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목걸이는… 설마!’
루비에드는 잽싸게 폴리모프하고 그 인간에게 달려들었다.
“너! 그 목걸이 어디서 났어?”
chapter 4 목걸이의 정체는
태민은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의 어깨를 붙잡고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루비에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상황인데다 지금 짜증나 죽겠는데 못 알아듣는 말을 해버리니 짜증이 배가 됐다.
“저리 비켜! 지금 짜증나 죽겠구만! 아, 젠장! 대체 그 양반 이 목걸이에 무슨 짓을 한 거야! 무슨 짓을 했기에 이 빌어먹을 목걸이가 안 벗겨지냐고!”
태민은 소리치며 자신의 어깨에 올라온 루비에드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금 목걸이를 벗기 위해 실랑이를 벌였다.
혹시 목걸이에 법민의 술법이 걸려 있지 않나 싶어 집중을 하고 목걸이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목걸이에는 술법이 걸린 것도 없었으며 걸린 흔적조차도 찾을 수 없었다.
“이거 정말 미치겠군. 이 목걸이를 벗어야 현신을 해도 할 수 있는데… 설마 이 양반 애초에 이런 목적으로 나한테 이 목걸이를 준건가? 그러고 보니 목걸이를 줄 때 좀 희미하지만 짜증나는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 * *
루비에드는 다시금 그 인간에게 달려들어 목걸이에 대해 묻고 싶었다.
하지만 저런 모습을 보이는 데다 말도 안 통하는 상황에서 다시 물어봐야 짜증을 낼 것이 분명하다. 힘으로 제압하면 어떨까도 생각했지만 저 인간이 자신에게 제압당할 것 같지는 않았다.
‘저 목걸이가 어디서 났는지 물어봐야 하는데… 하지만 대화가 안 통하는데 어떻게 물어보지? 아! 그게 있었구나! 진작 그걸 썼으면 됐는데 깜빡하고 있었네!’
순간 그녀는 물밀듯이 밀려오는 자괴감을 느꼈다. 환계에서 제일 뛰어난 종족인 드래곤인 자신이 그걸 이제 생각해냈다니… 이 자리에 다른 드래곤들이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루비에드는 자괴감을 금세 떨쳐버리고 목걸이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인간에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작게 읊조렸다.
“제노글로시아.”
그러자 그녀의 손에서 자그마한 빛의 구체가 형성되었고 그 빛은 곧장 그 인간을 향해 날아갔다.
공격 마법으로 착각하고 맞는 그 즉시 난리를 피우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미 목걸이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지 자신이 마법을 쓴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루비에드가 날린 빛은 인간에게 맞았고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녀는 ‘이제 말을 걸어도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그 인간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지금 네 목에 걸린 그 목걸이 어디서 났지?”
“지금 네 목에 걸린 그 목걸이 어디서 났지?”
가뜩이나 짜증나 죽겠는데 자꾸 말을 건다. 태민은 잔뜩 인상을 쓰며 자신에게 말을 건 상대를 바라보았는데 아까 자신과 싸우던 그 드래곤이었다. 또 못 알아들을 언어로 말을 걸었다 생각하고 짜증을 내려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방금 전까지는 그 드래곤이 무슨 말을 하던 못 알아들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말을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태민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너에게 제노글로시아라는 마법을 걸었어. 너와 내가 쓰는 언어가 다르기는 하지만 그 마법을 통해서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고 할 수 있을 거야. 자, 그럼 다시 물어볼게. 그 목걸이는 대체 어디서 난 거지?”
“…….”
드래곤의 물음에 태민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익힌 술법 중에서는 저 드래곤이 자신에게 건 마법처럼 언어적 능력을 부여하는 술법이 없다. 부여를 하려고 해도 특정 기구에 술법을 부여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술법이 부여된 기구가 없으면 상대가 무슨 말을 하건 알아들을 수도 없다. 게다가 이 술법은 좀 복잡하여 태민으로서는 할 줄 알면서도 귀찮아서 안 하는 술법이다.
“똑같은 말 또 하게 하네. 나 똑같은 말 계속하는 거 아주 싫어하는데… 이번에는 꼭 답변을 해주길 바랄게. 그 목걸이 어디서 난 거지?”
“이 목걸이? 나 아는 분에게 받은 건데? 근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지?”
드래곤의 어투에서 짜증이 묻어났기에 태민 역시 짜증나는 어투로 답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을 몸으로 직접 가르쳐주는 격이다.
드래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허공으로 손을 찔렀다. 그리고 손을 뺐는데 그녀의 손에는 태민 자신의 목에 걸린 것과 똑같은 목걸이가 들려 있었다.
“나한테도 지금 네 목에 걸린 목걸이와 똑같은 목걸이가 이렇게 있거든. 나는 이거 내가 성룡식을 치를 때 아버지께 선물로 받은 거야. 그때 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이 모든 계를 통틀어서 딱 두 개밖에 없는 목걸이라고 하셨어. 왜냐, 아버지께서 직접 만드신 목걸이거든.”
태민은 그 말에 경악했다. 목걸이를 받을 때 법민이 자신에게 ‘이 목걸이는 모든 계를 통틀어서 딱 두 개밖에 없는 거야. 왜냐! 내가 직접 만든 목걸이거든. 그러니까 영광으로 알고 받아.’ 라고 말했다.
‘그럼 뭐야? 저 드래곤이 법민 아저씨의 자식이라는 거야? 법민 아저씨는 용이고 저 녀석은 드래곤인데 어떻게 법민 아저씨의 자식이 되는 거지? 게다가 그 아저씨 인간에서 용이 되어 용계로 온 후에 그 어떤 곳도 간 적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태민은 자신이 아는 법민과 저 드래곤은 종이 다르긴 했지만 용과 드래곤에게 공통으로 부여된 권능이 있기에 그 부분은 내심 이해가 됐다.
하지만 자신이 아는 바로는 절대로 휴양 같은 것을 간 적이 없는데 어떻게 여기에 왔다는 것인지가 의문이었다.
‘설마 이 아저씨 그걸 행한 건가?’
태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풀었다. 아직 속단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보다 이 목걸이에 대해서 알아야 했다. 자신은 법민에게 목걸이에 대해서 제대로 들은 바가 없기에 저 드래곤이 이것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무래도 너에게 그 목걸이를 준 이가 나한테 이 목걸이를 준 이하고 같은 양반일 거다. 그 양반도 나에게 이 목걸이를 자신이 직접 만들어서 딱 두 개밖에 없는 거라고 하셨거든. 그건 그렇고 너한테 물어볼 게 있다. 너 혹시 이 목걸이의 용도에 대해서 아냐? 알고 있는 게 있으면 좀 알려주라. 내가 이거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거든.”
“…….”
하지만 드래곤의 입에서는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태민은 드래곤이 자신의 말을 못 들은 건가 싶어 재차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새빨개진 드래곤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뭐지? 왜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고 난리야? 무슨 이상한 생각이라도 한 건가?’
태민은 그런 드래곤에게 다가갔다. 목걸이와 실랑이를 하는 동안 싸울 의욕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야기를 나누려면 서로 통성명을 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태민이 발걸음을 떼자 드래곤은 흠칫하며 그가 내딛은 걸음만큼 뒷걸음질을 쳤다.
태민은 순간 불쾌감을 느꼈지만 어쩐지 화를 내면 안 될 것 같아 그 불쾌감을 무시하고 그 자리에 서서 말했다.
“뭐야? 알았다, 알았어. 안 다가가면 되잖아. 그럼 여기서 말하지 뭐. 통성명이나 하자. 너나 나나 서로에게 물어볼 게 있는 것 같은데… 대화하는데 너, 야, 이런 식으로 부를 수는 없잖아. 내 이름은 태민이라고 한다. 아까 봐서 알겠지만 인간은 아니야.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하나? 환계에는 나처럼 생긴 게 없으니 어떻게 설명하기도 난해하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네가 누구인지는 대충 알아. 아버지도 마지막에 그런 모습을 보여주셨으니까… 그리고… 내…이름은…루비에드야.”
작게 말하긴 했지만 태민은 드래곤 루비에드가 하는 말을 다 들을 수 있었다.
“그럼 이제 통성명도 했으니 이 목걸이에 대해서 알려줬으면 좋겠군. 지금 이래저래 복잡한 일이 좀 있거든. 이 목걸이에 대한 것만 알면 뭔가가 풀릴 것 같아.”
태민의 그 말에 루비에드의 얼굴은 다시금 새빨개졌다. 이에 태민은 자신이 무슨 이상한 말을 한 건가 생각하고 방금 한 말을 곱씹어 보았지만 이상한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뭐야? 왜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고 그래? 이 목걸이에 대해서 알려달라니까!”
태민의 채근에 루비에드는 천천히 대답했다.
그녀의 설명을 모두 들은 태민의 머릿속에서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태풍이 몰아쳤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물어보았다.
“저기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것 같아서 그러는데 다시 한 번 말해줄 수 있냐? 이 목걸이가 뭐라고?”
루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