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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황금 알을 낳는 거위

[기자석] 황금 알을 낳는 거위
메이저 업체인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이용자들의 집단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넥슨은 '피파온라인4'에 새로 출시한 선수 카드의 밸런스 문제로 이용자 반발이 거세지자 밸런스를 다시 조정하고 개발진이 직접 나서 사과까지 했습니다. 엔씨는 '리니지2M'의 과도한 과금 유도 업데이트에 대한 랭킹 1위 이용자의 불만 표출이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기까지 했죠.

일련의 사태가 단순히 두 게임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국내 업체들의 과도한 확률형 과금 모델에 대한 이용자들의 누적된 스트레스가 폭발하면서 한국의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두 업체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쇄도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밸런스 문제는 게임 서비스 과정에서 언제든 나올 수 있는 부분입니다. 특정 캐릭터나 장비 등 아이템의 상대적 좋고 나쁨은 콘텐츠 추가 업데이트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죠. 장기간 서비스되는 게임의 경우 그런 문제는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밸런스를 심각하게 해치는 요소가 있다면 패치로 다시 조정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해당 캐릭터나 아이템을 돈을 받고 팔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게 됩니다. 상점에서 정해진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희박한 확률로 뽑은 아이템이라면 더욱 문제가 될 수 있죠. 업체 입장에서는 매출을 올리려면 새로 출시하는 아이템이나 캐릭터의 성능을 더 좋게 만들 수밖에 없지만 과도할 경우 게임의 전체 밸런스를 무너뜨리게 됩니다. 한 번 밸런스가 무너지면 이를 되돌리기가 쉽지 않고 이용자 이탈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넥슨과 엔씨가 바로 그런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죠.

결국 문제는 확률형 아이템 판매에 있습니다.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도박으로 규정하고 미성년자에 대한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판매가 이렇다 할 규제가 없는 국내에서는 당연한 과금 모델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국내 개발사가 만든 게임 중 돈을 벌고 있는 게임의 대부분이 확률형 과금 모델에 의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확률형 과금 모델 덕분에 국내 게임업체들이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과도한 확률형 과금 모델이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확률형 아이템 판매는 도박과 게임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 좋게 만들고,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조차 특정 게임이나 게임업체에 등을 돌리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언제든 확률형 과금 모델에 대한 국내 규제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규제가 확산되고 있죠.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에만 의존한다면 국내 게임산업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입니다.

스트리밍 게임이 차세대 게임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IT 기업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죠. 네트워크에 연결된 디스플레이만 있으면 고품질 그래픽의 게임을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습니다.

스트리밍 게임이 대세가 된다고 가정하면 그때까지도 이용자들이 아이템 뽑기에 열중할까요? 천편일률적인 시스템의 한국산 MMORPG가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요? 확언할 수는 없지만 캐릭터를 키우고 장비를 강화하는 성장 요소보다는 다양한 스토리와 독특한 연출이 중시되는 게임이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을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하나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간 또한 기존보다 짧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임 설치도 필요없으니 플레이하다 재미가 없으면 바로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기 쉽죠.

"잘 하는 것을 하겠다", "다른 걸 할 필요가 없다"며 확률형 과금 모델 기반 RPG에만 안주한다면 국내 게임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확률형 과금 모델을 버리고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장르에서 콘텐츠로 승부를 보기 위한 도전에 나서는 것은 어떨까요. 국내 게임업계에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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