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유튜브를 해볼 것을 제안을 받아 실행하기로 결심 했습니다." 김홍일 교수(찐교수(진짜교수))가 게임을 주제로 유튜브를 하게 된 계기입니다.
김 교수는 현재 동국대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해당 분야에서는 '본좌'로 불릴 정도로 유명인입니다. 지난 2016년에는 제12회 건축의 날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 해외 건축 설계 대회에서 수차례 입상 및 수상을 하며 건축 분야에서 유명인의 반열에 오른 인물입니다.
건축 분야에서는 전문가이지만 게임에 대해 1도 알지 못하는 김 교수는 최근 게임을 통해 게임을 이용해 충분히 교육적인 내용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유튜브 OZTV 채널에서 '리니지2M'으로 자신의 전공인 건축을 게임과 접목해 설명하는 '건축학 개론' 콘텐츠와 '100만 원(3만 6000다이아) 벌기', '생애 첫 PC방 도전' 등 존재하지 않았던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입신양명(立身揚名)한 김홍일 교수가 왜 게임을 주제로 유튜브를 하게 됐을까? 이 궁금증을 자세히 알기 위해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설계사무소가 망한 것이 교수로 이어져
현재 동국대학교에서 교수로 근무중인 김홍일 교수는 처음부터 방송에 생각을 두지 않았고 교편을 잡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지난 1994년부터 2000년까지 건축 설계 사무실을 운영했지만 운영에 재능이 없었고 IMF로 인해 재정난에 시달려 문을 닫아야만 했다고 합니다.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동국대학교에서 건축학 교수를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수에 지원을 했는데, 교수직에 합격을 했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책임감을 갖고 후학 양성을 하고 있습니다.
한 직업을 오랫동안 하다 보면 노하우나 가고자 하는 길이 확고 해지며 스스로를 평가할 수 있게 됩니다. 약 20년 동안 대학교수로 후학을 양성해온 김 교수는 스스로 강연을 잘 못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강의를 오랫동안 하다 보니 말하는 재능을 타고 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1:1 토론 방식으로 이어지는 건축 설계는 부족한 강의 실력에도 불구하고 강의를 진행하는데 큰 문제가 없어서 괜찮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람들이 교수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을 깨는 발언을 이어갔는데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교수라는 직업이 존경받고 권위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과거에 비해 선생이라는 의미가 달라졌기 때문에 지금은 아닙니다"라며 "과거에는 삶에 귀감이 되고 삶에 대해서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선생을 했었지만 현재에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선생인 세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권위를 앞세운다면 요즘 세상과는 어울릴 수 없습니다"며 세상이 변하면서 인식도 바뀐 것에 대한 생각도 공개했습니다.
강의할 때 중요한 점으로 학생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점을 꼽았습니다. 수업 중에 학생들의 행동 모두가 교수의 잘못이라는 설명을 했는데요. 학생을 집중하게 만드는 것을 비롯해 지식 전달의 모든 책임은 교수에게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이렇게 지식 전달에 있어서 책임의 중요성을 느끼는 김 교수는 60이 넘은 나이로, 곧 정년을 앞둔 참된 스승입니다. 그가 참 스승인 이유는 제자들을 위해 정년 퇴임식 대신 제자의 작품전시회를 하고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공개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 "교육과 게임은 연관돼야 한다"
자신만의 확실한 교육관을 지닌 김 교수는 최근 게임에 관심이 생겼다고합니다. 직업이 교수이다 보니 교육과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것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는데요. "과거와는 달리 교육의 효율이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 재미가 동반돼야 하는 세상이 왔기 때문입니다. 교육을 재미있게 해야 하는데 게임과 연관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과거에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해본적이 있어요. 하지만 곧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게임과 등졌을 졌습니다"며 "수십년이 지나 게임을 다시 해보려 했지만 재능이 없던 제가 최근 게임들을 다시 할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라는 것이 게임과 관련된 유일한 추억입니다.
그가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요즘 게임들은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사람들이 게임을 할 때 빠른 손놀림과 화면을 보기만 해도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 지인의 제안에 유튜브 수락!
스스로를 게임에 대한 재능이 없다고 평가하고 게임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김 교수가 유튜브에 뛰어든 계기는 온전히 지인 덕분(?)입니다. 게임과의 관련성이 1도 없었지만 지인들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선택할 수 있었다는데요.
"평소 호기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 중인데 지인들과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인터넷 방송을 해볼 것을 제안받았고, 그들이 청춘을 바쳤던 게임이 사회적으로 좋지 않게 여겨지는 것이 가슴 아파서 인터넷 방송을 결심했었습니다"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60이 넘는 나이에 새로운 도전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까요? 오히려 산전수전 다 겪어서 쉬울까요? 그는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에는 약간의 망설임과 부담감을 느꼈다고 토로했습니다. 김 교수는 "유튜브를 진행하다 보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도 있지만 망가지는 것이 큰 부담감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내용을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망가지는 것은 여러가지 전달 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라며 "권위는 자기가 만드는 것이 아니고 남들이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소신 있게 말했습니다.
향 후 진행할 콘텐츠에 대해서는 "우선은 전공인 건축을 이용해 게임과 접목해서 콘텐츠를 만드는데 집중할 생각입니다"라며 "하지만 너무 교육적인 콘텐츠만 다루다 보면 재미적인 면에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재미를 위한 콘텐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 건축적인 면에서는 아쉬운 '리니지'
'리니지2M'으로 유튜브를 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국내 다른 게임들을 접해본 김교수는 '리니지2M'의 그래픽에 놀람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국내 유명 게임사들의 RPG을 경험해 봤지만 '리니지2M'을 능가하는 게임은 보지 못했습니다"라며 "'리니지2M'의 경우 마을에 교회나 성당이 있어서 건축면에서 이야기거리가 될 수 있어서 '리니지2M'을 선택했습니다"라고 게임 선택 배경을 공개했습니다.
이어 그는 "리니지2M'도 건축적인 면에서는 잘 만들기는 했으나 전문가의 시선으로 보면 여러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게임입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그 이유로 건물 입구가 3개인 것은 '삼위일체'로 잘 구현했고, 지붕이 뾰족한 것도 고증을 잘 한 반면, 스테인드글라스와 같이 디테일한 부분은 구현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그는 국내 게임업계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도와줄 수 있다는 뜻을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국내 게임 개발사들도 게임 속 건물을 시대상에 맞춰서 만들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라며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도와줄 수 있으니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해외에서는 건축가들이 영화의 배경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게임에서도 섬세한 면을 살리기 위해 건축가와 함께 작업하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늙은 세대에게 한 마디를 당부의 말을 남겼는데요. 그가 남긴 말은 "늙은이들이여 놀면 뭐하나 후손들과 소통을 위해 게임을 하자!" 였습니다.
오경택 기자 (ogt8211@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