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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리퍼 27화

Chapter 10. 경비대장 란돌
Chapter 10. 경비대장 란돌
[데일리게임]
이리저리 부상자를 수습하는 미하일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네.”

“미하일 중위. 저 차에서 아직 칼레 위원장님이 나오시질 못했네.”

“안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그 차량은 공교롭게도 아까 두 번째로 세게 들이박아 몇 번을 굴렀던 차량이었다.

“그건 모르겠네만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차 안에서 나오지 않고 계시네.”

“네. 아마 차 안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저렇게 창문에 셔터가 내려져서 밖의 상황을 알 수도 없고요.”

“어찌되었건 칼레 위원장님을 두고 갈 수는 없네. 밖에서 아무리 얘기를 해도 차 안에는 들리지 않는 것 같네.”

“네. 방법이 있을 겁니다.”

미하일은 즉시 호퍼를 불러 전기톱으로 칼레 위원장의 차를 절단하기 시작했다.

윙…… 윙…….

소리와 함께 차량의 한쪽 문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호퍼는 마치 이전에 전기톱을 써 보기라도 한 듯이 능수능란하게 작업을 했다.

“미하일 중위님. 저기 좀.”

아이딘이 가리키는 초원 저편으로 아스라이 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이 멋진 호퍼, 속도 좀 내야 할 것 같은데.”

“어…… 나도 죽을힘을 다해서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야.”

두둑…… 덜컹.

드디어 뒤집힌 차의 문이 떨어져 나갔다. 그와 더불어 탕 하는 총소리와 함께 모두가 놀라 몸을 숙였다. 호퍼는 얼떨결에 전기톱으로 총알을 튕겨 냈다.

“휴…… 이거 뭐야? 십년감수했네. 그나저나 이걸로 총알을 막네.”

신기한 듯 전기톱을 돌려 본다.

“무슨 일이야? 호퍼.”

“아니, 어떤 미친놈이 차 안에서 총을 쐈어.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고.”

“내가 가 보겠네.”

앞서 미하일에게 칼레 위원장을 구해 달라고 한 남자가 뒤집힌 차량으로 다가섰다.

“위원장님. 괜찮으십니까? 행정의원 폴 슈렉입니다.”

“위원장님은 의식을 잃으셨다.”

친숙한 목소리였다.

“혹시…… 랄프 프린츠 장군님이십니까?”

“그렇다.”

“어서 밖으로 나오시죠. 주변은 정리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믿을 수 있지?”

“그냥 나오시면 되지 믿고 안 믿고가 어디 있습니까?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빨리 나오세요. 반란군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탕!

차량으로 좀 더 다가서려는 의원 옆으로 총알이 한 방 또 날아왔다. 폴 슈렉 의원은 겁에 질려 더 가까이 다가설 엄두를 내지 못한다.

“네놈도 반란군의 한패겠지. 나는 여기서 꼼짝도 하지 않겠다. 억지로 끄집어내려면 총알세례 좀 받아야 할걸…….”

냉랭한 목소리가 차 안에서부터 울려 퍼진다.

“저 행정의원 폴 슈렉입니다. 정말 모르시겠습니까?”

“폴 슈렉, 네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 너 같은 협잡꾼의 말을 믿을 바에야 여기서 혀를 깨물고 죽는 게 낫겠다.”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네 녀석이 페트라와 하바로프를 오가며 양쪽을 이간질시킨 걸 몰랐을 것 같으냐?”

“아…… 그건…….”

폴 슈렉이 버벅거리다가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페트라와 하바로프 간의 분쟁에 자신이 개입된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양쪽에 전쟁 물자를 팔기 위해 뒷장난 좀 친 것을 이 퇴역한 쓸모없는 영감탱이가 알고 있는 듯싶었다.

“네 녀석이 또 반란군에게 붙어서 그 독사 같은 혓바닥으로 또다시 수작을 부리는 것을 모를 줄 아냐?”

“흐흠…… 흠.”

폴 슈렉이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헛기침을 한다. 더 다가서지도 못한 채 계속 떠들어 대지만 프린츠 장군은 요지부동이다. 차 안에서 마치 옥쇄라도 각오한 태세다.

미하일 중위는 우선 인원이 채워진 차량을 먼저 출발시키고 있었다. 아마 10분 이내로 적들이 들이닥칠 것 같기 때문이다. 여기서 좀 싸워 볼까도 했지만 부상자들에게 들은 바로는 적은 1개 소대 병력 이상이고 여기는 아이딘과 자신을 빼고는 총 한번 제대로 쥐어 본 적이 없는 민간인과 부상병뿐이었다. 지금은 재빨리 차를 타고 도망치는 게 상책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방탄차량인 만큼 출발만 하면 그리 쉽게 당하지 않을 것 같다는 계산도 들었다.

위원장이 타고 있던 뒤집힌 차량에서 폴 슈렉 의원이 포기한 듯 미하일에게 다가왔다.

“고집불통의 영감탱이. 아무래도 위원장은 포기해야겠네.”

아까는 위원장을 꼭 데려가야 한다는 폴 슈렉 이 사람. 몰려오는 적들에 금세 말이 바뀌는 참으로 정치적인 사람이다.

“네? 왜 안 나오시는 거죠?”

“동행한 랄프 프린츠라는 퇴물장군이 고집을 부리고 있네. 피아 식별이 명확치 않으니 차 안에 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거 같네. 우리라도 먼저 가는 것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미하일이 위원장의 차량으로 다가갔다.

“미하일 중위…… 어서 떠나세. 적들이 몰려오네.”

“아니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다가서는 미하일 중위를 향해 다시 한 번 뒤집힌 차에서 탕 하고 또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그러나 미하일 중위는 좀 더 가깝게 다가선다. 미하일 중위가 무슨 말을 하는 것 같더니 자신의 총을 차 안으로 던져 넣는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백발의 남자가 의식을 잃은 칼레 위원장을 부축하며 나왔다.

백발의 남자는 머리에 심한 부상을 입어 피를 흘리고 있었다. 머리의 부상 때문에 차 밖의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참을 옥신각신한 듯싶다. 그리고 미하일 중위가 두 명의 사내를 차에서 더 끄집어냈다. 호퍼와 아이딘이 서둘러 미하일 중위를 도와 차 안에서 나온 사람들을 부축했다.

“그래, 어떻게 한 건가?”

폴 슈렉 의원이 안절부절못하며 미하일 중위에게 다가와 묻는다.

“그냥…… 뭐…… 잘 설득했습니다.”

미하일 중위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인 양 말한다.

“어서 출발해야지. 내가 운전을 맡겠네.”

의원이 재빨리 운전석에 올라타 버린다. 마치 늦으면 자리를 빼앗기기라도 할 것처럼. 이미 세 대의 차량은 출발하고 한 대의 차량만이 남아 있었다.

“이런…… 차에 다 못 탈 거 같은데…….”

이미 정원이 다섯 명인 차는 꽉 차 버렸다. 일단 정신을 잃은 두 명을 급한 대로 트렁크에까지 넣었음에 불구하고 모두가 탈 수는 없었다.

“어떻게 좀 타 봐.”

호퍼가 낑낑대며 밀어붙였지만 일곱 명 이상은 무리였다.

“그냥 문에 매달려서라도…….”

그러나 미하일 중위가 밖에서 뒷좌석의 문을 닫아 버린다. 어느덧 적들의 차들이 점차 빠르게 다가왔다. 사정거리가 안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성급한 녀석들은 벌써부터 총을 쏘아 대기 시작한다.

“아이딘…… 그쪽도.”

아이딘이 기다렸다는 듯이 반대편 문을 닫는다. 호퍼와 예리엘이 부랴부랴 창문을 내린다.

“의원님, 부탁합니다.”

“그래. 미안하네, 미하일 중위.”

운전을 부탁받은 폴 슈렉 의원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를 출발시킨다. 예리엘과 호퍼가 창문을 미처 다 열기도 전에 아이딘과 미하일 중위는 동시에 도로 옆 수풀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호퍼와 예리엘이 아이딘을 부르는 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져 갔다.

* * *

“헉…… 와, 힘들어 죽겠다. 조금만…… 조금만…….”

“녀석들이 계속 따라오는데요.”

“그래도 잠깐만…… 심장이 터져서 죽을 거 같아…… 조금만.”

“네. 그럼 조금만…….”

“아이딘 넌 아무렇지도 않은 거냐? 난 죽을 거 같은데…….”

“네. 아직은.”

땀방울 하나 흘리지 않은 아이딘 앞에서 미하일은 바닥에 엎어져 연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데 아까 어떻게 차 안에 사람들을 설득했나요?”

“어, 그거…… 거기 아버지가 계셨어.”

“아버지라뇨?”

“우리 아버지가 그 차에 타고 계셨다고…… 이제 힘드니까 말도 시키지 마.”

미하일은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 연신 거친 숨을 쉬어 댔다.

“어서 가셔야 해요.”

“그래……. 헉…… 헉…… 오늘 말이야 나름 재미있는 하루였던 거 같아. 내 일생 어느 때보다 말이야. 아이딘, 이제 가 볼까?”

미하일이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타아앙 하는 총소리와 함께 미하일의 관자놀이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아 나왔다.

“미하일 중위님!”

아이딘의 외마디 절규와 함께 미하일이 수풀 속으로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하바로프 루디안 경비대 미하일 프린츠 중위가 하바로프 초원에서 그렇게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날 저녁 하바로프 루디안시에 위치한 인구 400명 정도의 조그만 마을 노만. 지도상에서 거의 점으로도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이 마을이 생긴 이래로 최고로 많은 사람들이 운집한 듯싶었다.

예상치 못한 반란군과의 교전, 게다가 많은 사상자들과 하바로프의 최고 지도자인 칼레 위원장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이번 사건은 예측불허의 상태로 확대되어 갔다.

더욱이 하바로프 의회의 여러 의원들과 전직 행정부 최고위원회의 루드 의원, 게다가 전 연방 최고 사령관이었던 랄프 프린츠 장군까지 본의 아니게 한자리에 모이게 되면서 의전과 경호를 포함한 복잡한 문제 때문에 경비 담당자들은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강성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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