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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열쇠 7화

신의 열쇠 7화
[데일리게임]


7화

3. 생각지 못한 보상(1)

“으! 추워!”

강일은 몸을 덜덜 떨면서 눈을 떴다.

여름으로 다가가는 늦봄이었기에 날씨 자체는 그리 추울 리가 없었지만 산속의 날씨는 도심지와는 달랐다.

강일은 가방 속에서 체온을 유지할 수 있을 만한 천이란 천으로 온몸을 감쌌지만 떨어지는 체온에 결국 잠에서 깰 수밖에 없었다.

결국 밤새도록 고함을 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구조를 하러 온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천둥벌거숭이처럼 산속을 뛰어다녔음에도 산을 벗어나지 못했다.

족히 몇 킬로는 달린 듯했는데도 도로나 인가의 불빛은 전혀 보지 못한 강일이었다.

강일이 생각하기에도 절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이건 뭐 사당 청소가 끝날 때까지 못 나간다는 건가? 이보세요! 산신님! 청소해 드릴 테니까 모습 좀 보여 보세요. 하백님께서 보내서 왔습니다! 산신님!”

강일는 혹시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조화가 대모산에 사는 산신 때문인가 싶어서 산신을 불러 보았지만 산신은 대답해 오지 않았다.

“어디 천상에라도 가신 건가?”

강일은 자신이 생각해도 기가 막힌 생각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얼어 죽거나 굶어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누군가가 도와주러 올 것이라는 생각은 더 이상 들지 않았다.

“설마 할 수 없는 일을 시킨 것은 아니겠지.”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강일은 아무렇게나 걷기 시작했다.

어차피 한곳을 향해 걷는다고 해도 길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걷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마치 인생살이 같네.”

강일은 묵묵히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걸음을 멈추었을 때 낡아 빠진 사당을 볼 수 있었다.

“도착했네. 결국 어떻게든 오게 되어 있구나.”

운명이라고 하기에는 뭐했지만 하백이 임무를 주었을 때부터 강일이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마음을 먹는다면 도착하는 것은 필연이었다.

강일은 산신의 사당 안으로 들어섰다.

그다지 큰 건물은 아니었다.

내부는 고작해야 두 평 정도나 될까 싶을 정도였고, 안에는 산신으로 추정되는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노인의 그림이 붙어 있었다.

누군가가 찾아온 지는 무척이나 오래된 듯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버려진 사당은 을씨년스러웠다.

강일은 몸을 잠시 떨고서는 자신의 가방에서 청소도구를 꺼내었다.

산신의 사당을 찾았지만 막상 청소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막막했다.

그만큼 엉망이었고 청소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어 보였다.

“자! 청소하자, 청소! 열심히 해야지.”

그래도 살기 위해서는 하백의 임무를 완수해야만 했다.

스윽, 스윽.

강일은 사당의 구석구석의 먼지를 털고 바닥을 빗자루로 쓸고서는 사당의 옆에 있는 우물에서 물을 길러서는 걸레로 빨아 사당의 바닥을 닦았다.

“후우! 그나마 우물이 있어서 다행이네.”

우물이 있기에 설마 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우물에는 다행히도 물이 있었다.

“하아! 시원하다! 이제야 조금 살겠네.”

더욱이 생각했던 것보다 무척이나 깨끗해서 강일의 목마름도 해결해 줄 수 있었다.

그렇게 강일은 한참 동안이나 대모산 산신의 사당을 청소했다.

사당 내부를 청소하고 난 뒤에는 기왕 하는 김에 확실하게 하자며 사당 밖의 공터에 우거진 풀들을 손으로 뽑으며 정리까지 했다.

더욱이 떨어질 듯이 덜렁거리는 문짝도 임시방편이기는 하지만 마침 가방에 있던 못으로 고정을 시켰다.

“이제 조금 볼만하네.”

그렇게 전혀 바뀔 것 같지 않던 산신의 사당이 그래도 조금은 볼만해지도록 깨끗해지기 시작했다.

강일은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손등으로 닦고서는 마지막으로 남은 산신의 그림 족자를 바라보았다.

“꽤나 오래 되어 보이네. 이건 잘못 건들면 손상을 입겠는데.”

그림 족자는 꽤나 낡아 있어서 잘못 건들면 찢어지거나 색이 바랠 것만 같았다.

다만 산신의 눈매만이 무척이나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서 강일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각인이 되었다.

결국 강일은 그림 족자는 조심스럽게 먼지와 거미줄만을 걷어 내고서는 멈추어야만 했다.

“시원하신지 모르겠네요. 마음 같아서는 좀 더 깨끗하게 해 드리고 싶었는데……. 찢어지면 어떻게 될까 걱정이 돼서 더는 못 닦겠습니다.”

강일은 자신의 말에 대답을 하듯이 산신의 그림이 잠깐 웃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에이, 설마!”

설마 그림이 움직일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기에 강일은 고개를 내저었다.

물론 하백이라는 강의 신도 있고 산신의 사당이라는 신비로운 장소도 보았기에 그림이 움직인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아니었다.

“설마? 진짜 움직이시는 건 아니시죠?”

강일은 힐끔 산신의 족자를 바라보았지만 다행히도 움직일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튼 다 했다!”

비록 먼지구덩이에서 청소를 한다고 자신의 온몸은 더러워져 있었지만 산신의 사당은 깨끗해졌기에 개운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청소를 끝내고 강일은 잠시 산신의 사당에 앉아 사신의 그림 족자를 바라보았다.

“왜 버려진 거지? 보통 이런 곳은 문화재로 보존이 될 텐데.”

강일은 왜 이런 사당이 버려졌는지 의아했다.

그리고 무엇 때문에 자신에게 청소를 시킨 것인지도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 비밀에 대해서는 알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된 건가?”

강일은 가방에서 두루마기 족자를 꺼내어서는 바라보았다.

임무가 완수가 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임무를 준 하백이 신이었기에 자신이 청소를 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 터라고 생각했다.

강일은 보이지는 않았지만 산신에게 마지막 인사라도 하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는 했는데 어떻게 마음이 드셨는지 모르겠네요.”

집주인이 없는 산신의 사당에 강일은 왠지 모르게 쓸쓸함을 느꼈지만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라는 생각을 했다.

더 이상 강일이 할 일이 없었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강일을 일어서서는 산신의 사당에 절을 했다.

먼 옛날에는 이 사당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소원을 빌고 복을 기원했을 터였다.

그것이 우리네 토속 신앙이었고 기원 문화였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에게 잊힌 채로 버려지게 되었다.

서글픈 일일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버려진 곳이 전국적으로도 셀 수도 없이 많을 터였다.

그렇게 강일은 절을 하고서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서는 놀라운 것을 볼 수 있었다.

“……?”

강일은 자신의 눈앞 사당의 바닥에 놓여 있는 것을 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분명 청소를 할 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있었다면 구석구석을 청소했던 강일이 몰랐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방금 잠깐 사이에 누군가가 왔다 갔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그냥 처음부터 있었던 것처럼 강일의 머리 위에 놓여 있는 것이었다.

‘열쇠.’

그것은 열쇠였다.

그리고 그 열쇠는 강일의 눈에 무척이나 익숙했다.

“이…… 이게 왜?”

강일의 손에 들려진 것은 다름 아닌 구리 열쇠였다.

구리 열쇠는 강일이 한강에서 하백에게 받았던 것과 동일한 것이었다.

천연화가 들어 있던 신의 선물 상자를 열 수 있는 구리 열쇠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설마 보상인가?”

임무에 대한 보상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강일이었다.

하백에게서 그런 말이 없었지만 강일은 분명 이것이 임무 수행에 따른 일종의 보상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선물 상자는?”

문제는 열쇠는 얻었지만 선물 상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강일은 혹시나 싶은 생각에 산신의 사당을 다시 뒤지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선물 상자였다.

천연화처럼 선물 상자 안에 놀라운 보물이 숨겨져 있을 터였다.

“없는 건가?”

하지만 강일은 아무리 뒤져도 선물 상자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 실망을 해야만 했다.

“혹시 다른 임무를 수행하면 선물 상자가 나오는 걸까?”

그것은 역시나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강일은 자신의 호주머니에 구리 열쇠를 소중하게 집어넣고서는 산신의 사당을 둘러보았다.

“감사합니다.”

강일은 인사를 마치고서는 산신의 사당에서 나왔다.

아침부터 시작된 청소였지만 워낙에 청소할 거리가 많아서인지 상당히 시간이 많이 지나 있었다.

자칫 늦으면 오늘 밤도 산속에서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강일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빨리 내려가야지.”

그렇게 걸음을 옮기려는 그때 강일은 무언가가 자신의 주위를 스치고 지나감을 느꼈다.

‘뭐지?’

강일은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그 어떤 움직임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 잘못 느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뭔가 지나갔어.’

대모산은 서울 인근의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산이었다.

조선시대에야 호랑이가 살았을 수도 있었지만 지금 시대에는 호랑이는커녕 여우나 늑대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고작해야 들고양이나 볼까 말까였다.

하지만 강일은 들고양이처럼 작은 것이 아니라 좀 더 큰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긴장한 채로 한참을 있었지만 움직이던 무언가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강일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경계하며 사당에 도착했을 때처럼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무언가가 쫓아오는 듯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제길! 도대체 뭐냐고? 뭐가 지금 쫓아오는 거야?’

언제 자신을 향해 덮칠지 모르는 불안감은 강일의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다행히도 그렇게 어느 사이엔가 강일은 도로에 도착해 있었다.

“후우! 다행이네. 다행이야.”

사람들이 도로를 지나다니면서 웃고 떠들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보이면서 자신을 쫓던 정체불명의 인기척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강일은 마치 혼자 다른 세계에 있다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박천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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