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제국X에 등장하는 100명 넘는 영웅 중에 2020년으로 소환한다면 누가 좋을까.
물론 하나둘이 아닐 테지만, 요즘 상황에선 두말할 필요도 없이 '파스퇴르'가 아닐까.
그는 잘 알려진 것처럼 미생물 연구로 백신을 만들어 인류를 전염병 공포에서 해방시킨 과학자다. 따뜻한 봄날, 집콕만 해야 하는 코로나 시대의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영웅일 듯하다.
루이 파스퇴르(1822~1895년)가 살았던 1800년대는 감염병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던 시대다. 미생물을 연구해 백신을 만들었다고 하면 어릴 적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을 법 하지만 파스퇴르는 지극히 평범했다.
프랑스 어느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또래들보다 이해력이 부족했다고 한다. 그의 부모도 아들이 공부에 소질이 없다는 걸 진작에 알아챘던 모양이다.
하지만 파스퇴르는 누구보다 꼼꼼하고 관찰력이 뛰어난 소년이었다. 상급 학교로 진학하면서 그의 진가를 발휘한다.
파스퇴르는 과학 시간에 배운 것은 방과 후라도 반드시 실험으로 증명해내는 학생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는 공기 중에 다양한 미생물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며 동물과 인간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물속생설'을 밝혀내고 실생활에 큰 변혁을 일으킨다.
파스퇴르는 치밀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미생물의 발생 과정을 발견해냈고, 저온 살균법을 고안해 포도주나 우유 등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도록 했다. 저온살균을 통해 특정한 온도에서 유해한 균만 선택적으로 증식을 막거나 죽이는 방법은 현대에 와서도 식품 가공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공정이다.
게다가 당시 유럽을 공포에 떨게 했던 광견병 백신을 개발해 수많은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특히 '발효'라는 원리에 몰두한 연구 덕분에 맥주와 포도주의 발효 원리를 알아냈다. 1876년에는 '맥주에 대한 연구'라는 책을 출간했을 정도다. 지금 우리가 맛있는 맥주를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파스퇴르의 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우리가 때때로 맞는 백신 접종 역시 파스퇴르의 연구 노력의 산물이다.
'마지막제국X'에서 파스퇴르는 '창백한 그림자'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바닥에 끌릴 만큼 긴 백발의 그는 의사 가운과 청진기, 책 한권을 갖고 있다. 옆에는 파스퇴르와 같은 모양 넥타이를 맨 고양이 따라다닌다.
무표정한 엘리트 의사처럼 보이지만 폭주하면 상의가 너덜너덜 찢어지는 두 얼굴의 사나이처럼 변한다. 그가 사용하는 영웅스킬 '오감박탈'은 전세를 일거에 역전시킬 정도로 파괴적이다.
코로나19를 날려버릴 (게임 속) 파스퇴르의 스킬 '오감박탈'같은 백신은 언제쯤 나올까.
안종훈 기자 (chrono@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