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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열쇠 14화

신의 열쇠 14화
[데일리게임]


14화

5. 태백산(3)

다음 날 아침 부산스러운 소리에 잠에 깬 강일은 눈을 뜨자 생소한 느낌의 방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

자신이 웬 여인의 집에서 잠이 들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강일은 몸을 일으키고서는 급히 방을 나섰다.

“……?”

“……!”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본 강일은 조용히 다시 문을 닫고서는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손님 받은 거였어?’

방에서 외간 남자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왔으니 어떤 상상을 할지 뻔했다.

물론 석상을 찾아서는 백단사에 전달해 주고 나면 태백산에 올 일도 없었지만 그래도 창피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후우!”

그렇게 나가지도 못하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 색색이 한복을 입은 여인이 들어와서는 미안한지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는 것이었다.

“손님을 받으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워낙에 사정을 하던지라 그냥 돌려보낼 수 없었습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아니요! 오히려 제가 죄송한 걸요. 괜히 오해를 사게 한 것 같아서요.”

떠날 자신보다 남아서 살 여인이 더 걱정인 일일 터였다.

그렇게 강일의 사과에 그녀는 미소를 짓고서는 말했다.

“식사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식사를 하시고 찾으시는 것을 찾으세요. 그리고 옷이 많이 더러워졌으니 내어 놓으시면 빨래를 해 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으십니다.”

강일은 사양을 했지만 무당의 복장을 입은 그녀는 어제와는 달리 조금은 매서운 느낌으로 강일을 노려보았다.

“옷을 갈아입고 씻으세요.”

왠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금 화가 난 듯한 느낌마저도 들어서 강일은 얼떨결에 샤워를 하고 새 옷으로 갈아 있는 다음에 식사를 하고 그녀의 집 밖으로 쫓겨나야만 했다.

당연히 강일의 짐과 가방은 그녀의 집에 남겨놔야만 했다.

“후우! 어쩔 수 없지. 일단 석상부터 찾자!”

장군신이 그녀에게 대체 어떤 말을 했기에 이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강일은 딱히 그녀가 나쁜 생각으로 접근을 한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며 석상을 찾기 위해 계곡으로 향했다.

석상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등산객들의 시선도 시선이었지만 가끔씩 태백산 관리소 직원인 듯한 사람들의 눈을 피하는 것도 일이었다.

“후우! 정말 있기는 있는 건가? 이래서는 몇 날 며칠을 찾아도 못 찾겠는데.”

강일에게는 그리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임무를 받은 날로부터 벌써 4일이 지나 있었다.

일주일 안에 하백이 내린 임무를 수행해야만 했기에 3일밖에는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설령 3일의 시간이 있다고 해도 강일도 먹고 살아야만 했기에 일주일을 전부 임무에만 투입할 수는 없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난 뒤에 또다시 임무가 주어질 수 있었다.

그래도 하루, 이틀이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은 강일의 오산인 듯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었기에 강일은 해가 기웃기웃 넘어가도록 계곡 물속에서 석상을 찾았다.

중간에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았는지 샌드위치를 가지고 온 무당 여인 덕분에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무심히 강일이 하는 양을 지켜보다가 강일이 느끼지도 못한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후우! 결국 오늘도 못 찾은 건가?”

바위에 걸터앉아서는 한숨을 내쉬는 강일은 오랫동안 물속에 있어서인지 입술이 파리했다.

더욱이 천연화의 도움을 받지 못했기에 피로도 완전히 풀린 것도 아니었다.

강일은 일단은 자신의 짐이 있기도 한 무당 여인의 집으로 돌아갔다가 내일 다시 수색을 하자는 생각을 했다.

일단은 더 이상은 무리임을 아는 것이었다.

그렇게 계곡 옆의 바위에서 몸을 일으킨 강일은 순간 달빛이 계곡물이 2미터 정도 되는 폭포 아래의 웅덩이를 비추는 것을 보았다.

무시하자면 그냥 무시할 정도로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강일은 조금 더 자세히 폭포물이 떨어지는 물웅덩이를 바라보았다.

그러고서는 뭔가 사람 형상이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석상인가?”

어떤 석상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것이 동물 모양의 석상인지 아니면 사람 모양의 석상인지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얼핏 보인 사람 형상에 강일은 어쩌면 그것이 자신이 찾고 있는 석상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일은 급히 폭포 아래쪽으로 내려가서는 폭포물이 떨어지며 수면이 세차게 흔들리는 물웅덩이를 노려보았다.

달빛에 의해 그리 어둡지 않게 보이고 있었지만 쉽게 다시 모습을 보여 주지는 않았다.

“아! 미치겠네. 분명 아까 본 것 같은데.”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물속으로 들어가 봐야만 할 듯싶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다지 깊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충 어깨 정도까지 깊이이려나? 뭐 그 정도라면 별것 아니겠지.”

강일은 이제는 해가 완전히 져 버려서 빛이라고는 하늘에 떠 있는 달빛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지만 내일 다시 돌아오는 것보다는 지금 확인을 하자는 생각을 했다.

첨벙!

물속으로 발을 들이밀자 차가운 한기가 밀려들어왔다.

오싹한 느낌의 한기에 강일은 순간 놀랐지만 이내 한 발짝 더 발을 내딛었다.

그러자 한기는 언제 있었냐는 듯이 사라져 버렸다.

조금 의아한 느낌이었지만 강일은 더 이상은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 것에 바위 위에서 보았던 곳을 향해 다가갔다.

오래지 않아 가슴 언저리까지 물에 찼다.

“대충 이 근처였던 것 같은데.”

그리 깊은 물은 아닌 것에 안도를 한 강일은 물속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확인을 해 보려고 했다.

철벙!

다시 한번 오싹함이 들었지만 강일은 물속에서 눈을 뜨며 물속 바닥에 있을 석상을 찾았다.

하얀 물거품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순간순간 보이는 바닥에 좀 더 집중을 하며 걸음을 내딛었다.

“아! 보인다.”

그렇게 물거품이 잠시나마 걷히는 순간 강일은 어떤 눈과 마주쳤다.

“으윽!”

전혀 예상치 못한 마주침에 당황하며 물러서려고 했지만 미끄러운 바닥에 강일의 몸이 균형을 잃어버렸다.

그러고는 물속에 빠져 버렸다.

쿠르륵!

분명 가슴 정도까지밖에 차지 않는 물웅덩이였는데 어찌 된 일인지 강일은 발 아래로 땅이 닿지 않았다.

‘사…… 살려 줘.’

입 안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너무나도 당황한 나머지 물을 먹어 버린 것이었다.

물속에서 물을 먹게 되면 물에 대한 공포심이 밀려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된다.

실제로는 물에 빠지지 않을 만한 깊이에서도 익사 사고가 나는 이유가 이런 물에 대한 공포심으로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강일 또한 그렇게 온몸을 허우적거리기만 할 뿐 물속으로 계속 가라앉기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 동안이나 허우적거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강일이었다.

이대로라면 물속에 빠져 물귀신이 될 수밖에 없을 듯싶었다.

아니, 반쯤 정신이 흐려지며 실제로 강일의 몸이 물속으로 잠기고 있었다.

이미 폐 속으로 물이 유입이 되면서 숨이 막혀오고 있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난다면 폐에 물이 가득 차서는 응급처지를 받더라도 마른 익사로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그렇게 의식마저도 점점 멀어져 갈 때 강일은 아름다운 여인을 보았다.

‘선녀?’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늘하늘한 옷을 입은 여인이 강일의 두 눈에 아른 거렸다.

그리고 그녀는 강일의 손을 붙잡고서는 그대로 물 밖으로 끄집어내었다.

강일은 여인의 손에 이끌려서는 물에 빠져 나왔지만 여전히 의식이 흐릿했다.

여인은 그런 강일을 보고서는 인상을 찡그리며 강일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강일은 무척이나 달콤한 느낌과 함께 폐 속으로 가득히 공기가 들어옴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식은 흐릿하기만 했다.

“후우! 멍청한 놈. 물귀신한테 홀리기나 하고.”

강일이 숨을 다시 쉬는 것을 확인한 여인은 인상을 찡그리며 물웅덩이를 노려보았다.

당장에라도 강일을 홀렸던 물귀신을 죽여 버리려고 했지만 이내 느껴지는 기운에 표정이 굳어졌다.

“…….”

폭포 위의 바위 위에 서 있는 여인의 모습에 강일을 구한 여인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뭐야? 한판 해 보자는 거야?”

“살려 줄 테니 돌아가세요.”

여인은 자신을 무시하는 여인에 화가 났지만 아직은 그녀를 상대할 정도로 자신이 강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건방진 년. 네년 마음대로 될 줄 알아!”

“마지막 경고입니다.”

싸늘하게 식은 눈빛에 강일을 구한 여인은 이를 악물고서는 결국 몸을 일으키고서는 숲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바위 위에 있던 여인이 훌쩍 폭포 아래로 뛰어내려서는 강일에게로 다가갔다.

“후우! 설마 찾으신다는 것이 저것이었습니까? 왜 이리 목숨을 하찮게 여기시는 것입니까.”

여인은 원망스럽다는 듯이 강일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자신이 아무리 원망을 해 보아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한숨만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강일이 묶고 있는 무당집의 여인이었다.

강일이 무언가를 찾기 위해 태백산으로 온 것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자신과의 운명이 다시 이어졌다는 것에 너무나도 고맙고 기쁘기만 했다.

물론 그 운명이라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설레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여인은 강일을 부축해서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강일이 찾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으니 나머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정도 돕는 것 정도로는 그분이 화를 내지 않을 것임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후우! 오늘도 못하는 건가요?”

여인은 강일이 오늘 내로는 깨어나지 못할 것 같은 것에 원망스러운 듯이 강일을 흘겨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천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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