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을 앞둔 주유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조조와 맞서느냐 아니면 항복하느냐 갈등이 너무 심했던 모양이다.
그 때 제갈량이 동작대부(銅爵臺賦)란 시 한 편을 보여준다.
"이교(二喬)를 동남에서 데려와 아침저녁으로 함께 즐기리라"는 구절을 본 주유는 들고 있던 술잔을 내던져 버리고 말았다.
'이교'란 손책의 부인 '대교'와 주유의 아내인 '소교'를 의미한다. 두 사람은 당대 최고 미인으로 명성이 자자해 '강동이교(江東二喬)'라 불렸다.
이 시는 조조가 적벽대전을 앞두고 술에 취해 지은 '단행가(短歌行)'라는 설과 조식이 지은 동작대부란 두가지 설이 있다. 원래는 "이교(두 개의 다리)가 동서로 이어져 마치 무지개처럼 하늘에 걸려있다"는 의미였으나, 제갈량이 주유를 자극하기 위해 내용을 살짝 바꿔친 것이다.
조조는 대교와 소교의 아버지 교공과 과거부터 친분이 있어, 언젠가는 오나라를 정벌하고 나서 자매를 취하려했다는 야사도 전해진다.
어찌 됐든 주유가 아는 한, "조조는 천하의 호색한"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부인을 능욕하는 것이라 여기고 전의를 불태우게 된다.
전쟁을 일으킬 만큼 뛰어난 미모를 가진 자매는 중국 4대 미녀에 언제나 이름을 올린다.
소설과 역사, 신화 속 인물이 100명 넘게 등장하는 모바일게임 '마지막제국X'에도 대교와 소교가 나온다.
그녀들은 '마지막제국X'에선 어떻게 그려졌을까.
주유의 아내였던 '소교'는 게임에선 '고요한 암살자'로 불린다.
삼국지 원작에선 곱게 자란 양가집 규수였지만, 게임에선 어릴 적부터 부모에게 감금되어 살다가 소녀가 되서 구출됐다. 과묵해 보이지만 성깔이 대단하단다. 삼국지 야사 속 소교는 악처였다는 설도 있다. 바깥 일이 너무 바빠 집안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주유를 마음 속으로 증오했다고 한다. 소교는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와 채팅을 할 때도 "뭔가 고민이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제국X'의 기획자는 게임 속에서 '원초적 소교'를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외모는 아름답지만 알 수 없는 분노로 가득찬 인간 병기의 모습으로 그녀는 그려져 있다.
반면 언니인 대교는 '무지갯빛 소녀'라는 닉네임처럼 매우 밝고 긍정적이다. 항상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가씨다. 삼국지연의에선 음악은 물론 문장에도 뛰어난 팔방미인이지만, 마지막제국X에서 직업은 약제사이고 남의 말을 잘 믿는 팔랑귀다.
대교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화를 내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다. 하지만, 가끔은 "여동생(소교)과 전하(플레이어)를 공격하는 적들은 산산조각을 내버리겠다"는 오싹한 말을 내뱉기도 한다.
천하일색 자매, 대교와 소교. 여기 소개한 건 매력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녀들이 궁금하다면 '마지막제국X'의 세계로 풍덩 빠져보시라.
안종훈 기자 (chrono@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