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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센딩 블레이드 2화

어센딩 블레이드 2화
[데일리게임]


2. This Time

콰가각!!!!

콰지지지직―!!!!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새하얀 뇌격이 머리 위로 떨어졌다.

“피해―!”

쾅!!!

파티원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크으윽······!?”

귀는 멍하고 머릿속에선 공명음 같은 것이 계속 메아리친다.

미라클과 힐페론이 뭐라고 소리치는 것 같은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쿨럭.”

아머의 방어력을 뚫고 데미지가 들어온 모양이다.

대열의 끝에 있어 뇌격이 직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타는 고통이 느껴졌다.

고개를 드는 순간 수현의 입에서 한 움큼의 피가 쏟아져 나왔다.

‘제길···. 아파 죽겠잖아.’

가슴의 아머가 시커멓게 타버렸다.

‘크윽···. 채은영 이 인간··· 완전 속았잖아. 죽는 줄 알았네.’

수현은 파렐에 참가하기 전 자신에게 아머를 만들어 준 그녀를 괜스레 원망했다.

티격태격 이런저런 일들도 많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자신과 2년이나 함께 한 이제 살아 있는 유일한 동료였다.

그런 그녀가 수현이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15층 원정대에 징집되었다는 사실을 듣고서 하루 전까지 밤을 새우며 만들어 준 아머였다.

‘멋지지? 하이테크를 넘어 오버테크인 이 천재 채은영님께서 만드신···.’

“웃겨····. 천재는 무슨.”

하지만 그 순간 그는 할 말을 잃었다.

수현의 손길을 따라 갑옷의 조각들이 흙가루가 되어 떨어지듯 바스러졌다.

“······.”

만약 아머가 없었다면···.

지금쯤 그 역시 파티원들과 다를 바 없는 꼴이 되었을 것이다.

“니···파온?”

수현이 넋을 잃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

가장 오래 생존했으며 가장 뛰어난 헌터.

그런 그가 지금 저 멀리에 쓰러져 있었다.

“말도 안돼·····.”

그것도 반 토막이 난 상태로.

“니파온!!!!!!”

수현이 주위를 돌아봤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헌터들은 옴짝달싹도 하지 않고 있었다.

서 있는 사람이라고는 그가 유일했다.

믿을 수 없다.

고작 뇌격 한 방에 이런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으으으······.”

“······!!”

흐릿해서 제대로 보이지 않는 시야 속에서 옅은 신음소리에 수현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바람에 흩날리는 긴 오렌지빛 머리카락.

수현은 한눈에 그녀를 알아봤다.

“미라클!”

다행이다.

행여나 혼자 남은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 속에 수현은 엉거주춤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쿵―!!

“크윽···.”

하지만 조금 전 일격에 감전이라도 된 듯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진 수현은 손을 뻗으며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미라클···.”

수현의 부름에 그녀는 대답 대신 그저 부르르 몸을 떨 뿐이었다.

자신을 보지 못한 걸까.

제대로 움직이지 않은 몸을 향해 엉금엉금 기듯 그녀를 향해 수현이 안간힘을 썼다.

“도···.”

고개를 들었다.

창백한 그녀의 입술이 안간힘을 다해 움직였다.

그것조차도 최선인 듯 힘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

“도, 도망···.”

애처롭게 빛나는 미라클의 눈동자가 수현의 뇌리에 박히듯 선명하게 꽂혔다.

더 이상 자신을 바라봐주던 미소는 없다.

콰즉――!!

“…!”

새빨간 피가 시야를 가득 메웠다.

마치 남의 일인 양 등 뒤로부터 자신의 심장을 꿰뚫고 나온 손을 내려다보는 미라클.

심장이 멈출 정도로 놀란 수현은 온몸의 피부가 껍질째 벗겨진 것처럼 서늘한 공포가 엄습했다.

“쿨럭···쿠럭···쿠르르······.”

펌프질하듯 그녀의 입에서 붉은 피가 부글부글 뿜어져 나와 목소리를 막아버렸다.

아직까지 꿈틀대는 미라클의 심장을 움켜쥔 손.

“아아······.”

극도의 공포에 빠진 상황에서도 수현은 빛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현실감 없는 새하얀 광채의 그 손에 시선이 꽂혔다.

아이러니하게도 한순간이지만 그 화려한 손이 아름답다고 느꼈다.

저저저저적······.

미라클의 심장에서 황금 광채를 발하는 뭔가가 빠져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수현은 의식할 이성이 남아있지 않았다.

“도····도 망····.”

고통으로 일그러진 미라클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붉은 피로 물들어 갔다.

“···쳐······어아아아아악?”

“…!”

고통으로 얼룩진 미라클의 말이 비명으로 변한 찰나의 순간 분쇄기에 갈리듯 그녀의 육신에 갈가리 찢어져 흩어졌다.

자박… 자박… 자박….

덜덜덜덜.

수현은 두려움으로 온몸을 떨며 유일한 발소리를 내는 존재를 쳐다봤다.

다행히 자신에게 관심을 두진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이라도 차라리 기절했으면 싶었다.

15층을 관장하는 보스.

정체에 대한 의문을 가지기도 전에 본능이 그렇게 비명을 질렀다.

따다다다다닥···.

자신도 모르게 이빨이 떨렸다.

행여나 그 소리가 들릴까 수현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공포에 휩싸인 몸은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제발······.’

미라클의 심장을 꿰뚫었던 손의 주인이 반 토막이 난 니파온의 시체로 향했다.

잘려나간 그의 몸에서 빛을 뿜어내는 세 개의 구체가 몸을 뚫고 솟아올랐다.

두려움에 빠진 수현의 눈꺼풀이 급격히 무거워지며 한 번씩 껌벅거릴 때마다 시야가 안개 낀 듯 조금씩 흐릿해졌다.

힐페론··· 베네딕····.

최강의 니파온과 멤버들을 단 일격에 죽음으로 몰아넣은 존재가 그들의 시신을 한 차례씩 들렀다.

그리고 수현은 동료들의 시신에서 황금빛 광채가 솟아나 그 빛나는 존재의 손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봤다.

거의 의식이 가물가물해진 수현은 그런 장면을 보고 있으면서도 마치 TV 화면을 보는 것처럼 멍했다.

자박···· 자박····.

그리고 마침내 발걸음 소리가 수현에게로 향했다.

······여자?

백태가 끼듯 거의 모든 시력을 잃었음에도 수현은 빛으로 이루어진 존재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건 아주 이상한 경험이었다.

눈으로 보고 있는데 눈이 아닌 다른 것으로 보는 느낌.

빛나는 머리카락.

빛나는 얼굴.

빛나는 몸.

온통 빛으로 눈을 부시게 하는 현실감 없는 존재는 명백한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미라클의 심장을 뜯어낸 장면을 목격하지 않았다면 천사가 내려왔거나 신화 속의 여신이라고 착각했을 모습이다.

혼탁해진 수현의 눈동자가 여자의 주변으로 시선을 둘렸다.

우우우웅….

선명하게 보이는 여자의 모습과 달리 주변 광경처럼 흐릿하게 보이는 14개의 빛나는 작은 황금 빛깔의 구체.

여자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공중에서 회전하는 그것은 분명 동료들의 시체에서 빠져나온 것과 같은 종류의 것들이다.

깜빡···.깜빡···.

수현은 아무런 사고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딱 하나만은 예감했다.

흐릿해지고 느린 화면처럼 보이는 시야가 이제 두세 번 정도 더 깜빡거리고 나면 의식이 멈출 것이라는 걸.

죽음···.

“······.”

결국 가까스로 보였던 흐릿한 시야마저도 이제는 완전히 사라져 어둠이 내렸다.

뚝―. 뚝―.

그때였다.

고개 숙인 머리 위로 뜨뜻미지근한 물방울이 떨어졌다.

정수리를 타고 흐른 물방울이 수현의 입술에 닿는 순간 비릿한 맛이 확 느껴졌다.

머리 위로 떨어진 것은 물방울이 아닌 핏방울.

쩌저저적······.

수현이 기괴한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눈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를 아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누군가 이 모습을 보았다면 분명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수현의 앞에 서 있던 여자가 스스로 자신의 왼쪽 가슴을 후벼 파고 있었으니까.

주르르르륵―.

여자의 손바닥 위에 고인 핏물이 흘러내리자 그 위로 옅은 황금빛 구체가 모습을 보였다.

“······.”

그 순간 마치 공명을 하듯 공중에서 멈춰 있던 14개의 구체가 두 사람의 주위를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손바닥에 있던 마지막 하나가 그 대열에 합류하자 여자는 수현의 이마를 가볍게 짚었다.

미묘하게나마 여자의 얼굴이 아주 잠깐 꿈틀거렸다.

그녀가 나직이 숨을 토해내듯 말했다.

“지금까진 예정된 미래. 하지만 앞으로는 과거도 미래도 모두 최수현, 당신의 손에 달렸어. 단 한 번도 가진 적이 없는 빈 그릇이기에··· 당신만이 채워질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가진 자니까.”

수현의 몸이 점차 공중으로 떠올랐다.

새하얀 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 빛이 점차 황금빛으로 변해갔다.

팔과 다리 그리고 머리에서 가슴까지···.

온몸 구석구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따라 회전을 하던 열다섯 개의 구체가 수현의 몸에 날아와 박히기 시작했다.

“아아악―!!”

부글부글 살이 끓는 것처럼 뒤틀리며 그의 몸으로 스며들어 가는 빛들.

그의 허리가 새우처럼 꺾였다가 펴졌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당장에라도 몸 밖으로 다시 튀어 나갈 것처럼 요동치는 힘에 수현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끄으으아아아아악―――!!!!!

그의 의식이···.

고통과 함께 사라져 갔다.

* * *

눈을 떴다.

아무렇지 않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눈이 떠져 이상한 기분.

이상했다.

수현은 멀티스크린으로 보이는 전자적 시야가 아니라 진짜 눈으로 보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주먹을 쥐었다가 펴보기도 해본다. 잘렸던 세 개의 손가락 대신 장착 된 메커닉 암스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손가락이었다. 그것도 살아 있는.

“학교 갈 시간인데 아직도 자고 있는 거니!!”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순간 귀가 따가울 정도로 찌릿한 고통이 느껴졌다.

마치 볼륨을 최대로 하고 헤드셋을 쓰고 있는 것 같은 음량에 깜짝 놀라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어···?”

그 순간 그의 몸이 바닥으로 쑤욱 하고 떨어졌다.

쿵―!!

“아야야야···.”

등짝에 느껴지는 통증에 수현이 인상을 쓰며 몸을 비틀었다.

그제야 수현은 자신이 공중에 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째서···?’

하지만 의문을 품기도 전에 방문이 열렸다.

“얘가 하다 하다 이제 별걸 다 하네···. 거기서 뭐 하니?”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수현을 보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한 사람.

“······어, 엄마?”

“그럼 누구냐? 빨리 안 일어나?”

믿을 수가 없었다.

수현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멍하니 섰다.

퍼스트 드림 이후···. 가족은 모두 죽었으니까.

“잠꼬대 그만하고 얼른 밥 먹으러 내려와. 밑에 현성이가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으니까.”

“현성이요?”

“그래. 매번 등교할 때마다 먼저 와서 기다리게 하는 게 미안하지도 않니?”

학교? 등교?

십 년 만에 듣는 단어가 너무 낯설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인 양 얼굴을 여기저기 주물렀다.

“아얏!”

“잘나지도 않은 얼굴 그만 보고 빨리 안 내려와?”

등짝으로 날아오는 주걱에 수현은 이게 꿈이 아님을 깨달았다.

통증도,

보이는 것도,

이 몸도,

진짜다. 진짜 십 년 전의 나.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이게 어떻게···?

“어, 엄마.”

수현은 너무나도 오랜만에 불러보는 그 이름에 어색한 듯 말을 더듬었다.

“응?”

“오늘 며칠이에요?”

“며칠이긴. 얘 정신 좀 보게. 22일이잖아.”

벽에 걸린 달력을 바라보았다. 달력은 9월을 가리키고 있었다.

“9월 22일···.”

2018년. 9월 22일.

수현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말도 안돼···."

퍼스트 드림이 발생하기 6개월 전.

17살.

'과거로 돌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죽어버린 시간에서 십 년 전으로.

아직 몬스터가 쏟아지기 전.

파괴되지 않은 현실.

그의 몸과 머리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

이 순간 수현의 머릿속을 본능적으로 채우는 건 죽은 가족을 다시 만났다는 것도, 자신이 다시 살아남았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 모든 것을 앞서서 경고처럼 머릿속을 울리는 것.

-6개월 후 파렐이 등장한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흥건하게 땀이 고인 왼손에 힘이 들어가고 말았다.

콰직―!!

그 순간 붙잡고 있던 침대 모서리가 너무나도 쉽게 부서졌다.

“·····!!”

깜짝 놀라며 수현이 손아귀에 있는 조각이 나버린 침대 파편을 바라보며 움켜쥐었던 손을 천천히 펼쳤다.

투두둑···.

가루가 떨어짐과 동시에 그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믿을 수 없는 일.

“······어째서.”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비정상적으로 너무나 선명하게 들렸다.

수현은 황급히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졌다.

“말도 안 돼···.”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수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형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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