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마탑
마법사의 탑은 사실 킹덤 언더 워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건물은 아니었다.
도서관과 더불어 연구 시설로 이용되는 건물로 단계별 등급에 따른 각종 버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건물이었다.
이를테면 성의 레벨 5단계마다 하나씩의 일종의 스킬인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자원지 자원의 원터치 수확이나 외부로 나가 있는 병력 전체 회군, 적 공격시 마법 방어, 적 성 공격시 마법 공격, 그 외에 영주의 마법 무구 제작 등의 기능을 하는 건물이었다.
사실상 크게 쓰임이 없는 건물로 마법 병단의 추가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여서 추후 업데이트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르메니아 대륙으로 넘어오면서 마법사의 탑에는 마법사들이 생겨나 있었다.
물론 엘리세 같은 영웅급 마법사는 없었지만 아르메니아 대륙 내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마법사들이 마법사의 탑에 기거하며 나름 자신들만의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흐음! 마법사의 탑이기는 한데 사실 별 기능은 없었잖아. 고작해야 공격할 때 마법 지정해 놓는 정도? 물론 성 레벨 30이 되면 메테오라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지만 나도 레벨 30까지는 올리지 못했으니까.”
강해도 마탑의 앞에 도착해서는 추후 업데이트될 마법병단에 기대를 하며 레벨만 올려놓았지 별로 사용을 하지는 않았던 건물이었다.
들리는 소문에는 마탑이 빠질 것이라는 것도 있었으니 마법병단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빠질 수도 있을 건물이었다.
스마트 폰 웹 게임이라는 것이 기능이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활용도가 떨어지면 언제든 없어질 터였다.
아무튼 사라지지 않은 마탑 건물이었기에 강해는 스스럼없이 마탑의 문을 통해 입구로 들어섰다.
“영주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마탑주입니까?”
마탑의 입구 앞에서는 이미 지긋한 노인들이 로브 복장을 한 채로 강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친위대 기사들을 통해 강해가 마탑으로 방문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전해 받은 상태였다.
“아닙니다. 마탑주는 엘리세님이시고 저는 부마탑주로 론이라고 합니다. 영주님.”
모든 영지 내 사람들의 이름을 영주가 다 알리는 없기에 부마탑주인 론은 자신을 소개했다.
엘리세의 서클 자체가 워낙에 높다 보니 마법사들의 수장이 되어 있었지만 론 또한 강해가 마법사의 탑의 레벨을 상당히 올려놓은 관계로 6서클 중반의 유저였다.
9서클의 마법사인 엘리세가 마탑주라고는 하지만 그녀는 마탑에 거의 생활을 하지 않고 영주의 직속 부대를 통솔하고 있었기에 사실상 론이 마탑을 총괄하고는 있었다.
“좋습니다. 론님. 제가 몇 가지 확인을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마법사들을 모아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말씀을 낮추어 주십시요. 영주님. 명령을 내려 주시면 저희는 따를 뿐입니다.”
마법사들의 프라이드가 높다고는 하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론은 강해에게 한없이 저 자세였다.
‘강짜 부리다가 엘리세 님의 귀에 들어가면.’
사실 론은 강해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엘리세가 무서웠다.
인간이 아닌 엘프였기에 론 자신보다는 어려 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엘리세의 나이가 자신의 몇 배에 이른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더욱이 마법사는 오직 서클로 서로의 지위가 결정되고 낮은 서클은 높은 서클의 마법사에게 그 어떤 피해도 입히지 못하기에 혼자서 마법사의 탑 안의 모든 마법사를 박살낼 수 있는 엘리세의 눈치를 봐야 했다.
그런 그녀임에도 불구하고 강해에게 절대 충성을 다짐하고 있으니 마탑의 마법사들은 누구 하나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자 했다.
“그럼 한곳에 모여 보세요.”
강해의 말에 마탑에 있던 모든 마법사들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일단 마법사들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아봐야 하고 말이야. 그런데 영주 성에서도 마법사들이 있었지?’
강해는 베일스만과 함께 몇몇 마법사들이 영주 성 내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것을 떠올렸다.
그렇게 일단 고급 두뇌들이기도 한 마법사들의 숫자 파악도 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강해는 커다란 강당과 같은 장소에 하나둘씩 모여드는 마법사들을 바라보았다.
“영주님의 성과 외성 및 내성벽에 파견 나가 있는 마법사들을 제외한 전원 모였습니다.”
“응? 영주 성과 외성 및 내성에는 몇 명이나 나가 있는 거지요?”
강해는 조금은 당황스러운 듯이 마법사들이 전부 모였다는 론의 말을 되물었다.
“영주님의 성에 일곱 명이 나가 있는 상황입니다. 그중에 둘은 통신 마법을 위해 통신실에 배치가 되어 있고 다섯이 업무에 투입이 됩니다. 그리고 내성벽에 역시 통신을 담당할 네 명의 마법사가 있으며 외성에는 구역이 큰지라 여섯 명이 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마법사의 탑에서 17명이 외부의 업무로 나가 있다는 소리였다.
정확하게 엘리세까지 포함한다면 18명의 인원이 나가 있었다.
그 사실을 안 강해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뭐가 이리 적어?’
강해는 자신의 눈앞에 30명이나 될까 하는 마법사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에 기가 막혔다.
“총 마법사 숫자가 몇 명이지요?”
“총 인원은 52명입니다. 3서클 이하의 수련생까지 한다면 138명 정도입니다만 아직 그들을 마법사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수준입니다.”
다행히 수련생까지 하니 나름 세 자리 숫자가 나왔지만 그래도 강해는 조금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르메니아의 다른 왕국들의 마탑도 딱히 그리 대단한 수준은 아니었다.
일반인들은 평생 마법사의 옷깃 한 번 보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았고 어지간한 하급 영지의 경우도 마법사가 단 한 명도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만큼 마법사는 귀한 존재였고 양성 과정은 극악일 정도로 어려웠다.
문제는 이런 적은 숫자의 마법사들을 데리고 강해 자신이 구상하던 각종 기술 발전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었다.
마법사 몇 명이 뚝딱 한다고 자동차가 생기고 비행기가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강해도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겠지. 아무래도 마법이 만능도 아닐 것이고 그런 종류의 기계들은 또 공학적인 부분도 필요한 법이니까.’
아무리 마법사들이 당대의 천재들이라고는 하지만 또 전혀 다른 분야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는 볼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강해는 마법사들의 숫자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을 해야 하느냐였다.
놀 거리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강해는 자신의 심심한 삶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것으로 선택하기 위해 꽤나 고민했다.
“영주님?”
“응? 아! 예!”
강해가 갑자기 자신들을 모아 놓고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자 론은 조심스럽게 강해를 불렀다.
강해는 자신이 사람 불러 놓고 실수를 한 것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사과를 했다.
“이런, 죄송합니다.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 떠올라서 말입니다.”
“그러시군요.”
다행히 마법사라고 해서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는 없는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론을 보다가, 여전히 자신을 호기심 넘치게 쳐다보고 있는 마법사들을 바라보았다.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한 번 보기도 힘들다는 마법사들조차도 영주인 강해를 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강해를 마주 보고 있으니 신기한 것이었다.
“큼! 일단 제가 여러분들을 모신 것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 영지의 발전을 위해 애쓰시는 마법사님들의 노고를 위로할 겸 제가 몇 가지 확인할 부분이 있어서입니다.”
잠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론이 인상을 찡그리자 마법사들은 다시금 조용히 강해만을 쳐다보았다.
“어떤 부분을 확인하실 요량이십니까?”
론의 질문에 강해는 여전히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일단 베일스만의 영상 및 사진 녹화 기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제가 이번에 영주성에서 베일스만이라는 마법사의 연구를 우연찮게 보게 되었습니다.”
“베일스만이요? 아! 그 호색한!”
“그놈이 또 뭔 이상한 짓을 한 건 아닌가?”
마법사들 자체가 괴짜가 많은 편이었지만 베일스만의 이름을 말하자마자 마법사들 사이에서 호색한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그 수정구는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강해는 어쩌면 아르메니아 최고의 발명품이 야동 저장구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에 어이가 없었지만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되는 것이기에 계속 이야기를 했다.
“영상이나 광경들을 수정구에 저장을 해서 항시 확인을 할 수 있는 기술이더군요. 뭐 통신구를 통해 원거리에서 소식을 전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영상을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은 몰랐는데 제가 생각하기에 혹시 이런 것은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주의 말에 마법사들은 호기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말입니다. 하나의 수정구로 찍은 영상과 음성을 수십 대의 다른 수정구로 보이게 하는 것이지요. 꼭 전쟁에서만 이용될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서 중요한 뉴스거리를 영지민들이나 필수적으로 봐야 할 이들에게 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원거리에서 소식을 전하는 것 또한 지금의 커다란 수정구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휴대용으로 들고 다니며 수십 수백이 넘는 사람들끼리 원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겁니다.”
설명만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머리가 뛰어난 마법사들은 영주가 무슨 말을 하는지 대강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마법사들이 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 아니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마력석의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마정석 뿐만 아니라 그나마 싼 수정도 어지간한 재산이 없으면 살 수도 없을 정도로 비싸지. 특히나 맑고 깨끗한 수정은 부르는 것이 가격일 정도잖아.”
“그뿐인가? 거기다가 마력 부어 넣으려면 적어도 5서클 마법사는 돼야 가능한데 하루에 2개는 만들 수 있을까?”
강해는 마법사들이 돈 문제부터 들고 나오는 것에 생각과 현실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건 어떨까요? 마법으로 움직이는 마차를 만드는 것은 말입니다.”
나름 마법진이나 동력을 통해 마법으로 자동차를 만드는 소설들을 읽은 기억이 나던 강해였다.
“그거 센타스가 만들던 거 아니었나?”
“아! 그거. 말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마차? 그거 동력으로 쓸 마력석 가격이 준마 100마리 가격이라서 포기했지 아마. 좀 더 싼 마법진으로 하려고 했지만 금하고 백금하고 미스릴 가격에다가 마력 흡착제나 마법진 코팅을 위한 마력석 가루 포함하면 말 10마리 가격을 넘기지 아마?”
“그래. 비싸! 그거 하나 만들고는 에르카샤 님한테 끌려가서 아주 박살이 났다고 하던데 말이야.”
강해는 그렇게 깨끗하게 포기하기로 했다.
박천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