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디게임에 대해 퀄리티가 다소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특히 개발자 한 명이 혼자 개발하는 1인 프로젝트의 경우 그래픽도 투박하고 여러 아쉬운 점들이 눈에 띄기 쉽다.
하지만 1인 개발자가 개발해 훌륭한 퀄리티와 스타일리시한 그래픽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다크소드'로 글로벌 1000만 다운로드를 넘기며 1인 개발작 성공 신화를 쓴 키메이커게임즈 이야기다.
◆경력 디자이너에서 1인 개발자로 변신한 이남원 대표
'다크소드'의 흥행 비결은 프로젝트를 혼자 시작한 키메이커게임즈 이남원 대표의 역할이 크다. 게임업계에서 10년 이상 원화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그는 첫 아이가 태어나던 날 아내에게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겠다고 말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프로그래머가 아닌 디자이너 출신입니다. 원화 디자이너로 오래 근무했는데 개발 포지션에서 트렌드에 민감한 위치죠. 스스로 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다른 부분에 관심을 갖다가 나만의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개발 지식은 떨어지지만 유니티 같은 쉽고 좋은 툴이 있어서 혼자서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시작해봤습니다."
회사에 몸담던 시절 소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해 개발을 완료하고 출시까지 했으나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던 이남원 대표는 도전을 그치지 않고 퇴사한 후에도 개발을 이어갔다. 어느 정도 개발이 진척된 뒤 결과물을 개발자 커뮤니티에 공유하고 좋은 반응을 얻은 그는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다.
◆1000만 다운로드 '다크소드' 대성공…아류작까지 생겨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횡스크롤 액션에 한 획을 그은 '다크소드'다. 캐릭터와 몬스터를 그림자 처리한 실루엣 그래픽의 독특한 분위기가 스피디한 액션과 잘 어우러져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1000만 건을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다크소드'와 유사한 그래픽의 게임들이 출시되기까지 했다. 소규모 프로젝트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성공으로 이남원 대표는 후속작인 '다크소드2'까지 시장에 출시했으며 지금까지도 신작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다크소드'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서 론칭했고, 타이밍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운이 좋았던 거죠. '다크소드' 성과 덕분에 계속 차기작을 만들고 있습니다. '다크소드2'는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항상 초심을 잃지말자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인으로 회사 규모 키워…신작 '언디스트로이드' 주목
'다크소드'의 성공 이후 이남원 대표는 키메이커게임즈를 2명 규모로 키웠다. 무려 두 배(?)로 회사를 확장한 것. 키메이커게임즈는 플랫포머 액션 신작 '언디스트로이드'를 시장에 내놓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다크소드'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실루엣 그래픽과 스피디한 액션이 돋보이는 '언디스트로이드'는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2020'에서 톱20에 들 정도로 게임성을 인정받았다.
"'언디스트로이드'는 올해 안에 출시하려 하고 있습니다. 스팀에서 인기 있는 로그라이크가 가미된 플랫포머 액션게임입니다. 조작 피로도가 높은 장르지만 모바일 특성에 맞게 간략하게 만들어 편리한 조작으로도 최대한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개발 중입니다. 유사한 형태의 인기 타이틀인 '데드셀'이 모바일로 나왔지만 조금 더 가볍고 무료게임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장점으로 승부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장르 게임의 저변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오히려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디스트로이드'는 구글 플레이를 통해 체험판 플레이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남원 대표는 게임을 체험한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개발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첫 인상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조금 더 다듬고 콘텐츠 보완해서 콘솔에서 플랫포머 액션의 재미를 느낀 분들과 처음 접하는 분들 모두 만족시킬 수 있게 노력하겠다. 100%는 아니더라도 반 이상 만족시킬 수 있다면 의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여파로 이용자 만나지 못해 아쉬워
코로나19가 확산되며 게임업계에서도 오프라인 이벤트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인디게임 관련 공모전이나 행사들도 취소 혹은 연기되거나 온라인 개최로 선회하는 경우가 많다. 이남원 대표는 "이용자들이 직접 플레이하는 모습을 봐야만 캐치할 수 있는 피드백을 얻을 수 없게 돼 인디 개발사들이 특히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다.
"현장에서 봐야만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게임을 하는 분들의 표정이나 몸짓에서 얼마나 재미를 느끼는지 캐치하는 부분들이 있고, 막히는 부분이나 어려워하는 조작 같은 부분도 현장에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죠. 온라인으로 행사가 전환되면서 이용자분들을 직접 만날 수 없어 어려움이 있습니다. 댓글이나 리뷰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빨리 코로나가 종식돼 다시 여러분들과 직접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 전까지는 게임에 대한 더 많은 피드백을 주시면 저희같은 소규모 개발사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많은 댓글 부탁드리겠습니다."
◆스팀-콘솔 등 플랫폼 다변화 시도할 것
모바일게임 개발에 주력해온 키메이커게임즈의 다음 목표는 플랫폼 확장이다. PC 기반의 스팀이나 닌텐도 스위치 등 콘솔 플랫폼에 신작을 출시하겠다는 것. 이남원 대표는 "개발 중인 '언디스트로이드'부터 스팀에 출시할 계획이 있다. 추후에는 닌텐도 스위치를 비롯한 콘솔 플랫폼에도 게임을 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부분은 이남원 대표가 콘솔시장을 염두에 두게 된 데에는 아들의 영향이 가장 컸다는 것. 이남원 대표는 "아들이 게임을 좋아해서 닌텐도 스위치를 사줬는데 2인 플레이 등으로 인해 같이 해야 했다. 예전에는 닌텐도 게임의 재미를 잘 몰랐는데 계속 하다보니 재미를 알게 됐다. 아들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스위치 게임을 내고 싶은 욕심이 크다"고 설명했다.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재미 여는 열쇠 만들 것
키메이커라는 회사 이름에 대해 이남원 대표에게 물었다. 그는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열쇠를 깎겠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이남원 대표는 "게임을 만들 때 항상 조금씩 다듬어나가며 완성해나간다. 조금씩 나아지는 게임의 모습에서 성취감을 느낀다. '재미'라는 상자를 여는 열쇠를 계속 만들고 싶다. 이번에 만든 열쇠가 상자를 열면 좋겠지만 열지 못하더라도 계속 도전할 생각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10년 정도 개발에 매진한 후 이후 진로에 대해 고민해보겠다"는 이남원 대표는 "개발을 그만둔다면 산에 들어가 집을 짓고 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요즘은 개발뿐만 아니라 마케팅 등 공부해야 할 분야가 너무 많다"며 소규모 인디개발사 대표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키메이커게임즈의 신작 '언디스트로이드'가 회사의 대표작 '다크소드'를 뛰어넘는 성공을 거둔다면 이남원 대표가 조금 더 길게 개발에 매진할 수 있지 않을까.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