귀를 하기는 했지만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몰랐다.

20년이라는 시간도 문제였지만 마르스의 군대와의 싸움에 몰두를 하느라 강우 자신을 버린 것이 문제였다.

사실상 강우라는 인간을 죽이고 버렸던 삶이 20년이었다.

오직 피와 살육만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인간이 아닌 철저한 살육 기계로 남지 않았다면 강우가 마지막까지 버티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한서 고등학교.”

자신이 과거에 다녔던 고등학교의 이름이 너무나도 어색했다.

분명 이 학교에 다니기는 했을 것이었지만 상당 부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강우는 물끄러미 학교 정문에 새겨 있는 현판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회귀를 했다고 해서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부질없는 일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세상은 멸망해 버릴 것이며 이런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아무런 쓸모없는 것이 될 것이다.

그렇게 강우는 학교를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지금은 한시라도 강해져야만 할 때였다.

일분일초가 강우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소중했다.

‘강해져야 한다. 그 어떤 것보다 강해져야 한다.’

강우는 강해진다고 해서 앙골모아를 이길 수는 없다고 여겼다.

단 두 번의 주먹질로 지구를 부숴 버린 괴물이었다.

설령 강우가 신이 된다고 해도 앙골모아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법은 있었다.

‘앙골모아가 부활하지 못하게 하면 된다.’

강우는 앙골모아가 부활하지만 못한다면 충분히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능이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는지를 확인해야만 했다.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강우는 회귀를 했고 자신의 상태창과 인벤토리가 열리는 것을 확인했다.

비록 이능이 초기화되어 버렸지만 강우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얼마든지 자신이 강해지는 방법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상일은 강우가 생각하는 것만큼 되는 것이 아니었다.

“야! 이강우! 너 어디 가냐! 이놈의 새끼!”

“…….”

강우는 성난 코뿔소처럼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체육복 복장의 중년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눈에 익은 듯하면서도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쭈! 너 이제는 담임 보고 인사도 안 하냐?”

“아!”

강우는 중년 남자의 말에 지금 눈앞의 남자가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의 담임임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름은 떠오르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의 강우는 있는 듯 없는 듯한 별 특색 있는 학생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별다른 추억도 없었다.

별다른 의욕도 없었고 별다른 꿈도 없던 강우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회귀했다고 해서 학교생활에 의욕을 보일 생각은 없었다.

“너 어디 아프냐?”

걱정스러운 듯한 담임의 목소리에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아프니 귀찮게 하지 말라는 의도였다.

하지만 어른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건방진 모습이었다.

콩!

“아앗!”

강우는 머리를 울리는 충격에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아팠다.

괴물들과의 싸움에서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에 살이 베이고 뼈가 부러져도 신음 한번 흘리지 않았던 강우였다.

그런데 너무나도 아픈 것에 강우는 이상함을 느꼈다.

“이 녀석 까불지 말고 빨리 교실로 들어가!”

“으으! 예!”

강우는 담임의 호통에 겁을 먹고서는 얼른 교문을 지나쳐 뛰었다.

그렇게 무작정 뛰었다.

하지만 자신이 몇 학년인지 그리고 몇 반인지는 도무지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다.

‘뭐지? 바보라도 된 건가?’

자신의 기억력이 이토록 나빴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없는 기억을 끄집어 낼 수는 없었다.

결국 학교의 건물 복도에 멍하니 서서는 활기찬 듯이 뛰어다니는 학생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다들 교실로 들어가고 있었지만 강우 혼자만이 자신의 교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혼자 남겨진 듯한 외로움에 한쪽 가슴이 아련한 아픔에 물들게 했다.

언제나 그랬다.

동료들을 만들어도 어느새 돌아보면 혼자였다.

사랑하는 여인도 결국 강우를 혼자 남겨 두었다.

사랑하는 가족들도 강우의 곁에는 없었다.

오직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 내야만 했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나중에 가서는 왜 싸우는지조차도 잊어버렸다.

그래서 강우는 실망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닫았다.

그러고서는 자신에게 적의를 드러내는 괴물을 향해 무작정 살육만을 저질렀다.

‘그런데 왜 이리 쓰라리고 아프지?’

회귀를 했기 때문에 마음의 벽이 무뎌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절망적인 앙골모아의 힘에도 굳건하던 결의가 무너져 버린 것은 아닌가 했다.

연약하고 흐물흐물거리는 마음이 단단하게 굳어지도록 강우는 숨을 들이마셨다.

공기에 닿은 두부가 점점 딱딱해져 돌처럼 굳어 버리라는 듯이.

짝!

“윽! 컥! 콜록! 콜록!”

강우는 갑자기 자신의 등을 때리는 충격에 숨을 들이마시다가 놀라서 기침을 연신했다.

그런 강우에 그의 등을 때린 존재도 놀란 것인지 움찔하다가 이내 말을 걸어왔다.

“야! 놀랐잖아.”

“콜록! 콜록! 누구?”

자신이 놀라게 했으면서 도리어 자기가 놀랐다는 말을 하는 녀석을 쳐다보며 강우는 물었다.

그런 강우의 물음에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던 남학생은 이내 들려오는 종소리에 강우에게 소리쳤다.

“야! 종 울렸다! 빨리 가자! 이러다가 담탱이한테 걸리면 혼난다.”

“어?”

강우는 분명 친구였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남학생이 달리는 것에 얼떨결에 달리기 시작했다.

그 남학생을 뒤쫓지 않는다면 자신의 교실을 영영 찾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하아! 하아!”

강우는 얼마 뛰지 못했는데도 숨이 가빠 오는 자신의 체력에 기가 막혔다.

몇 날 며칠을 괴물들과 격렬하게 싸웠던 자신이었다.

고작 몇 분 뛰는 것만으로도 힘겨울 정도라면 괴물들을 상대하기란 불가능했다.

‘그……그만!’

강우는 남학생에게 그만 뛰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때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남학생은 곧장 한 교실의 뒷문으로 뛰어 들어갔다.

저곳이 자신의 반인 듯싶었다.

“후우! 후우!”

강우는 숨을 고르고서는 자신의 반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교실을 한번 둘러보았지만 누구 하나 강우에게 신경을 쓰는 아이들은 없었다.

다들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고 있었기에 강우에게 관심을 보일 일은 없었다.

강우에게야 20년 만에 보는 동창생들이었지만 그들에게는 매일 보는 그런 얼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내 자리가 어디 자리지?’

강우는 자신의 반은 찾았지만 자신의 자리를 찾는 것이 또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에 한숨이 나왔다.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 같은 상황이었다.

강우는 교실을 두리번거리다가 빈자리를 발견했다.

‘두 자리인가?’

남은 자리는 두 개였고 한 자리에는 무척이나 예쁘장한 얼굴의 여학생이 앉아 있었고 다른 한 자리에는 방금 전에 자신의 등을 때린 남학생이 앉아 있었다.

“저기가 내 자리인가 보네.”

강우는 별 의심 없이 남학생이 앉은 옆자리로 다가가 앉았다.

“…….”

“안녕!”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남학생에 강우는 인사를 했다.

기억이 나지 않았기에 너무 튀지 않게 평범함을 가장하려고 했다.

하지만 남학생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면서 주변의 학생들도 강우를 멍하니 바라보기 시작했다.

“너 뭐하냐?”

“어? 뭐하냐니?”

남학생은 황당하다는 듯이 말하고서는 이내 강우를 발로 차며 외쳤다.

“니 자리로 가! 남자 새끼가 징그럽게 왜 그래!”

“풋!”

“대박! 강우 남자 좋아했나? 큭!”

강우는 교실 바닥에 넘어지면서 주변의 학생들이 웃음을 터트리는 것을 들었다.

그제야 다들 남녀가 같이 짝을 이뤄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자리가 예쁜 여학생이 앉은 옆자리인 듯싶었다.

강우는 얼굴을 붉히며 급히 자신의 자리로 찾아가서 앉았다.

“안녕!”

“어! 아……안녕.”

강우는 자신을 향해 눈웃음을 짓는 예쁜 여학생을 향해 인사를 해주고서는 오늘 무척이나 피곤한 하루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대로 강우는 차라리 괴물들과 사생결단을 내던 것이 오히려 좋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하루 종일 실수 연발이었다.

환생이라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이 아님을 온몸으로 느낀 것이었다.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은 그렇게 정확한 것은 아니었기에 강우는 모든 것을 몸으로 부딪쳐서 해결을 해야만 했다.

물론 고등학교 때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강우에게도 조금 의외였다.

아무리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의 이름이나 얼굴들 정도는 기억을 해야만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이게 무슨 말이지?’

강우는 수업을 들으면서 교과서에 적힌 내용들과 선생님들의 말 그 어떤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야? 나 고등학교 때 이렇게 멍청했던 건가?’

강우는 자신이 멍청해도 너무나도 멍청한 것에 경악을 해야만 했다.

국어가 되었든 영어가 되었든 수학이든 아무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글자조차 간간히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었다.

그렇게 강우는 하루 종일 기진맥진을 한 채로 어찌어찌 하굣길에 올라설 수 있었다.

시간은 천재에게든 바보에게든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었다.

“미치겠네.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어. 어? 그러고 보니 여긴 또 어디야? 나 설마 길 잃은 건가?”

이제는 집도 못 찾아간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렇게 주변이 어두컴컴해질 때까지 돌아다녔지만 결국 자신의 집을 찾지 못했다.

운이 없어도 정말이지 더럽게 없다고 생각하며 터벅터벅 길을 걸었다. 그때 어둠을 뚫고 무언가가 자신을 향해 덮쳐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씨발! 뭐가 이따위야?”

회귀 전이었다면 분명 쉽게 피했을 터였다.

아니 피하지 않아도 몸에 상처 하나 없었을 터였다.

하지만 강우는 엄청난 충격과 함께 의식이 끊어지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사망하셨습니다. 부활하시겠습니까? Y/N

박천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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