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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위저드 4화

샤이닝위저드 4화
[데일리게임]


-휘익, 팍

“컥!”

창문을 넘어 들어오려는 자는 가슴에 한 자루의 단검을 꽃은 채 아래로 떨어졌다. 라크는 서둘러서 창문을 막았다.

-파파파팍

천정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며 가루가 떨어졌다. 지붕까지도 뚫고 있는 모양이다.

이제는 막을 방도가 없다. 라크는 한숨을 쉬며 조용히 천정 부근에 가로로 박혀 있는 나무기둥을 보았다. 건물의 유지를 위한 ‘보’였다.

-팍, 쩌적

라크는 채찍으로 보를 때렸다. 그러자 그것은 소리를 내며 부러져 버렸다. 커다란 해머로 쳐도 부러뜨리기 힘든 굵은 목재였지만 라크의 채찍에 실린 힘에 버틸 수는 없었다.

그는 다시 벽 사방에 있는 기둥 중 세 곳을 발로 찼다. 집이 들썩하며 기둥에 금이 갔다.

그 때에는 이미 몇 곳의 벽과 지붕에 구멍이 뚫려 암살자들이 집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라크를 발견하자마자 비수를 던지거나 짧은 단창을 겨눈 채 몸을 날렸다.

-슈슈슉, 파팍

“크윽!”

라크의 몸에 다시 몇 개의 단검이 박혔다. 단창을 든 자들을 피하느라 단검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는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듯 했다.

“잡았다.”

암살자 중 한명이 나직하게 외쳤다. 그들은 경계심을 유지한 채 라크의 주변으로 다가왔다.

그때, 라크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벽의 한쪽을 향해 돌진했다. 놀란 상대들은 급하게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던졌지만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라크를 저지하지는 못했다.

-쾅

라크는 벽의 모서리에 있는 기둥하나를 몸으로 들이받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기둥뿌리가 통째로 뽑혔다. 동시에 라크는 그대로 벽을 부수며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자 집 전체가 들썩이더니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앗! 어떻게 된 거냐?”

암살자들은 당황해서 사방을 살폈다. 모서리에 있는 기둥들이 맥없이 부러져 기울고 있었다. 천정에 있는 보도 이미 부러져 있었기에 집을 지탱하고 있던 모든 것이 사라진 셈이다.

“안 돼!”

상황을 인식한 암살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라크가 나간 곳을 향해 뛰었지만 이미 늦었다.

-우지직, 콰르릉

2층 집 하나가 그대로 주저앉는 모습은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거리의 사람들이 놀라 비명을 질렀다. 엄청난 흙먼지가 피어올라 사방으로 퍼졌다.

라크는 몸을 던진 후, 땅에 몸을 몇 번 굴리고는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약초의 힘으로 전신의 감각이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려 힘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을 노리던 암살자들 중 상당수가 집의 붕괴에 휘말려 버렸다는 것은 똑똑히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 적지 않은 수가 집 주변을 포위하고 있다는 것도.

“지독한 놈!”

-슉, 푹

“윽!”

감탄과 분노의 목소리와 함께 날아든 검은 칼날은 너무나도 예리했다.

라크가 끌어않고 있던 기둥으로 그것을 막았지만 칼날은 기둥을 꿰뚫고 그대로 라크의 어깨까지 관통했다. 손가락 하나 정도의 두께정도의 검날은 어떻게 보면 꼬챙이와 같아 보였는데, 마법의 힘을 지닌 검인 것 같았다.

라크는 검에 꿰여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저 기둥을 땅에 세우고 그것으로 지탱해 서 있을 뿐이었다.

라크를 찌른 남자는 하얀 색의 머리카락을 한 남자였다. 그가 나타나자 모든 암살자들이 거리를 둔 채 몸을 숙였다.

“네놈처럼 괴력을 가진 자가 있다는 소문은 들은 적이 없는데 말이야. 덕분에 아까운 부하들이 상당수 희생되었군.”

상대가 혀를 끌끌 차며 말하자 라크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푸훗 하고 웃었다. 마치 지금까지 입은 상처에서 고통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듯 했다. 친구들과 장난을 치는 아이의 웃음과도 같이 즐거워 보이기도 했다.

남자는 라크의 그 표정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죽음을 바로 앞에 둔 자가 웃을 수 있다는 것은 그가 정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숙련된 전사라는 것을 의미한다. 마법사 따위가 지을 수 있는 웃음이 아니다.

그때 라크가 그에게 물었다.

“네가 두목이냐?”

“그렇다. 화이트 나이트가 바로 나다.”

그는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이름을 밝혔다. 암살자로서 그것은 상대에 대한 최대의 찬사였다. 라크가 알건 모르건 화이트 나이트가 직접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라크의 이름은 지하세계에 알려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라크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 살아남고 싶을 뿐이었다.

-스윽, 푹

“커억!”

상대는 확실한 죽음을 원하고 있나보다. 어느새 작은 키의 남자가 라크의 등 뒤로 다가가 손도끼로 그의 다리를 찍었다. 라크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정신력이 대단한 놈이군. 이제 가라.”

화이트 나이트는 그렇게 말하며 검을 옆으로 비틀어 흔들었다. 그러자 라크가 붙잡고 있던 기둥이 파팍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동강이 나버렸다. 그리고 당연히 검 끝에 걸려있던 라크의 어깨도 너덜너덜해졌다.

그리고는 검은 허공중에 크게 원을 그리며 라크의 목을 향해 내리꽂혔다.

그 순간 라크의 눈이 빛났다.

“하압!”

-팍

결정적인 순간 라크의 왼쪽 손목에 감추어 두었던 채찍이 풀리며 상대의 목을 향해 뻗어갔다.

놀란 화이트 나이트는 급히 옆으로 몸을 피하며 검으로 그 채찍을 막았다. 채찍 끝이 검날을 휘감겨 부르르 떨렸다.

“대단하군. 아직도 반격할 힘이 남았다니?”

화이트 나이트는 솔직하게 감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두 사람의 힘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며 그의 검날이 채찍이 당기는 대로 휘었다.

화이트 나이트는 여전히 차분한 눈으로 채찍을 보았다. 마법의 힘은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지만 마법의 검에도 단번에 잘리지 않고 훌륭하게 버티고 있었다.

“와이번의 가죽으로 만든 채찍인가? 구하기 쉽지 않은 물건일 텐데, 하기야 네놈 정도라면 이런 무기를 쓸 자격이 있지.”

“내가 직접 만든 거다.”

라크는 자랑이라도 하듯 말했다.

“호? 그렇다면 와이번을 잡았다는 것인가? 네놈은 전사다. 그것도 일류의.”

“그런가?”

“그런데 정보에는 마법사라고 하더군. 마법을 잃은 마법사라고.”

“넌 의뢰자가 한 말을 그냥 믿는 거냐?”

라크는 오히려 바보 같다는 듯 물었다. 그 말에 화이트 나이트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되물었다.

“정말 마법사인가?”

“글쎄, 마법을 보고 싶나?”

“아니, 그냥 죽어라. 그게 서로에게 편하지.”

그 말이 끝나자 화이트 나이트는 허리에 찬 단검을 뽑았다.

라크의 눈빛에 약간의 그늘이 생겼다. 입가에는 여전히 웃음을 짓고 있지만 눈빛까지 웃지는 못했다.

두 개의 무기가 서로를 제압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한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 봐도 화이트 나이트가 얼마나 강자인지를 쉽게 알 수 있었다.

그에 비해 라크는 이미 버틸 여력이 없었다.

조금만 더! 라크는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그러면서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화이트 나이트를 노려보았다.

“마그나타가 보냈나?”

“의뢰인의 이름을 밝히라는 것인가?”

‘어떻게 알았지?’ 라던가, ‘그게 누구지?’ 같은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과연 화이트 나이트는 전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라크는 포기하지 않았다.

“누가 나를 죽이라고 했지?”

“죽음을 명하는 자는 단 하나다. 바로 사신이지.”

이번에도 역시 상대는 아무런 단서를 보이지 않았다. 라크는 이들이 확실히 일급 암살자 집단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라크는 여전히 웃었다. 이제는 눈까지 웃고 있었다.

“그런가? 하지만 난 사신과 친하지 않다.”

“친하지 않으니까 사신이 널 지목한 거다. 이제 가라.”

-휘익

화이트 나이트는 더 이상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듯 번개처럼 단검을 옆으로 그었다.

기묘한 잔상이 단검의 궤적을 따라 움직였다. 마법의 힘을 지닌 단검은 강철도 자른다. 화이트 나이트의 실력이라면 단번에 라크의 목을 잘라 하늘 높이 날려 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 검을 휘두른 화이트 나이트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라크의 목은 잘리지 않았다.

“어떻게?”

라크는 천천히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밤이 되었다.”

검에 의해 너덜너덜해져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던 팔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상처는 모두 사라져 흔적도 남지 않았다.

-투투투툭

그의 몸에 박혀있던 화살들이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뽑혀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마치 허공중에 정지해 있던 것들이 그대로 떨어진 듯 했다.

-휘익

라크가 전신에 매고 있던 붕대가 바람에 날려 가버렸다. 어느새 라크의 상처는 모두 사라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입고 있던 로브도 조금도 찢어지거나 더럽혀지지 않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쳐라!”

화이트 나이트는 즉시 몸을 뒤로 날리며 외쳤다. 라크란 놈은 마법을 쓴 것이다!

‘젠장, 이 일이 끝나면 의뢰자 놈을 꼭 절단 내고 말겠다.’

의뢰자는 완벽하게 거짓 정보를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하지 않다.

두목의 명령이 내려지자 모든 암살자들이 라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독을 묻힌 화살들도 날아들었다. 그러나 라크는 그것을 피하지 않았다.

-휘휘휘휙

“아! 저럴 수가!”

모든 공격이 라크의 몸을 그대로 지나쳐 가버렸다. 그러자 화이트 나이트가 다시 외쳤다.

“환영이다! 진짜를 찾아라!”

마법을 봉인 당했다고 했는데. 화이트 나이트는 거짓 정보를 전한 의뢰자에게 이를 갈았다.

그때 라크는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낸 달빛을 찬양이라도 하듯

두 손을 좌우로 벌렸다.

“나의 검이여. 나의 힘이여!”

-스으윽

주문과도 같은 음성과 함께 양손에 단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쪽은 파란 색의 빛을 발하고, 다른 한쪽은 붉은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안쪽은 투명한 것이 빛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은 실체가 없는 검이었다!

“저것은 설마?”

오러 블레이드? 화이트 나이트는 그렇게 터져 나오려는 경악성을 억지로 삼켰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마법사가 최고 수준의 검사만 사용할 수 있는 오러 블레이드를 쓴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무엇보다 저건 환상이다! 환상이 아무리 황당해도 그것을 믿으면 안 된다. 진짜를 찾아야 한다.

화이트 나이트는 그렇게 판단하고는 정신을 집중해서 주변의 기척을 감지했다.

그때, 라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대의 공격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정확하게 대상을 베었다.

-휘익, 휙

-풀썩, 턱

라크의 단검에 베인 자들은 비명도 지르지 않고 그대로 쓰러졌다. 피가 튀지도 않았다. 막아도 베이기 때문에 피할 수밖에 없는데, 라크의 움직임이 귀신처럼 빠르기 때문에 그것도 힘들었다.

반면에 그들의 공격은 라크에게 전혀 해를 입히지 못했다. 정말로 환영과 싸우는 것처럼 모든 무기가 그대로 통과해 버렸다. 심지어는 몸통박치기를 시도한 자도 있었는데 그것도 통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그때서야 화이트 나이트는 당황해서 라크를 보았다. 어느새 그의 발걸음은 뒤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샤카, 네가 막아라.”

화이트 나이트는 작은 사내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렸다. 일단 빠져나가 다시 수단을 간구하기로 결심했다.

샤카는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들고 있던 손도끼 이외에 다시 하나의 갈고리를 꺼내 들었다.

끝이 피처럼 붉은 갈고리는 그가 자랑하는 무기였고, 마법이 걸려 있었다. 화이트 나이트를 제외하고 암살자들 중 유일하게 마법무기를 지닌 그였다.

“끼이이이!”

샤카는 이상한 기합성을 지르며 두 팔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는 라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김운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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