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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센딩 블레이드 14화

어센딩 블레이드 14화
[데일리게임]


14. 준비

[한국! 단 한 명의 헌터가 게이트를 봉쇄!!]

[최초의 아시아 헌터 최수현의 등장에 전 세계의 귀추가 주목 되고······.]

[제2의 알벤 로스차일드의 탄생인가?!]

[미등록 헌터의 놀라운 능력! 모든 것이 의문! 파렐의 원정과 공략 없이 어떻게 힘을 얻었나!]

[세계헌터연합 DIVA. 아시아의 히어로에 관심 표명?!]

두 번째 게이트가 닫힌 지 이틀째.

세상은 모조리 자신의 이야기로 도배가 되었다.

“이건 완전히 민폐라고. 민폐···.”

그저 기자들이 몰리는 수준이 아니었다. 24시간 떠다니는 헬기들이 수현의 일거수일투족을 찍으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히야, 들어오기 힘들었습니다. 어마어마하네요.”

몰려있는 기자들의 모습을 보며 수현의 앞에 남자가 혀를 내둘렀다.

한 층을 전부 다 빌린 카페엔 손님이라곤 수현과 그뿐이었다.

“수현 군의 인기가 이 정도인 거죠.”

“인기는요. 무슨···.”

수현은 쑥스러운 듯 말했지만 실제로 지금 수현에게 쏠리는 관심은 어마어마했다.

방송사들은 연이은 특집방송까지 만들어 TV, 인터넷, SNS까지 온통 수현의 이야기로 난리였다.

일반 카메라로는 잡을 수 없었던 수현의 전투 과정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에 성공한 지상파에선 연일 그 모습을 방송했다.

일약 스타.

딱 지금의 수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에이. 수현 군 정도면 충분하죠.”

헌터에겐 부와 명예가 따른다.

목숨을 걸고 인류를 위해 싸우는 헌터에게 그 정도 보상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수현의 경우는 좀 다르다.

상식을 뛰어넘은 헌터.

세계 각지의 헌터들은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며 간신히 두 번째 게이트를 닫을 수 있었다.

게이트의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한 아시아의 다른 국가는 막대한 피해를 입고서야 겨우 사태를 수습했다.

그에 비해 한국은 오로지 단 한 명의 힘만으로 게이트 막아냈다.

그것도 게이트가 완전히 열리기도 전에 말이다.

절망적 상황 속에서 나타난 영웅.

위대한 헌터의 죽음,

그리고 동시에 나타난 또 한 명의 헌터.

이슈가 되기엔 충분했다.

아니, 일부러라도 이슈가 필요했다.

“일반 사람들만이 아니랍니다. 최근 전투로 인해서 수현 군은 전 세계 클랜들에게 주시 대상이거든요.”

그들의 반응이야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다.

“자의든 타의든 수현 군은 여러 사람들의 타겟이 될 겁니다.”

검은 수트를 입고서 요즘과는 어울리지 않는 오래된 은색 안경을 쓴 그는 바로 국정원 제2단 안보 1팀의 김호성이었다.

“그런 연유로 대통령으로부터 앞으로 수현 군의 보좌를 지시받았습니다.”

악수를 청하는 김호성.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을 하곤 있지만 그 속내가 어쩔지는 알 수 없었다.

‘보좌인지 감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정부가 그를 신임한다는 것은 유능한 남자라는 것이겠지.

‘하지만 누구지? 예전에 헌터를 담당하던 사람은 민현우란 분이었는데. 기억에 없는 자다.’

수현은 당황스럽긴 해도 놀라진 않았다.

어차피 알고 있던 미래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으니까.

* * *

“이건?”

“전에 부탁하셨던 겁니다. 말씀하신 디자인에 최대한 맞춰서 실용적인 부분을 좀 더 보완했습니다. 몇 가지 기능도 더 했구요.”

헤어지려던 호성이 수현을 카페 지하 주차장으로 불렀다. 무슨 일인가 싶어 따라간 수현은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앞을 바라봤다.

짙은 유광 검은색으로 칠해진 오토바이 한 대가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다.

“어떠십니까?”

“하하···.”

잘빠진 라인과 매력적인 은색의 휠.

수현은 익숙한 디자인의 오토바이를 보자 반가움이 느껴졌다. 헌터 시절 그의 애마였던 YZF-R45였다.

2023년에나 발매가 될 녀석이었으니 사실상 지구상의 유일한 디자인의 바이크라고 봐야 했다.

김호성은 수현에게 키를 건넸다.

“대통령께서 직접 신경 써 주신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께서 직접 이런 일에···.”

김호성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 이걸 누가 디자인하고 제게 주신···?”

“육본입니다.”

“…….”

“방산업체에 의뢰해서 군 역사상 가장 빠른 생산 공정라인으로 뽑아냈습니다.”

수현은 기가 막혀 대꾸할 말도 잊었다.

바이크 한 대 요청했더니 그걸 육군 본부에서 내준 거라고?

제작은 방산업체 뭐시기?

“참, 육본에서 아주 심혈을 기울였다고 꼭 전해달라더군요.”

“…….”

“그리고 조국과 국방부의 자산이니만큼 항상 정비관리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조금은 어이가 없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던 수현이 바이크의 뒷부분을 보다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이게 뭐야?”

“왜 그러십니까?”

김호선이 수현의 시선을 따라 바이크의 뒷부분, 정확히는 번호판으로 향했다.

번호판에 번호가 없다.

대신 붉은색 바탕에 양쪽을 장식한 건 황금 빛깔로 번쩍이는 봉황무늬.

‘미쳐! 바이크에다 청와대 봉황 마크는 왜 붙인 거야? 테두리에 금딱지별들은 뭐고? 이 사람들이 정말!’

“이거 그냥 번호판으로 교체해 주세요.”

항상 친절한 웃음을 잃지 않던 김호성이 그 말에 웃음기를 싹 지우며 단호하게 말했다.

“안 됩니다.”

덩달아 수현도 인상을 팍 썼다.

“왜요?”

“합참 쪽에서 국군 홍보 로고를 달겠다는 걸 대통령께서 묵살하시면서까지 밀어붙이신 겁니다. 저 번호표야말로 대통령의 이 나라를 향한 애국정신과 구국의 강력한 의지이십니다.”

“아, 네.”

수현은 이마를 짚었다.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는 기분이었다.

아놔···.

무슨 오토바이 번호판 하나에 의지씩이나···.

* * *

“그래. 어떤가?”

“말씀하신 대로 수현 군에게 전해줬습니다.”

“좋아하던가?”

“글쎄요···.”

보고를 하는 호성이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다. 안보국 국장 강찬은 호성의 표정은 보지도 않고 서류를 들춰보며 말했다.

“그 친구 마음에 들어야 할 텐데 말야. 당돌하지만 재밌지 않나?”

“국장님께선 최수현 군이 마음에 드시나 봅니다.”

“나쁘게 생각할 게 없지. 우리에겐 아주 중요한 카드니까. 아시아 최초의 헌터. 그것도 우리 대한민국의 헌터지 않나.”

“그렇습니까.”

“……?

어쩐지 호성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

강찬 국장은 그를 바라보았다.

“문제라도 있나?”

“아닙니다.”

망설임 없는 즉각적인 대답이었지만 국장은 손에서 서류를 내려놓았다.

“말해봐.”

“아직 고등학생입니다. 우리가, 아니 정부가 너무 그 아이를···.”

“헌터일세. 고등학생이 아니야.”

“…….”

국장이 무슨 속내로 그런 대답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김호성은 최수현에 대한 정부의 대우가 불만의 근본이면서도 고등학생더러 고등학생이 아니라도 단언하는 상관의 말에 조금은 씁쓸함을 느꼈다.

“아무리 헌터라도 아직 어린 학생입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너무 그에게 의존하는 것도 문제고…….”

“그리고?”

“그만한 힘에 대한 의무와 책임의 무게를 체감이나 하고 있을까 솔직히 우려스럽습니다.”

“우려?”

“성인도 안 된 아이가 아닙니까? 철없이 영웅심에 빠져 사람들의 시선을 주목받는 것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

“…….”

강찬이 눈살을 찌푸렸다.

오십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건장한 체구의 그가 인상을 찡그리자 짙은 눈썹이 꿈틀하고 움직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는 없어.”

“네?”

“하지만 밖으로 떠들 말이 아니란 걸 주의해.”

“…예.”

국장의 말에 호성이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자신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건지, 아님 꾸짖는 건지 모호한 말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모든 분야 최고인 자네를 왜 수현 군 옆에 붙여뒀겠어?”

“……!”

“최수현을 학생으로 보나?”

화를 내는 건 아니었지만 묻는 국장의 표정은 무심했다.

감정이 없는 것처럼.

“최수현은 헌터다. 고등학생도 미성년자도 아니야.”

“…….”

“헌터라는 사실만이 중요하지.”

보고서 첫 장엔 수현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최수현이 조국을 수호하는 완벽한 군인으로 거듭나도록 그를 가르치고 훈련시키며 이끄는 거야.”

그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 어떤 나라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헌터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강찬은 한 글자 한 글자에 힘을 주어 말했다.

그 의미가 뭔지 알기에 김호성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국장은 다소 경직된 호성을 보며 표정을 풀고 웃음을 지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 자네가 특작부대 있을 때 신병을 키워냈듯, 또 여기서 배운 것을 신입에게 가르쳤듯 최수현을 이끌면 되는 거야. 조국의 미래가 자네 손에도 달렸다는 걸 잊지 말라구.”

“···예.”

탈칵.

국장실의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김호성은 탁한 숨을 뱉어냈다.

하지만 가슴은 더 답답해져 왔다.

개운치 않은 기분처럼.

복도를 지나는 길에 중정부터 지금의 국정원에 이르기까지 모토로 삼았던 글들이 액자에 담겨 유난히 눈에 들어와 박혔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정보는 국력이다]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

의심해 본 적도 없는 조국을 향한 가치와 그것을 증명하는 것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아왔던 말들.

…최수현이 조국을 수호하는 완벽한 군인으로 거듭나도록 그를 가르치고 훈련시키고……이끌면 되는 거야.

‘정말 그럴까?’

김호성은 그것이 과연 최수현에게도 해당되는 말인지 혼란스러웠다.

‘아직 학생이잖습니까.’

국장에게 하지 못한 말이 뒤늦게 머릿속을 메아리쳤다.

최수현이 학생이라서 국장에게 직언을 한 것인데 오히려 학생이라 최수현을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생긴다.

“······.”

오늘따라 국정원의 복도가 한없이 길게 느껴졌다.

이형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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