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일러스트와 초호화 성우진을 앞세운 초대형 기대작 미소녀 전략 RPG '마지막제국X'의 목소리 녹음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정재헌 성우를 만나 평소 궁금한 점들을 묻고 답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는 2002년 MBC 공채 16기 성우로, MBC에서 방영한 외화 <CSI 마이애미>의 에릭 델코 역, 남녀 합쳐 70대 1의 경쟁률로 뽑힌 <너에게 닿기를>의 남자 주인공 카제하야 쇼타 역,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 오리지널 17기 펑크 하자드>편의 트라팔가 로 역, 인기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발레리안 멩스크 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에 새롭게 ‘마지막제국X’라는 대작 게임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며, “최초로 선보이는 톤과 연기를 기대해 달라”는 그와 함께한 일문일답을 정리해봤다.
Q. 성우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중학교 2학년때 짝사랑하는 국어 선생님이 어느 날 제 번호를 부르며 책읽기를 시키셨고 음성이 좋고 감정을 담아 읽을 줄 안다며 이후로 국어 시간에 읽기를 전담으로 시키셨습니다. 좋아하던 선생님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공부보다 더 열심히 읽는 연습을 하다가 어느 순간 감정을 담아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고 첨엔 막연히 뭔가 내 목소리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매일 즐겨 듣던 라디오 방송의 DJ를 생각했다가 성우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 쭉 성우를 꿈꾸며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작품들을 꼽는다면?
<너에게 닿기를>
80명에 가까운 성우들이 모여 오픈 오디션을 치렀던 전무후무한 작품. 그리고 정재헌이라는 성우를 좀 더 많은 팬 분들께 가까이 다가가게 만들어준 소중한 작품입니다. 녹음하는 매 회 제가 연기한 카제하야에 감정이입해 두근두근거리며 연기했었고 일본 원작 성우와는 조금은 다른 캐릭터 해석을 입혔음에도 제 연기에 좋은 평가를 워낙 많이 해 주셔서 참 감사하게 평생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인생작이에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아직 성우로서 경력이 길지 않았던 시절, 처음으로 맡았던 장편 영화 주연작이었습니다. 영화의 감성이 너무 좋아서 시사를 하는 내내 매번 울지 않았던 적이 없을 만큼 깊이 빠져들었던 작품이었고 실제로 더빙할 때도 내가 성우란 걸 잊을 만큼 깊이 젖어들어 펑펑 눈물 쏟으며 진심으로 연기할 수 있었고, 녹음이 끝난 후 칭찬에 박한 선배님들께서 많은 칭찬과 함께 잘했다며 따로 술까지 사 주셨던 기억도 아직 선하네요. 쉬는 시간에도 감정선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분들께서 간식을 드시며 즐겁게 담화를 나누실 때, 혼자 녹음실 한 구석에 앉아 감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었던 기억도요.
<주토피아>
<너에게 닿기를>이 팬 분들에게 절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해주었다면 <주토피아>는 팬 분들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 절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게 해 준 작품입니다. 입소문으로 차트를 역주행하며 이례적으로 순위를 역주행해 개봉 한 달 만에 1위를 차지했고, 그 와중에 더빙판이 좋다는 소문도 함께 나서 단 한 번도 더빙으로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본 적 없었던 분들이 우리말 더빙판을 보시고 너무 좋았다고, 더빙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과 선입견을 깨줘서 고맙다고 SNS로 말씀해 주셨을 때 성우로서 정말 엄청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디즈니 작품들의 클리셰를 작품 내에서 캐릭터의 대사를 통해 스스로 비판하며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가슴에 큰 울림을 주었던 멋진 작품입니다.
Q. 성우로서 오랫동안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비결은 무엇이고, 목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글쎄요... 작품, 캐릭터에 대해 가지는 애정으로 제가 연기에 담아내는 열정이 팬분들에게 전해져서가 아닐까요? 목 관리는 건강 관리로부터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것 같습니다. 목에 좋은 특별한 음식을 먹는다든가 하는 것보다는 평소에 꾸준한 운동과 자기관리로 몸의 면역력을 높여 두면 감기도 예방하고 목이 상할 가능성 자체를 절감시킬 수 있기 때문에 건강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제국X’에서 맡으신 배역과 녹음에 있어 중점을 둔 부분은?
늘 그렇듯이 제 자신이 투영되지 않고 오롯이 캐릭터 자체가 요구하는 성격과 매력이 제 연기를 통해 담길 수 있도록 캐릭터를 분석하고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특히 이번엔 매력적인 캐릭터를 하나도 아닌 넷이나 연기했기 때문에 각각의 캐릭터에 보이스톤뿐만 아닌 말투, 억양, 호흡으로도 차별화된 매력을 담을 수 있도록 고심했습니다.
전형적인 예의 바르면서도 밝고 경쾌한 소년만화 주인공 느낌의 캐릭터인 ‘막스’, 그리고 맑으면서도 귀족 분위기가 나는 화려한 미남 마법사 ‘메피스토’, 자기가 모시는 주군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엄격한 성격의 검호 ‘토시조’를 연기했구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엄청난 캐릭터 ‘안데르센’을 연기했는데... 그 엄청남은 인게임에서 직접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처음 듣는 저의 톤과 연기이실 거에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마지막 제국X’ 많이 기대해주시고 즐겁게 플레이해주세요!
안종훈 기자 (chrono@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