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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루프] 6화

무한의 루프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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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6. 학교생활

“다녀오겠습니다.”

“너 PC방 가면 가만 안 둬!”

강우는 폭풍우 같은 아침을 보내고 집 밖으로 나왔다.

회복물약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이 쑤시고 결렸다.

“하아! 빨리 강해져야 하는데.”

PC방 금지와 용돈 압수에 강우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스마트폰도 없는 더러운 세상.”

스마트폰이라도 있었으면 부족하게나마 능력치를 흡수할 게임을 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 세상에 스마트폰은 개념도 없는 상태였다.

결국 컴퓨터 CD 게임만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능력치와 아이템을 흡수해야만 했다.

“온라인 게임에 비해 PC 게임의 능력치가 낮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강해지지가 않아.”

게임 세계관의 차이인지 아니면 캐릭터 설정상의 문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2D 게임보다 3D 게임이, 그리고 타케팅 게임보다는 논 타케팅 게임에서 능력치 상승이 커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설정의 게임을 통해서는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했다.

이능의 능력치라고 해도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한번 흡수한 캐릭터는 계속 성장을 시키더라도 능력치 흡수가 되지 않았다.

결국 새로 캐릭터를 생성해서 다시 성장을 시켜야만 했다.

그렇기에 강우는 만렙에 도달하기 전에는 어지간하면 능력 흡수를 하지 않았다.

사실 만렙에 도달을 하더라도 상위의 아이템을 구하기 전까지는 능력 흡수를 할 수 없었다.

만렙이라고 해서 다 같은 만렙은 아니었다.

장비에 따라 능력이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게 무한정 계속 능력 흡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생각보다 게임 캐릭터 성장시키는 것도 어렵다고.”

강우는 책가방을 메고서는 자신의 기억에 떠오르는 한서 고등학교로 향했다.

“생각보다 가깝네.”

길을 잃었다는 것이 황당하게도 집에서 자신의 모교는 가까웠다.

아니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들을 따라 가기만 해도 사실 길을 잃지는 않았을 터였다.

짝!

그렇게 학교의 교문에 도착을 했을 때 강우는 자신의 어깨를 때리는 느낌에 온몸을 뒤틀었다.

“으윽!”

“가……강우야?”

그리 세게 맞은 것은 아니었지만 워낙에 체력이 낮아서 HP가 깎일 정도였다.

강우는 당황한 듯한 여자의 목소리에 아픈 어깨를 문지르며 뒤를 돌아보았다.

“지혜?”

강우는 자신의 반의 옆자리의 예쁜 여학생인 지혜임을 알아보았다.

지력이 올라갔다고 이번에는 이름까지 기억이 난 모양이었다.

사실 강우는 지혜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었다.

교내의 퀸카이기도 했고 비록 한 학기뿐이었지만 자신과 짝이었기도 한 여학생이었다.

아마도 강우 외에도 수많은 남학생들이 지혜를 좋아하고 있을 터였다.

“아! 오랜만.”

“뭘 오랜만. 어제도 봤잖아.”

“아! 그랬지?”

강우가 멋쩍음에 머리를 긁적이자 지혜는 미소를 지으며 강우에게 말을 했다.

“너 그런데 요즘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어? 그래?”

강우의 옆에서 지금껏 지켜봤던 지혜였기에 강우의 몸 상태의 변화를 모를 리가 없었다.

지혜가 보기에 지금의 강우는 딱 기아만 겨우 면한 난민 같은 상태였다.

분명 이 정도는 아니었기에 지혜도 아리송한 것이었다.

“야! 늦었다. 들어가자.”

“어! 그래.”

강우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발랄하게 앞서서 교문을 들어가는 지혜를 따라 들어갔다.

강우는 그런 지혜를 따라가기 시작했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생각보다 빨랐다.

교실까지 가는 것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강우는 사력을 다해서 지혜를 따라가야만 했다.

“하아! 하아! 처……천천히!”

“응? 뭐?”

지혜는 숨을 헐떡이는 강우를 보며 황당해했다.

그리 빨리 뛴 것도 아닌데 강우는 온몸에 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보이는 것 이상으로 체력이 바닥인 듯한 강우를 보며 지혜는 의아해했다.

아무리 강우가 조금 비실비실한 남학생이기는 했지만 여학생보다 체력이 낮은 것은 아니었다.

“너 어디 아프니?”

“어? 하아! 하아! 사……사정이 있어서 말이야.”

강우는 짝사랑하던 여자아이에게 남자로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창피했다.

‘하필 초기화가 되어서는. 캐릭터를 빨리 흡수해야겠는데.’

강우는 다음에는 전사 캐릭터를 흡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교실로 들어가서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이번에는 자리가 기억이 난 것인지 제대로 앉은 듯했다.

그렇게 강우가 자신의 자리에 앉자 누군가가 다가왔다.

“이강우. 너 어제 간도 크게 땡땡이를 다 치냐.”

“아! 오랜만.”

강우는 친구인 것을 알겠지만 영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남자애에게 대충 인사를 해 주며 명찰을 확인했다.

아직 충분히 기억이 날만큼 지력이 올라간 것은 아닌 듯했다.

“뭐가 오랜만이야! 어제 땡땡이쳤다고 오랜만이냐!”

“아! 몰라. 재규. 아! 맞다. 너 CD 구워 팔았지?”

이름을 확인하자 자신을 찾아온 친구에 대해서 기억이 떠올랐다.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니었지만 마법사의 지력을 흡수한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어? 어! 왜? 동영상 구워 줘?”

재규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당시에는 드문 CDR―W라는 기기를 가지고 있던 재규는 이 기계로 제법 짭짤하게 용돈을 벌고 있는 친구였다.

강우가 CD 좀 구워 달라는 말에 야한 것을 원하는 줄로 안 재규였다.

야한 동영상은 온라인에서도 구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애용하는 이들이 있었다.

“아니! 악마사냥꾼하고 RPG 게임 좀 구워 줄 수 있냐?”

“그거 최신 거라 비싼데.”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호주머니를 뒤졌다가 이내 인상을 구겼다.

‘맞다. 용돈 다 뺏겼지.’

강우는 돈을 다 뺏겼다는 것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외상.”

“나 간다.”

“잠시만 알았어! 일단 구워만 놔.”

강우는 돈을 만들 만한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돈을 버는 것은 강우에게 있어서 그다지 어려울 것이 없었다.

게임 속 캐릭터의 능력뿐만 아니라 그 캐릭터에 귀속되어 있는 아이템들도 현실로 가지고 나올 수 있었다.

그것이 무기나 방어구 같은 장비든 황금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귀금속이든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RPG 게임에서 금이나 은 및 보석을 얻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현실에서야 대단한 귀중품이지 게임 속에서는 그냥 흔하게 굴러다니는 것들에 불과했다.

당장 은반지나 금반지 같은 것은 게임 초반만 해도 흔하게 나오는 것들이었다.

‘은반지 두 개 먹었지 아마?’

강우는 PC방에서 했던 게임 속에서 별다른 능력치를 올려 주지 못하는 잡텝 중에 은반지 두 개가 있음을 떠올렸다.

은반지이기에 현실에서도 큰돈을 벌지는 못할 터였지만 그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아! 아니다! 야! CD 필요 없다!”

“뭐? 왜?”

강우는 다시 생각해 보니 재규로부터 CD를 구울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돈이 아쉬울 것이 없는 강우로서는 굳이 불법 루트를 통해 구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정품 살래.”

“돈도 많네! 새끼!”

재규는 용돈 벌기가 실패하자 투덜거리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강우는 정품을 사자며 느긋하게 자신의 자리에 앉아 수업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들을 만하네.’

강우는 지력이 좋아졌다고 선생님들의 설명이 이해가 가기 시작하는 것에 피식 미소를 지었다.

강우로서는 마음만 먹는다면 세계 최고의 천재가 될 수도 있었다.

딱 한 게임만 마법사로서 만렙만 찍고 능력치를 흡수만 해도 충분했다.

강우는 자신의 고등학교 이후를 떠올렸다.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게 나와서 재수를 했었지 아마. 뭐 다음 해도 해에도 겨우 삼류 대학을 졸업하고 비실비실하며 백수로 지냈으니 나도 참.’

여동생과는 달리 강우 자신은 유전자의 저주를 받았던 것인지 뭐를 해도 안 되는 저주받은 몸뚱이를 가졌다.

이능의 능력마저 가지지 못했다면 괴물에 의해 잡아먹히는 신세였을 터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어찌된 일인지 너무 빠르게 이능이 발현되었다.

원한다면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어차피 20년 뒤에나 있을 일이니까. 그전까지 조금은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강해질 것이었다.

전생 때와는 달리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질 생각이었다.

전생 때는 능력 흡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고작 1년 정도 밖에는 없었다.

대부분의 게임 회사들은 거의가 다 망했었다. 그나마 이능력자인 강해의 요청으로 겨우 남은 게임 회사가 있었다. 그 회사 게임의 서버에 접속해서 잠도 자지 않은 채로 미친 듯이 게임을 하고 괴물들을 사냥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렇기에 자신이 있었다.

물론 20년 뒤에 괴물들과 치열한 싸움을 해야 할 운명 자체는 변하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적어도 20년 동안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는 기회였다.

그것이 너무나도 행복해지는 강우였다.

“야! 이 강우!”

“예?”

강우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 나서야 수학 선생님과 반 친구들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신을 어디다 팔고 사는 거냐! 이놈아! 나와서 이거 풀어!”

“헉! 예! 죄송합니다!”

강우는 딴생각에 빠져 있다가 자신을 부른 줄도 모르고 있었다.

“큭크큭!”

반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얼굴이 붉어졌지만 이내 칠판으로 나가 문제를 풀기 위해 분필을 붙잡았다.

다행히 이해가 되는 문제였기에 강우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분필을 들어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풀이 과정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지만 제대로 공부를 해 오지 않았다면 까다로운 문제였다.

아마도 전생의 강우였다면 꽤나 버벅거렸을 문제였다.

“잘했다.”

“오오!”

수학 선생님의 칭찬에 친구들의 감탄이 울렸다.

강우는 별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어깨가 으쓱여졌다.

몸은 10대의 고등학생이라지만 머리는 30대의 아저씨인 강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의 칭찬은 제법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러게 하면 되는데 왜 안 해. 이놈아!”

쿵!

“아앗!”

강우는 수학 선생님의 나무막대기에 맞은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며 고통스러워했다.

“어? 어! 이놈의 새끼! 엄살은!”

강우는 자신의 저질 체력을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렇게 그날의 학교 수업은 크게 문제없이 끝날 수 있었다.

“응? 야자?”

강우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지금 시기에는 야간 자율학습이라고 하는 것이 존재했다.

당연히 빠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강제 참여였다.

하루라도 빨리 힘과 체력 등을 올려야 하는데 무려 저녁 8시까지 야간 자율 학습을 해야 했다.

집으로 돌아가 숨만 한숨 돌리면 바로 자야 했고 다음 날 아침에 다시 학교로 나와야만 했다.

“그럼 언제 강해지라고?”

게임을 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빡빡하게 돌아가는 학교생활에 강우는 멘탈이 부서질 것 같은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만약 야자 도망가면 아버지한테 맞아 죽겠지?”

강우는 암담한 자신의 상황에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느낌이었다.

박천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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