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노총각 회사원 김영민 씨는 대가족이 모이는 명절이 다가올수록 안절부절이다.
독신을 고집하는 김 씨에게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은 반가움보다는 피하고 싶은 대상일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만나는 친척마다 결혼은 언제 할 거냐고 묻는 인사치레마저 그에겐 큰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딩’부터 ‘대딩’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조카들과 어울려줘야 하는 건 10년 전부터 언제나 김 씨의 몫이었다. 잡담도 한 두시간쯤 지나면 소재가 빈곤해진다. 그렇다고 조카들을 데리고 고스톱을 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 씨는 올 추석엔 성가신 조카들을 잠재울 기막힌 전략을 짜뒀다. 조카들의 관심사를 사전에 파악한 그는 평소 자신이 즐기는 모바일게임을 하나씩 추천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신화에 관심 많은 여대생 조카에게는 모바일 RPG '미친소녀'를 권할 생각이다. 이 게임은 북유럽과 그리스, 이집트 등 세계 신화 속 영웅들이 여성의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다만 게임명을 듣고 오해가 없도록 먼저 설명해줄 생각이다. "미친소녀는 아름다울 '미(美)'와 친할 '친(親)'을 조합한 지극히 평범한 의미라고 말이다.
판타지보다는 무협소설을 좋아하는 고교 2학년 조카에겐 '초무협 모바일게임 '천요괴'의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줄 생각이다. 천상과 이계를 넘나드는 초월 세계관을 이해할 지는 의문이지만, 꽃미녀들과의 달달한 로맨스가 녀석을 사로잡을 지도 모른다.
조조같은 인물이 되고 싶다는 중학생 조카에겐 요즘 뜨는 '삼국지 강타'를 추천할 예정이다. 정통 삼국지를 고집하는 녀석이지만, 화려한 판타지풍으로 각색된 독특한 '삼국지 강타'로 새로운 맛을 들여볼 참이다. 김 씨는 콧수염을 기른 선장의 모습을 한 유비를 보고 조카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궁금할 따름이다.
한동안 러닝게임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던 초딩 막내에겐 '삼국지 런'을 추천한다. 무의미한 뜀박질이 아닌, 삼국지의 무장들과 공주를 구하러 가는 흥미로운 스토리와 슈팅 전투, 게다가 RPG 성장의 맛을 제대로 알려줄 생각이다.
계획한대로 조카들의 취향에 딱 맞는 최신 모바일게임을 하나씩 전수해 주고 나면, 김 씨의 올해 추석은 가장 슬기로운 명절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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