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도네시아에서는 라마단 연휴(Libur Panjang Ramadan)가 마무리됐다. 필자가 재직 중인 회사는 5월30일 예수승천일(Kenalikan Isa Almasih)을 시작으로 6월5일과 6일 양일간 르바란 공휴일(Hari Raya Idul Fitri)을 포함, 총 11일의 긴 연휴를 보냈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을 기준으로 하므로 해마다 조금씩 빨라지는데(필자의 첫 라마단이 2014년이었고 당시만해도 라마단은 7월이었음), 라마단이 되면 무슬림들은 한 달 동안 일출부터 일몰까지 금식을 해야 한다. 이는 이슬람 교리상의 의무이자 축복(본래 취지는 인내와 자제를 경험하고 주변의 불우한 이웃들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한다.
한 달간의 라마단 금식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이를 자축하는 이슬람 최대 명절 르바란을 즐기게 되는데, 한국의 추석이나 설과 유사하게 대도시의 대학생, 노동자들은 고향의 부모, 형제들과 연휴를 보내기 위해 귀향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르바란 공휴일 이전에 고용주(회사)가 근로자에게 1달 급여를 보너스로 지급하며, 해당 기간에는 저마다 가족, 친지들의 용돈이나 선물을 준비하느라 평소보다 소비가 부쩍 늘어나기도 한다.
매년 이 기간이면 한국이나 중국의 파트너사들로부터 라마단 혹은 르바란 기간의 매출이나 트래픽은 어떤지, 혹은 다른 회사 게임들이 연휴 기간에 어떤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데, 연휴, 명절 특수를 고려한 질문이었던 것 같다.
그런 질문에 "한국의 명절이나 연휴와 비교하자면 재미가 조금 덜 한 것 같다"는 답변을 하게 되는데, 지난 2년간 지표에 의하면 해당 연휴 기간 현지에서 서비스 중인 PC게임 및 웹게임 매출은 하락세를 보이거나 연중 최저치를 육박하는 경우가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연휴 내내, 짧게는 열흘에서 길게는 2주간 지속되는데, 그나마도 라마단/르바란 이벤트 등을 진행하는 PC게임들은 평소의 지표를 유지하거나 드물게는 소폭의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한다.
같은 팀에서 일하는 직원은 고향까지 차로 약 12시간 거리에 있는 곳인데, 올해 귀성길은 부부가 번갈아 가며 운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반나절만에 도착했다고 한다. 중국만큼이나 험난한 귀성길 전쟁이 연휴기간 PC게임들의 성적 부진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연휴 동안 PC에 대한 접근성이 평소보다 떨어진다는 의미다.
2018년까지만 해도 최고 매출액 상위권 모바일게임 서비스사 다수가 라마단/르바란 이벤트 등으로 해당 연휴 기간의 누수를 방지하고자 노력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라마단/르바란 이벤트를 생략하는 경향이 강하다. 동남아시아 지역별 최고 매출 순위 10위권 내 게임들의 대부분은 1-2개 국가 서비스보다는 동남아시아 전역을 서비스 영역으로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인구가 많은 지역만을 위한 이벤트를 굳이 진행하지 않는 것이다. 중하위권 게임 서비스사 중 일부에 한해 간단한 아이템 할인 이벤트 등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번 연휴 기간 동안 '모바일 레전드(Mobile Legend)'의 경우 라마단/르바란 컨셉트의 이벤트를 전면 배제한 순수 대규모 콘텐츠 업데이트로 인도네시아 최고 매출 순위 3위권 내에 재진입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트렌드가 변하고 서비스 영역이 확대되면서 게임 이벤트 및 프로모션의 방향도 라마단/르바란 같은 특정 지역의 이슈에 집착하기 보다는 더욱 넓은 지역을 하나로 묶어서 가고 있다. 특히 이용자들의 접근성이 PC에 비해 용이한 모바일게임의 경우 서비스 방향성 변화 폭이 더욱 크다고 하겠다.
회사나 기관, 조직마다 라마단/르바란 연휴 기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연휴가 끝나고도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때문에 이번 라마단/르바란 연휴가 끝난 뒤 일주일이 지날 때까지 악명 높은 교통 체증으로 유명한 자카르타 교통 상황이 비교적 원활했다.
연휴가 끝나면 대부분의 귀성객들이 학교나 직장으로 복귀하지 잠시나마 게임에서 이탈했던 이용자들도 다시 복귀할 것이다. 올해는 게임들이 르바란/라마단 연휴에 비교적 얽매이지 않았는데, 연휴 기간 전후의 게임 관련 지표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자카르타=리토 강신철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