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는 영주님
강해, 아니 이제는 진짜 영주가 된 그는 어떤 부서의 방을 혼자 독차지하고는 깜빡 잠이 들어 버렸다.
킹덤 언더 워라는 게임에 매달리느라 수면 시간도 부족하기도 했지만 오늘의 정신적, 육체적 충격이 상당히 컸다.
그렇게 강해가 잠이 들어 버렸지만 시간은 흘러가기 마련이었고 강해의 성에도 그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게임에서와는 달리 현실이 되어 버렸기에 성의 구성원들은 각자의 행동들을 하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러했던 대로 영지민으로서 자신들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
그렇게 무사히 하룻밤을 보내고 난 뒤 강해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떴다.
‘여긴 어디지?’
방바닥에 누워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고서는 다시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나! 둘! 셋!”
다시 뜬 눈에 기가 막히게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우라질! 여긴 어디야!”
결국 강해는 고함을 내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강해는 자신이 있는 장소가 어디인지를 알 수 있었다.
“영주님! 벌목장 부서실입니다.”
킹덤 언더 워의 필수 자원 중에 하나인 목재의 수급과 관련된 업무를 진행하는 부서실을 점령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누가 물어봤어!”
“죄송합니다. 영주님!”
강해는 친절하게 답변을 해 준 기사에게 버럭 화를 내며 두 눈을 희번덕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뭐 하나 꼬투리라도 잡으면 그냥 앞뒤 안 가리고 뒤집어엎어 버리고만 싶었다.
그런 강해의 모습에 당연히 주변의 공기는 차갑게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존재가 지금 심기가 대단히 좋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 기사도 어제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온통 성이 불타오르고 영지민들이 죽어 가던 그 기억이었다.
영주의 심기가 좋지 않을 것이 분명했으니 언제 자신들의 목이 날아갈지 알 수 없었다.
거기에다가 강해에게 죽으면 어디에 하소연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여긴 어디? 아니다!”
강해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왜 이런 곳에 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덧 강해는 지금이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왜 여기 있지?”
“어젯밤 영주님께서 이곳으로 들어오셨습니다.”
금빛 반짝이는 갑옷을 입은 채로 잔득 긴장해서는 자신에게 대답을 해 주는 기사의 모습에 강해는 자신의 의문을 이 기사에게서는 절대 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서 제일 머리 좋은 놈한테 가자. 안내해!”
“…….”
금빛 갑옷의 기사는 강해의 말에 순간 누구에게 가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번득이는 재치가 떠올랐다.
“뭐 해? 왜 안 가?”
강해는 자신의 명령에도 움직이지 않는 금빛 갑옷의 기사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자 금빛 갑옷의 기사는 침을 한 번 삼키더니 대답을 했다.
“성에서 여……영주님보다 머리 좋은 존재가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위대하신 대마법사이신 영주님께서 계신 이곳이…….”
“큼!”
강해는 헛기침을 하며 금빛 갑옷의 기사의 말을 끊었다.
기가 막혔지만 면전에서 듣는 아부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강해였다.
“아니 뭐 내가 뭘…….”
“아닙니다. 제 평생 영주님만 한 분을 뵌 적이 없습니다.”
“뭐 그렇긴 하지만…….”
아부를 할 것이라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듯이 존경이 가득한 눈빛까지 하며 열변을 토하자 강해의 화가 가라앉으면서 긴장이 조금이나마 풀렸다.
그러고서는 지금의 자신의 상황을 조금씩이나마 자각하기 시작했다.
‘영주? 그리고 분명 어제…….’
강해는 자신이 하던 킹덤 언더 워의 게임에서의 영웅들이었던 엘리세와 라이칸드 그리고 헤로스 등을 떠올리고서는 자신이 게임 속의 세계에 들어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도 안 돼! 설마 정말로 게임 속 세계란 말이야? 여기가 킹덤 언더 워의 내 성이고?’
믿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의 상황이 설명되지 않았다.
여전히 자신의 뺨을 꼬집어 봐도 아팠다.
오싹!
그리고 강해는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게임 밖에서 성을 조종할 때야 성이 불타고 병력이 전멸을 하더라도 자신이 죽을 일은 없었다.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성을 방어해 내지 못한다면 정말로 죽을 수도 있다.
강해는 즉시 인벤토리를 열었다. 왜 열리는지 어떻게 여는 것인지를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열렸다. 그리고 지금 당장 필요한 아이템을 선택했다.
“저……전쟁 보호!”
강해는 어제의 기억을 떠올리고서는 곧바로 전쟁 보호 아이템을 사용했다.
현실 시간에서 12시간 동안 그 어떤 공격도 받지 않는 아이템으로 지금의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강해에게는 필수적인 아이템이었다.
부웅!
그렇게 강해가 전쟁 보호를 펼치자 거대한 성의 주변으로 푸르스름한 막이 생겨났다.
적으로부터의 공격을 무조건 방어해 내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들 또한 전쟁을 하러 갈 수 없다.
전쟁을 선포하면 곧바로 전쟁 보호 아이템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제길! 게임 속이야! 미친! 내가 게임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아이템들이 사용이 된다는 소리는 게임의 요소가 그대로 반영이 된다는 소리였고 당연히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강해는 자신이 게임 속에 들어온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강해는 일단 시간을 벌었다는 생각을 하며 지금의 상황을 좀 더 파악해야만 한다고 여겼다.
‘여차하면 도시 이동을…….’
킹덤 언더 워에서 강해의 성의 주변 자원지는 꽤나 좋은 위치였다.
그렇기에 어지간해서는 도시 이동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잘못하면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여차하면 안전한 곳으로 이동을 하려는 생각이었다.
“여……영웅들! 전부 소집해 주세요! 비상사태입니다. 회의실! 회의실 어딥니까?”
강해는 정신을 차리고서는 허둥대며 어쩔 줄을 몰랐다.
“아니! 일단 로그아웃! 로그아웃!”
그러는 와중에 혹시라도 로그아웃을 하면 게임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변화가 없는 것에 눈앞이 노래지는 강해였다.
그렇게 강해는 사회생활 잘할 것 같은 금빛 갑옷의 기사의 안내를 받아 자신의 집무실 겸 회의실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영주의 긴급 소집령에 의해 영지를 둘러보거나 업무 중이던 영웅들 겸 강해의 신하들은 급히 자신들의 일들을 멈추고서는 영주의 회의실로 모여들어야만 했다.
“…….”
강해는 스마트폰의 화면상의 그림으로만 보던 영웅들이 현실이 되어 자신에게 인사를 하며 모여드는 것에 점점 표정이 굳어만 갔다.
‘하아! 진짜야? 정말이야? 이거 꿈이 아닌 거지?’
이제는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렇게 강해 자신이 캐시까지 질러 대며 샀던 모든 영웅들이 모여 앉자 강해는 입을 열었다.
“지금 영지의 상황이 어떤지 아시는 분?”
게임에서 명령이나 내려 봤지 이런 식으로 회의를 해 본 적이 있을 턱이 없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뛰어난 것인지 영웅들은 서로의 얼굴들을 잠시 둘러보고서는 서열 순으로 보고를 올리기 시작했다.
“군사 분야의 문제에 대해서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영주님.”
“오! 예! 말씀해 주세요.”
강해는 정보가 목마른 자신에게 솔선수범을 해서 보고를 올리겠다는 것에 눈을 반짝이며 라이칸드를 바라보았다.
트리플 S급의 영웅으로 전쟁 시에 필수적으로 동원을 하던 영웅이었다.
그동안 무수하게 많이 치렀던 전쟁 덕분에 레벨도 상당히 높아져서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단 RUS 연맹의 EL Abuelo Lopez의 성은 7만 대군으로 2만 3천의 병력을 죽이고 막대한 물자를 획득했습니다. 피해는 720명으로 완벽한 대승이었습니다. 그리고 ZER 연맹의 光照兒의 성은 6만 8천의 병력으로…….”
“그만!”
강해는 라이칸드가 분명 자신이 마지막에 공격 명령을 내렸던 3개 성의 전투 결과를 보고하려는 것이라고 여겼다.
문제는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공격해 오는 적 있습니까?”
지금 강해에게는 공격을 해 오고 있는 적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했다.
“없습니다.”
안심이 되게도 공격하고 있는 적이 없다는 것에 한숨을 돌린 강해는 다음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월드맵 오픈……이 될 리가 없지. 아니 이건 또 왜 안 되는 거지? 성 내부창도 안 보이는 건가?”
아쉽게도 게임의 기능 중에 하나인 월드맵을 통해 주변을 둘러보는 것은 되지 않았다.
만약 그것이 되었다면 주변의 모든 성들과 상황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하아! 병력 손실은 어떻게 됩니까?”
자신을 지킬 병사들의 상태에 대해서 물어보자 침통한 표정으로 치료사 영웅인 리리아라는 여인이 대답을 했다.
“적들이 공격을 해 왔을 때 치료소의 부상병 한도는 74712명 이었습니다. 그 인원은 영주님의 치료 능력으로 전원 회복이 되었지만 치료소로 들어가지 못한 61216명이…….”
6만 명의 사망은 강해에게도 상당히 치명적인 피해였다.
“그……그럼 남은 병력은?”
“복귀 병력까지 해서 24만 명 정도입니다.”
30만 병력이 넘었던 상황에서 24만 병력이 남아 있다면 안도를 해도 좋을 정도였다.
하지만 강해가 현질러가 아니었다면 부상병들이 복귀하는 데만 해도 현실에서 3~4일은 족히 걸릴 정도였다.
그렇게 부상병들이 복귀하기 전에 전투가 계속되어 병력들이 죽어나갈 때 치료소로 들어가지 못하고 계속 사망으로 변해 버렸을 터였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부상자 8만 명을 제외한 모든 병사들이 사라져 버린다는 소리였다.
당연히 그렇게 된다면 현질러라고 해도 쉽사리 복구가 될 리가 없었다.
‘복구하려고 하기도 전에 완전히 박살이 나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리 현질을 한다고 해도 자원 약탈로 인해 병력 생산과 병력 회복에 필요한 자원이 남아날 리가 없다.’
아무리 돈이 좋다고는 하지만 이런 류의 게임은 상당히 머리싸움을 해야만 했다.
한마디로 멍청하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망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현질의 힘은 대단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최고가 될 수 없는 것이었다.
“자원은?”
강해의 말에 재무부를 담당하고 있는 영웅인 에르카샤라고 하는 노인이 몸을 일으켰다.
“현재 자원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약탈 후 복귀한 부대 덕분에 어느 정도 보충이 되었지만 워낙에 약탈당한 자원이 많기도 하고, 영주님께서 부상병들을 치료하시고 병력 생산에 사용해 버리셔서 목재 12만 톤과 식량 32만 톤, 철광석 7만 톤과 미스릴 2천 톤 정도만이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식량이 32만 톤이 남았다는 말에 일견 많아 보였지만 한국인의 평균 하루 섭취 열량이 3329Kcal인데 그것을 무게로 환산하면 대략 2kg 정도가 된다.
일 년으로 계산을 하게 되면 일인당 700kg 정도의 식량을 소모하게 되는 것이었다.
25만 정도의 병력이 일 년 동안 소모하는 식량이 175만 톤이라는 소리였다.
문제는 게임에서 현실화가 되면서 병사들뿐만 아니라 강해의 성의 영지민들이 생겨나 버린 것이었다.
그들이 대략 100만 명 정도로 늘어나 버리면서 그들이 소모하는 식량까지 계산하면 지금 보유하고 있는 식량은 한 달도 버티지 못한다는 소리였다.
물론 성 내의 농지가 존재하고 그 농지에서 일 년에 40만 톤 정도의 식량이 생산이 되었다. 어마어마한 생산력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지를 운영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게임에서야 영지의 농지 이외에 월드 맵에서 수시로 나타나는 자원지에 병력을 보내서는 수확을 해서 부족한 식량을 충당했다.
그렇게 충당된 식량으로 병력 유지와 함께 신규 병력을 생산하고 각종 공사와 연구 개발에 이용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보유 병력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소모되는 식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어 성 내의 보유 영지와 자원지의 식량 수급만으로는 부족해지게 된다.
그것을 강해는 현질로 충당한 것이었다.
물론 거기에 더해 월드 맵에 존재하는 몬스터들을 사냥하여 각종 자원 상자들을 습득하는 방법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계산이 쉽게 될 리는 없었다.
“아! 자원 부족해요?”
“예! 영주님!”
자원이 부족하다고 하니 강해의 입장에서는 보충해 주는 것이 도리라고 여겼다.
“인벤토리 오픈! 자원 상자가? 아! 자원 상자 오픈! 음, 100 상자씩 오픈하면 되겠지?”
생각하면 정말 좋은 기능이었다.
순식간에 목재와 식량이 10만 톤씩 생겨난 것이었다.
“…….”
그렇게 재무관인 에르카샤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에르카샤는 존경이 가득한 눈으로 강해에게 외쳤다.
“감사합니다! 영주님!”
그들에게 있어서 영주는 신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자신들이라면 불가능할 일을 아무런 어려움 없이 해치워 버리는 것이었다.
“부족하면 말하시고 병력 생산을…….”
강해는 훈련관인 영웅 니르갈을 바라보았다.
병력 생산 시간 감소와 생산 수 증가의 특수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니르갈이었기에 훈련소에 배치를 해 두고 있었다.
“죄송합니다만 영주님, 병력 자원이 부족합니다.”
니르갈의 말에 강해는 무슨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전쟁과 약탈이 주가 되는 킹덤 언더 워이기에 삼국지 게임류의 병력 자원이라는 요소 따위는 없었다.
기계적으로 병력을 생산하고 소모하는 것이 킹덤 언더 워이었고 그렇기에 자원과 시간만 충분하다면 무한에 가까운 병력 생산이 가능했다.
그런데 훈련관인 니르갈이 병력을 생산 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제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재무관님이요?”
갑자기 에르카샤가 설명을 하려고 하자 강해는 더욱더 의아해했다.
“지금 영주님의 성에는 100만의 영지민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25만 명은 병사들입니다. 이미 영지 내의 생산 가능 인구를 초과하고 있으며 이 이상으로 병력 생산을 하시게 된다면 영지 내의 경제는 붕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지금 약탈당한 자원으로 인해 영지민들이 아사를 걱정할 정도로 위기 상황입니다.”
강해는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듯이 에르카샤를 바라보고 있다가 자신의 영지민들이 100만이나 있다는 소리에 기겁을 했다.
“100만? 내 영지에? 왜? 거기다가 그 사람들이 아사?”
갑자기 게임 상에서는 존재하지도 않던 영지민들이 생겼는지 강해는 그 이유를 알 수도 없었고 누구 하나 알려 주는 이가 있을 리도 없었다.
박천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