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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열쇠 10화

신의 열쇠 10화
[데일리게임]
10화

4. 상자는 어디에(1)

엉망진창이었다.

어찌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빚은…….”

“필요 없어.”

강일은 빚은 꼭 갚겠다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여인의 말에 멍해졌다.

“뭐라고요?”

설마 빚을 갚을 필요가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은 아닌 듯싶었다.

“돈으로 받고 싶은 생각은 없고 나한테 찾아줬으면 하는 것이 있어.”

“뭔데요?”

강일은 여전히 차의 상향등으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여인에 인상을 찡그렸다.

“나중에 차차 알게 될 거야. 그것만 찾아내면 그때는 이 차용증 너에게 줄게.”

여인은 몸을 돌려서는 자신의 차에 타고서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 꿈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닌 끔찍한 악몽처럼 느껴졌다.

“하아!”

정체불명의 여자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은 더 이상 사채업자들로부터 시달릴 일은 없다는 점이 좋았다.

강일은 몸을 일으키고서는 고시원 건물로 걸어갔다.

“으윽!”

온몸이 아파왔다.

과도하게 긴장되었던 몸이 풀리기 때문이었다.

강일은 자신의 고시원 방 안으로 들어와서는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너무 피곤했다.

천연화의 향기가 강일의 피로를 풀어 주기 위해 다가왔지만 어째서인지 강일의 몸에 닿자 움찔 떨며 흩어져 버렸다.

“하아! 하아!”

강일은 지금 천연화를 받아들일 기분이 아니었다.

몸의 피로보다 정신적인 피로가 극심했고 천연화의 도움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해 버린 것이었다.

몸의 피로를 푸는 것은 결국 강일의 신체가 하는 일이었다.

천연화는 그런 과정을 도와주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일이었기에 강일이 받아들이지 않고자 한다면 아무런 효과도 보일 수 없었다.

“흐윽! 흑! 흑! 제길! 제기랄!”

강일은 결코 울지 않으리라고 다짐했었지만 흐느꼈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지만 세상은 너무나도 힘겹고 참혹하기만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포기하지 말자고 하루에도 몇 번씩 오늘 하루만이라도 열심히 하자고 다짐을 하고 또 다짐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바닷물에 무너지는 모래성처럼 부서지고 무너지기만 했다.

두 손으로 다시 모래성을 쌓아 보지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까 너무나도 두려운 것이었다.

강일은 눈을 감은 채로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알려주신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떠올렸다.

―강일아, 화가 나고 힘이 들 때는 눈을 감고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하고 세어 보렴!

―엄마! 그건 잠잘 때 하는 거잖아!

강일은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잠이 들었다 깨면 신기하게도 화가 가라앉아 있었고 힘이 든 것이 조금은 약해졌음을 알았다.

물론 그 문제가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화가 나고 힘이 들어 온몸이 벌벌 떨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리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눈을 뜨고 엉킨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간다. 화나고 힘들고 원망하면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더욱더 엉켜버리니까.’

강일이 침대에 기대어 잠이 들자 잠시 후에 천연화의 향기가 다시 한번 강일의 몸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강일은 오늘 하루를 넘길 수 있었다.

“…….”

그렇게 눈을 뜬 강일은 침대에 반듯이 누운 것이 아니라 차가운 방바닥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강일은 평소보다는 조금 덜하지만 제법 몸이 개운한 것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서는 천연화를 바라보았다.

“흐음! 고맙다.”

인격을 가지지 않은 식물이었기에 강일의 말을 알아들었을 리는 만무했다.

하지만 그나마 지금까지 강일을 버티게 해 준 것은 어쩌면 천연화 때문이었다.

강일은 천연화의 물을 깨끗한 물로 갈아주고서는 샤워를 하기 위해 샤워장으로 향했다.

쏴아아아아!

찬 물에 머리가 차가워지자 강일의 이성이 점차 차가워지는 듯했다.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빚이 사라진 것은 아니야. 그 정체불명의 여자가 뭔가 원하는 것이 있다고는 하지만 돈으로 갚아야 해. 더욱이 아직 학자금 대출도 남아 있고 생활비도 필요하니…….’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그전처럼 해 왔던 대로 열심히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강일은 그렇게 또다시 당일 아르바이트를 선택하고서는 취업 공부를 했다.

천연화 덕분인지 그리 많은 시간을 들이지는 않았지만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가 볼까?”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하러 고시원을 나설 때 고시원 총무 형인 세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일아! 택배 왔다!”

“예? 택배요?”

강일은 택배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서는 세진을 바라보았다.

그러고서는 세진의 손에서 원통 모양의 택배가 들려 있었다.

“아!”

하백의 임무 족자였다.

몇 번의 임무를 해야 한다는 말이 없었으니 살기 위해서라도 하백이 내린 임무를 무조건 일주일 안에 해내야만 했다.

강일은 하백으로부터 온 택배를 받아들고서는 자신의 가방에 집어넣었다.

지금 확인을 할 수는 없으니 아르바이트가 다 끝나면 확인을 해 볼 생각이었다.

정말이지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가고 강일은 기진맥진한 채로 고시원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후우! 다행히 없네.”

이제는 볼 일이 없었지만 혹시라도 사채업자들에 여전히 긴장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강일은 하백에게서 온 택배를 뜯었다.

“아! 내가 이사 가면 어떻게 되는 거지?”

순간 자신이 다른 고시원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하백의 택배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신인 하백이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 행여 택배를 받지 못해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강일은 뜯어진 택배의 통 안에서 두루마기 족자를 꺼내었다.

“이번 임무는 조금 쉬웠으면 좋겠는데…….”

어떤 임무가 들어있을지 알 수 없었기에 긴장을 하며 두루마기 족자를 펼쳤다.

―上 : 不可

中 : 不可

下 : 태백산 당골 계곡의 바닥에 떨어진 석상을 백단사에 전달하라.

상과 중은 이번에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마지막 하의 단계의 임무만이 할 수 있었고 이번에는 태백산으로 가라는 임무였다.

“석상? 그게 뭐지? 아무튼 그걸 찾아서 백단사에 가져다주라는 건가? 백단사가 어디에……. 아! 다행히 태백산에 있구나.”

백단사는 태백산의 당골 계곡과 그리 멀지 않았기에 어려울 것은 없어 보였다.

그래도 강일은 졸지에 등산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 받은 아르바이트비를 바라보았다.

“하아! 며칠 더 해야겠네.”

사채업자들에게 가지고 있던 돈을 전부 빼앗겼기에 호주머니에 돈이 없었다.

결국 태백산까지 갈 차비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이틀은 꼬박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더욱이 사당 청소처럼 하루만에 끝이 나지 않을 수도 있었기에 먹고 살기 위해서도 얼마간의 돈을 모아둬야만 했다.

“어쩔 수 없지. 그나저나 선물 상자는 어디서 구해야 하는 거지?”

열쇠는 있었지만 그 열쇠로 열 선물 상자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힌트라도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것도 없었기에 온전히 강일 스스로가 찾아내야만 하는 일이었다.

강일은 호주머니에서 구리 열쇠를 꺼내어서는 바라보았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구리 열쇠였지만 신의 선물 상자를 열 수 있는 열쇠였다.

“정말이지 신기한 일이야.”

강일은 자신이 특별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특이한 일에 휘말렸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특이한 일이 자신의 인생을 극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자자. 순리대로 흘러가겠지. 고민해 봐야 지금 당장은 알 수가 없는 일이니까.”

그렇게 눈을 감자 몸이 나른해지며 한편으로 편안해진다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꿈도 구지 않을 정도로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자 잠이 깨 있었다.

“후우! 잠을 잔 건지 만 건지, 이건 정말 아쉽네.”

피곤하지는 않지만 잠이 들긴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은 무척이나 아쉬웠다.

무언가 인간이 가진 삶의 기쁨 하나가 사라져 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강일은 몸을 일으켜서는 끼니를 때우고서는 공부를 했다.

이제는 몸에 익었는지 자연스럽게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강일은 타이머가 울리자 정리를 하고서는 고시원을 나섰다.

그렇게 조깅을 하 듯이 아르바이트 장소로 뛰어가고 있던 강일은 골목길을 지나 대로변으로 나가려는 순간 한 아주머니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아이고! 총각!”

“응?”

자신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부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급한 목소리에 강일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무거운 짐을 옮기고 있는 중년 아주머니가 계셨다.

“무슨 일이세요?”

근처에 총각으로 불릴 만한 사람이 자신뿐이었기에 강일은 중년 아주머니에게 다가갔다.

“야! 이것 좀 들어 주면 안 될까? 뭐가 들어 있는지 너무 무거워서 말이야.”

“예?”

짐을 들어달라는 것에 조금 당황했지만 강일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대로까지 옮겨 드리면 되나요?”

“아이고! 고마워서 어쩌나.”

고맙다면서 고마워하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이미 한 말을 되돌리는 것도 웃긴 일이기에 강일은 중년 아주머니의 짐을 들었다.

“윽! 뭐가 이리 무서워?”

“그렇지? 아이구! 내가 증말 그 화상 때문에 못 산다니까. 확 버려 버릴 수도 없고!”

강일의 말에 가슴을 치며 한숨을 쉬는 중년 아주머니에 강일은 웃음이 나왔다.

“사장님께서 아끼시는 건가 보네요.”

“아끼기는 무슨! 우리 바깥양반이 뭔 골동품 모으는 양반인데 뭔 이상한 걸 주워 와서는 날 이 고생하게 만든다니까.”

강일은 중년 아주머니의 고충에 피식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정말 미안한데 저기가 우리 바깥양반 가게거든. 거기까지만 옮겨 주면 안 될까? 내가 사례는 꼭 할 테니까 말이야.”

그리 먼 거리도 아니었고 기왕 하는 김에 끝까지 해 주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끙끙거리며 중년 아주머니의 짐을 들어 주자 중년 아주머니는 가게의 문을 열고서는 화를 내셨다.

“아이구! 이 양반 또 없네! 어디를 간 거야! 정말!”

“아주머니, 이거 여기 놓으면 되는 건가요?”

“어! 총각 정말 고마워. 거기 놓으면 돼! 어떻게 커피 마실 거야? 아니면 주스 줄까?”

강일이 짐을 들어 준 것이 고마운지 아주머니의 말에 강일은 슬쩍 시계를 보고서는 이제 가야 할 시간임을 알 수 있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저 시간이 없어서…….”

강일은 사양을 하고서는 몸을 돌리다가 음식점인데도 꽤나 골동품이 많은 것에 놀랐다.

물론 한가하게 골동품들을 둘러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중년 아주머니의 가게에서 나가려던 순간 강일의 몸이 굳어졌다.

“어?”

상자였다.

강일이 그토록 찾고 있던 상자가 눈앞에 있던 것이었다.

박천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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