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언제 게임을 하란 말이야?
주말이 왔다.
강우는 낮은 체력으로 인해 너무나도 타이트한 학교생활을 몸이 버텨내지를 못하고 있었다.
“끙! 끙! 아이고! 나 죽네.”
기가 막히게도 학교생활을 버텨내지 못하고 몸살이 나 버렸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서는 버틸 때까지 버텨 보았지만 주말에 긴장이 풀리자 곧바로 누워 버렸다.
“제길! 이게 뭐야? 이게! 내가 몸살이라니! 내가 몸살이라니!”
상상도 못할 괴물들과 몇 날 며칠을 치고받고 싸우면서도 버텨내던 체력이었다.
그런데 다른 여타의 고등학생들처럼 공부하고 야간 자율학습을 하며 저녁에 하교하고 새벽에 등교하는 것을 버티지 못한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들의 스케줄이 가히 살인적이란 것을 강우는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나마 머리가 좋아지면서 어느 정도 학교 수업은 따라갈 수 있었지만 체력이 워낙에 낮아 몸 상태가 나빠지자 지력도 같이 떨어졌다.
“아니! 죽지도 않았는데 레벨은 왜 떨어져!”
인간은 공산품이 아닌 생명체였다.
당연히 나이를 먹거나 병이 걸리면 능력치는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능력 흡수로 올린 능력도 강우가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하니 오히려 능력치가 떨어지면서 점점 사라져 버리는 것은 당연했다.
능력치가 떨어지면 당연히 레벨도 덩달아 떨어졌다.
“하아! 상태창 오픈!”
―이강우(Lv 6)
힘 : 5 민첩 : 4 지력 : 25 지혜 : 13
HP : 28 MP : 67
힘과 민첩이 떨어진 것이 치명적이었다.
레벨은 두 단계나 떨어졌고 HP와 MP 또한 떨어져 있었다.
물론 제대로 휴식을 취한다면 어느 정도는 다시 힘과 민첩 및 지력이 회복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우는 그것이 별 의미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게임만……. 게임만 하면!”
게임만 해서 능력 흡수만 하면 다 해결될 문제였다.
하지만 그 게임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픈 애가 무슨 게임이니! 들어가 좀 쉬어!”
분명 맞는 말이었다.
꾀병이 아닌 이상 게임이나 쳐 하고 있는 것은 부모 입장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더욱이 강해의 파리한 얼굴과 비쩍 마른 몸은 누가 봐도 중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
도저히 게임을 하겠다고 컴퓨터 책상에 앉아 있을 법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니 강우는 게임을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결국 강우는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스마트 폰이나 테블릿 PC가 없는 세상을 저주하고 증오했다.
‘기왕 회귀시켜 주었으면 대학생 때로 시켜 줄 것이지.’
자취를 하던 대학생 때였다면 하루 종일 게임을 해서 강해졌을 터였다.
“쿨럭! 쿨럭!”
강우는 갑작스럽게 기침이 나왔다.
문제는 한 번이 아니라 계속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허! 쿨럭! 설마?”
낮아진 체력에 결국 병이 걸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아니 이미 창백한 안색은 병에 걸렸다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설마 쿨럭! 죽는 건 아니겠지?”
정말 기도 안 차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강우는 눈앞이 어지러워졌다.
앙골모아의 일격에 불타 죽고, 회귀해서는 자동차에 치어 죽기까지 했다. 그도 모자라서 병에 걸려 죽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인생에 강우는 우울증이 올 지경이었다.
“안 돼. 살아야만 해.”
겨우겨우 은반지를 팔아 악마사냥꾼이라는 게임 CD를 샀다.
비록 아직 PC에 인스톨을 하지는 못했지만 인스톨하고 단 한 시간만 하면 어지간한 체력을 회복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바로 그 한 시간이 정말 문제였다.
강우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
“호호호호!”
“껄껄껄껄!”
거실에서는 부모님과 여동생이 무한도전을 보며 웃고 있으셨다.
강우는 서러움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그 상황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할 자신이 들지 않았다.
정말이지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결국 눈물을 흘리며 강우는 자신의 침대에 몸을 눕혀야만 했다.
그러고서는 깜빡 잠이 들었는지 눈을 감았다가 힘겹게 눈을 떴다.
“응? 밤인가?”
방 안이 어둑어둑한 것이 밤이 된 것 같았다.
자신의 방 밖으로는 가족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쿨럭!”
강우는 직감했다.
다시 눈을 감았다가는 더 이상 눈을 뜨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강우는 그런 도박과 같은 상황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으윽!”
잠이 들기 전보다 더욱 체력이 떨어진 것인지 강우는 힘겹게 기어서는 방문을 열었다.
조용했다.
마치 집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한 상황에 강우는 의아해했지만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였다.
강우는 정말이지 사력을 다해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기어갔다.
“쿨럭! 쿨럭! 하아! 하아!”
강우는 컴퓨터 책상의 의자에 앉아 컴퓨터가 부팅되기를 기다렸다.
짜증이 날 정도로 부팅 속도가 느렸지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부팅이 끝나자마자 CD룸에 악마사냥꾼이라는 게임을 집어넣고서는 인스톨을 시작했다.
“쿨럭! 쿨럭!”
또다시 상당한 시간이 지나고 있었고 강우는 정말이지 죽기 직전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었다.
“크윽! 다 되었다! 시작! 시작! 쿨럭!”
강우는 기침과 함께 입 속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알았다.
“미친! 쿨럭!”
얼마나 몸이 약해지면 이 정도로 망가질 수 있는지 황당할 지경이었다.
점점 눈도 침울해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강우는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마지막 남은 HP 포션을 꺼내들었다.
꿀꺽! 꿀꺽!
피가 흐르는 입으로 포션을 마시니 조금은 몸이 편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HP가 줄어들고 있었다.
회복 물약으로는 지금의 몸 상태를 회복시킬 수 없는 상태였다.
“전사. 무조건 전사. 쿨럭!”
지력 따위는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무조건 체력을 올릴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했다.
강우는 전사를 선택해서는 퀘스트 하나 받지 않은 채로 무조건 필드로 나갔다.
“하아! 하아! 한 시간. 한 시간을 버텨야 한다.”
능력 흡수는 자신의 손으로 키운 캐릭터만을 흡수할 수 있는데 문제는 무조건 한 시간 이상은 플레이를 해야만 했다.
한 시간이 안 되는 플레이로는 능력 흡수를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마우스를 쥐고 있기도 힘든 와중에도 자신의 캐릭터를 움직여서는 몬스터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크윽! 뒤져! 뒤지라고! 제발!”
당연히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강우의 캐릭터는 몬스터를 잡는 것이 아니라 몬스터에게 사냥당하고 있었다.
그래도 조금씩 경험치는 쌓이고 레벨은 오르고 있었다.
“쿨럭! 쿨럭!”
강우는 게임을 하면서 계속 기침을 하고 피를 토해 냈다.
부모님이 보았다면 사색이 되어서는 강우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을 터였지만 다행히도 강우만 남겨두고 영화관으로 간 상태였다.
“하아! 하아!”
40분 정도 흐르고 난 뒤로 강우는 사냥에는 거의 관심도 없이 시계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강우(Lv 2)
힘 : 2 민첩 : 1 지력 : 12 지혜 : 5
HP : 4 MP : 21
어느덧 강우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HP는 줄어들고 있었다.
시간제한 때문에 능력 흡수는 하지도 못하고 있었기에 한 시간이 지나기 전에 죽게 될 판이었다.
회복 물약이라도 남아 있었더라면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었을 터였지만 그것도 없었다.
그렇게 강우는 눈앞이 흐려지며 의식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아무도 없는 집에 방치되어 죽어가는 것이다.
철컥!
바로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웃음소리와 함께 강우의 가족들이 들어왔다.
“완전 재미있었어! 완전!”
“그렇게 재미있었니? 호호호! 우리 아들한테 미안하네. 안 아팠으면 같이 갈 건데.”
여인들의 웃음소리는 길지 않았다.
“어? 오빠?”
“응? 강우야? 너 뭐하…… 까아악!”
컴퓨터의 불빛에 비춰지는 강우의 주변은 마치 살인 사건의 현장처럼 온통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마치 미라처럼 강우가 덜덜 몸을 떨고 있었다.
“강우야!”
“오빠!”
강우의 부모님과 여동생의 비명에 강우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서는 입술을 중얼거렸다.
“능력 흡수!”
죽어가는 와중에 계속 능력 흡수만을 되뇌고 있던 강우였다.
한 시간이 되지 않아 지금까지 능력 흡수가 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중 들려온 목소리들에 강우는 잠시나마 정신이 돌아오자 능력 흡수를 외쳤다.
다행스럽게도 한 시간이 지난 모양인지 능력 흡수가 이루어졌다.
번쩍!
빛과 함께 강우는 자신이 40분 동안 키운 전사 캐릭터의 능력을 흡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몸이 무리한 모양인지 강우의 심장이 멈추어 버렸다.
“강우야! 강우야! 정신 차려! 강우야!”
강우는 자신의 아버지가 몸을 흔들자 이리저리 흔들릴 뿐 스스로는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두근!
캐릭터의 능력이 신체에 반영이 되면서 신체에 강제로 활력을 불어 넣기 시작했다.
힘과 민첩이 올라가고 일부나마 지력과 지혜가 올라갔다.
당연히 HP와 MP가 차오르는 것은 당연했다.
기본적인 체력과 힘이 높은 전사 캐릭터였다.
더욱이 강우는 경험치로 얻은 모든 보너스 포인트를 힘에다가 때려 박아 버린 상태였다.
그렇게 근육은 부풀어 올랐고 신체 내부의 장기에 충격을 주었다.
마치 심장 마사지를 하듯이 부풀어 오르는 근육들에 멈추었던 심장이 뛰기 시작한 것이었다.
“커억!”
목구멍에 고여 있던 피가 토해져 나왔다.
“까아악!”
“강우야!”
피를 토하는 모습에 어머니와 여동생은 강우가 죽는 줄 알고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강우 자신으로서는 위험한 위기를 넘긴 것이었다.
‘힘이 넘친다. 힘이!’
강우는 과거 때처럼은 아니었지만 몸 안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힘에 미소를 지었다.
비록 한 시간도 안 되게 플레이한 능력을 흡수한 것이지만 죽어가는 몸을 되살리기에는 충분했다.
“119 불러! 빨리!”
강우의 아버지는 피 웅덩이 속에서 웃고 있는 강우를 보며 119를 부르라고 성화였다.
“흐으으윽! 강우야! 여보세요? 119죠? 여기 우리 아들 죽어요! 우리 아들!”
강우의 어머니는 울면서 119에 전화를 하고 있었다.
“으아앙! 오빠 죽지 마!”
그리고 여동생은 강우의 몸을 붙잡고서는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아주 개판이네.’
강우는 집안 꼬락서니가 개판이 된 것에 한숨을 내쉬었다. 곧 정신적인 피로감에 눈이 감겨왔다.
능력 흡수를 했다고 해도 사실 크게 능력이 올라간 것은 아니었다.
고작해야 일반적인 고등학생 보다는 아주 조금 높은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졸려.’
그렇게 잠이 든 강우에 세 가족들은 더욱더 울음바다가 되어서는 119 구조대를 기다렸다.
“강우야! 강우야!”
“아이고! 우리 아들 어떻게 해!”
“오빠! 죽지 마아!”
그리고 오래지 않아 강우는 아버지의 등에 업혀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갈 수 있었다.
박천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