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여~ 빛이여~ 위대한 이 나라의 통일을 위해~"라는 가사가 기억 난다면, 당신은 원탁의 기사를 알고 있는 것이다.
(세대에 따라 다르지만) 어린 시절 즐겨봤을 수도 있는 TV만화 '원탁의 기사'는 영국 작가 토마스 맬러리가 1400년대 쓴 '아서왕의 죽음'이란 책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물론 당시 애니메이션계를 주름잡던 일본 도에이동화가 만들어 흥미진진했다.
'아서왕의 죽음'은 제목만 보면 아서왕의 이야기가 가득한 듯하지만, 실제론 아니다. 총 21권 중에 7권 정도만이 아서왕의 스토리가 있을 뿐, 대부분을 '랜슬롯'의 이야기에 할애하고 있다.
랜슬롯은 용감하면서도 품위 있는 인물로 원탁의 기사들 중에도 으뜸이다. 용모와 인성, 기량의 삼박자를 갖춘 랜슬롯은 모든 이들의 뜨거운 동경의 시선을 받았다.
그러나 거기서부터 랜슬롯의 비극은 시작된다. 아서왕에게 원탁의 기사로 임명된 랜슬롯을 보자마자 홀딱 반해버린 기네비어 왕비. 남편 아서왕의 부하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요즘 인기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연상시키는 일종의 불륜인 셈이다.
어느날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하고 밀회 현장을 덮친 몇명의 기사를 랜슬롯은 살해하고 만다. 원탁의 기사단이 붕괴되는 사건의 서막이었다.
이미 두 사람의 사이를 눈치채고 있던 아서왕은 일이 커지자 군사를 일으켜 랜슬롯에게 싸움을 건다. 어찌보면 연적일 수 있는 아서왕에게 랜슬롯은 반격하지도 않은 채 말에서 떨어진 그를 구해준다. 랜슬롯은 성을 포기하고 바다 건너 프랑스로 도주한다. 그를 추격하던 아서왕은 본성에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잉글랜드로 회군한다.
랜슬롯은 아서왕을 돕기 위해 군사를 이끌고 다시 도버해협을 건넌다. 그가 궁전에 도착했을 때, 아서왕은 이미 죽은 후였다. 기네비어 왕비와도 짧은 재회를 했으나 그녀도 세상을 떠난다. 비탄에 빠진 랜슬롯도 바닥에 엎드려 조용히 숨을 거둔다. 아서왕에 대한 충성과 왕비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극심하게 갈등했던 용맹한 기사의 이야기는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마지막제국X에서 랜슬롯이 '호수의 기사'란 별칭이 붙은 것도 백스토리가 있다. 브리타니의 밴왕의 아들로 태어난 랜슬롯은, 부왕이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호수의 처녀 '비비안'의 손에서 키워진다. 비비안은 어린 랜슬롯에게 무술과 예의범절 등 기사로서의 품위와 덕목을 가르친다. 그런 이유로 랜슬롯은 '호수의 기사'라는 별칭을 얻게 된 것이다.
왕의 아들로 태어나 기사가 되고, 왕비를 사랑한 파란만장했던 랜슬롯의 일생을 알고 '마지막제국X'에 접속해보자. 색다른 흥미로움이 생길 지도 모른다.
안종훈 기자 (chrono@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