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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제 카이더스 2화

용제 카이더스 2화
[데일리게임]

그런데 봉문을 선포하기 바로 직전 청성의 장문인이 날린 서신에 사파와 마도라는 생각을 지워버렸다.

그런데 그들은 한 가지 의구심이 들었다. 솔직히 유림은 무림의 문파가 아니다. 그리고 무림에 나와도 정파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유지했지 절대로 척을 지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사파와 마도 측에서는 그 유생의 등장이 정말 반가웠다. 어떻게든 정파 놈들을 물 먹이고 싶었지만 자신들이 직접 나서게 되면 정마대전이나 정사대전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정사마 이 세 곳 모두 유림에 서신을 띄웠다. 정파에서는 정말 그 유생이 유림의 소속인지 확인을 하고 맞는다면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사파와 마도는 유림의 소속이 맞는지 아니면 자신들이 포섭을 하기 위해서였다.

얼마 후 그 세 곳으로 유림의 답신이 갔다. 그 유생이 익히고 있는 무공은 유림의 무공이 맞으나 그런 유생은 유림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이 이야기는 일파만파로 퍼지기 시작했다.

유림의 무공을 쓰나 유림에 속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파도 아니고 사파나 마도도 아니다.

혹자는 오래전 유림에서 나왔던 유림선선의 후인이 아니냐는 말도 했다. 정파에서는 적으로, 사와 마에서는 제일포섭 대상으로 놓았다.

이렇게 상반되는 행동을 하는 가운데 수뇌부에 속하지 못한 무인들과 무인이 아닌 이들은 한 가지 공통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무림 사상 초유의 절대강자가 등장한 것은 아닐까?

이제 약관을 갓 넘겼다는데 그런 무위를 보이면 이립(30세), 불혹(40세), 지천명(50세)이 되면 얼마나 더 엄청난 무위를 보이는 절대고수가 되겠는가.

무림인이라면 정사마를 떠나 강한 자를 동경하고 떠받들기 마련이다. 정파의 무인들은 대문파 혹은 각 문파의 수장들의 눈치를 보며 열광했고, 사파와 마도에서는 각 파의 수장들이 나서서 그를 칭송했다.

그리고 사파에서는 그 유생에게 별호를 지어줬는데 그가 보인 무위에 비해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회자되기 쉬운 별호였다. 그 별호는 바로 ‘무림서생’ 앞서 말했다시피 그가 선보인 무위에 비교하면 상당히 약해 보이나 사파에서는 ‘무림을 자기 집 안방처럼 휘젓고 다니는 서생으로 위장한 무적고수’라는 이름에서 붙여준 것이다.

무림서생이라는 별호와 그 의미는 또다시 퍼지기 시작했다. 별호의 의미를 보면 좀 과하다 싶지만 부채라는 생소한 무기로 무림의 대문파를 휘저은 이는 무림 역사상 무림서생이 유일했다.

그런데 무림서생이라는 말과 그 의미가 무림 전체로 일파만파로 번져갈 때쯤 정파에서는 전혀 다른 호칭을 내놓았다. 그들은 그 유생을 선마(扇魔)라 불렀다. 사파에서는 자신들의 비위를 거스르면 무조건 사와 마로 취급하는 정파다운 호칭이라고 생각했다.

무림서생이라고 부르건 선마라고 부르건 그 유생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었다. 마치 강호 유람을 하듯 돌아다니며 자신이 지금 있는 곳에 정파의 거대문파가 있다면 바로 봉문작업에 들어갔다.

* * *

무림서생이 무림에 나온 지 3년이 지났다. 허나 그동안 무림서생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림에서 알아주는 정보문파인 개방과 하오문 역시 무림서생에 대해 정보를 모아보려고 했지만 어디에서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으면 이미 그곳을 떠난 후였다.

용모라도 알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봉문한 문파에 찔러보려 했지만 그 문파들 모두 그 건에 대해 쉬쉬하고 있었기에 여의치 않았다.

그들은 무림서생의 행적을 거꾸로 가며 용모파기를 알아보려 했지만 어찌된 연유에서인지 그것 역시 쉬운 게 아니었다.

그들이 그렇게 동분서주할 때 무림서생이라 불리는 유생은 광동성의 성도인 광주에 있었다. 광주는 중원에서 요리로 알아주는 곳 중 하나기에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을 겸 온 것이다.

요리로 알아주는 이 광주에서 더 알아주는 식당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데 무림서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래저래 돌아다니면서 정도 대문파를 상대하는 것에 몰두하느라 신경을 안 쓰기는 했지만 자신이 무림서생이라고 불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번에 무림서생이 목표로 하는 문파는 어디가 될까?”

“글쎄, 어디가 되려나? 이미 열다섯 개 중 일곱 개가 고꾸라졌으니 목표가 생겨도 쉽지 않을 거야. 그런데 아직까지도 무림서생의 용모파기가 알려지지 않았다며?”

“그러게나 말이야. 여기 광주 하오문에 있는 내 친구의 말에 따르면 완전 신출귀몰 뺨칠 정도라더군. 여기서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가면 언제 있었냐는 듯이 사라지고 저기에서 흔적을 보여서 가면 이미 사라진 후래. 내 친구는 무림서생이 아니라 신도서생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던데? 신도라고 불리는 도둑보다 더 빠르대.”

“그렇지만 이렇게 휘저어놨으니 용모가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겠지?”

“장담하지는 못해. 하지만 시간문제라는 말에 손을 들어주고 싶네.”

시간문제라는 말에 유생의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어리기 시작했다. 용모가 아직 안 알려졌다는 말에 태평하게 돌아다니던 그였다.

“그러고 보니 처음 나왔을 때부터 계속 이 모습으로 다녔구나. 아무래도 모습을 바꿔야 할 때가 된 것 같네. 진짜 처음부터 그 녀석 말대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 본얼굴로 다녔으면 완전 죽도 밥도 안 될 뻔했잖아.”

이게 무슨 소린가? 본얼굴이라니… 이 말인 즉 유생의 현재 얼굴이 자신의 본래 얼굴이 아니라는 소리가 된다. 무림인들 사이에서 얼굴의 형태를 바꿔주는 역용이라는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은 어지간한 수준으로는 쓸 수가 없으며 설사 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그 얼굴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생은 식당을 찾아가던 것을 멈추고 방향을 바꾸어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얼굴의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이 과정은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 대체 어떤 역용술을 익혔는지는 모르지만 그 과정이 좀 역겹다.

잠시 후 얼굴의 형태를 바꾸는 작업이 끝났는지 그는 자신의 얼굴을 만지기 시작했다. 약간 기생오라비 같이 생겼던 그의 얼굴이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얼굴로 변했고 유약해 보이던 얼굴빛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당당한 모습이었다.

“이 거울이 없으니 볼 수가 없네. 얼추 내 원래 얼굴로 돌아온 것 같기는 한데… 에이, 모르겠다. 나중에 상점에 들어가서 거울 하나 사서 봐야지. 게다가 이 정도면 그 유생처럼 생긴 거하고는 거리가 머니 무슨 짓을 해도 내가 무림서생이라는 걸 모르겠지. 그리고…….”

그는 품 안에서 부채를 꺼냈다. 그리고 그 부채에 약간의 내공을 주입하여 태우기 시작했다. 그가 쓴 수법은 삼매진화의 수법으로 역용과 마찬가지로 난이도가 상당한 기술이다.

“아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무림서생의 주무기가 이 묵 빛의 부채이니…….”

이윽고 부채가 완전히 불에 타버리자 그는 콧노래를 부르며 골목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웬 인영이 나타나서는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든 당황하거나 잔뜩 경계하는 모습을 보일 텐데 그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다.

“오랜만이네? 이게 몇 년 만이냐? 한 3년 됐나?”

무림서생의 정체를 파악하려는 놈일 확률도 있다. 하지만 그는 그 인영을 반갑게 맞았다. 그리고 그 인영 역시 그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민 오라버니, 오랜만이에요. 슬슬 본모습으로 돌아오시라고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알아서 돌아오셨네요.”

“돌아가는 상황이 좀 여의치가 않아서… 그건 그렇고 아린이 네가 어쩐 일이냐?”

“오라버니께서 처리하셔야 할 문파가 좀 더 늘어났고요. 게다가 오라버니의 행보가 생각보다 늦는다고 궁주님께서 저를 직접 보내셨어요. 저보고 오라버니의 길잡이를 해서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문파를 봉문시키라고 명하셨어요.”

무림서생이라고 불리던 그의 이름은 태민. 사실 마도무림에서 제일 큰 세를 자랑하는 마궁의 소궁주이다. 마궁은 오래전에 멸문당한 마교의 맥을 잇는다고 공공연하게 떠드는 문파이며 그 성세는 마교에 비할 바는 못 되나 그래도 무림에서 단일문파로는 최고의 세를 자랑한다.

그리고 궁주의 명이라며 태민의 앞에 서 있는 그녀의 이름은 천아린. 마궁에서 정보를 담당하는 기관인 비선의 선주이며 태민의 약혼녀이다.

처리해야 할 문파가 늘었다는 말에 태민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아린을 바라보았다.

아린은 웃으며 답했다.

“오라버니께서 봉문을 시켜야 할 문파는 정천십오주만이 아니에요. 그 십오주를 떠받치며 보조하는 좀 큰 문파가 있어요. 그것도 처리하셔야 하고요. 그리고 은자림까지 하셔야 할 것 같아요.”

“뭐! 나보고 은자림까지 하라고! 아버지 미치신 거 아냐? 아니면 그 나이에 벌써 노망이 드셨거나! 나보고 은자림까지 처리하라는 게 말이 돼! 그곳에 어떤 인간들이 있는지 강호에 대해서 조금만 알아도 다 알잖아!”

“오라버니께서 그동안 하신 성과가 고스란히 보고가 됐다는 걸 잊으시면 안 되죠. 오라버니께서 자신의 필요에 의해 이것저것 익히셨다지만 오라버니의 주력 무공은 검공과 권공인 거는 우리 마궁 사람들이 다 알아요. 그런데 주력이 아닌 선공(扇功)으로 정천십오주 중 일곱 개를 뽑아버리셨으니 말 다했죠.”

“그럼 이제부터 주위 이목 신경 쓰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소리로 받아들여도 되냐? 솔직히 천엽만 쓰기에는 좀 짜증났거든. 게다가 천엽보다 그게 더 쓰는 재미도 있고.”

“예, 오라버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소리에요. 단! 오라버니께서 지금까지 하신 행보로 알려지게 된 무림서생이라는 명호는 포기하셔야 해요.”

그런 명호를 지어준 사파에게 고맙기는 하지만 태민에게는 별로 마음에 안 드는 별호였다. 그 의미야 어찌됐든 서생이라는 단어를 꼭 붙이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태민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루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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