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개발자가 대거 포진한 엔픽셀의 첫 작품에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는데, '그랑사가'1차 CBT 버전은 훌륭한 그래픽과 방대한 스케일, 수집하는 재미와 짜릿한 액션까지 느낄 수 있는 기본기가 탄탄한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고품질 그래픽
'그랑사가'의 첫인상은 클라이언트 다운로드부터 달랐다. 2Gb에 가까운 용량을 다운로드해야 했는데 애니메이션으로 연출된 게임 설명이 배경에 출력돼 지루함을 덜어준다. 또한 기억을 잊은 미스터리 소녀 세리아드의 출생의 비밀을 암시하는 티저 영상까지 확인할 수 있어 게임 시작 전부터 기대감을 높여준다.
게임 설치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플레이에 돌입하면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고품질 그래픽의 컷신 연출이 줄지어 나와 몰입감을 높여준다. 초반 퀘스트 진행 시 컷신 연출과 성우 녹음 음성 출력으로 게임의 세계관과 주요 등장인물에 대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그랑사가'가 엔픽셀의 오리지널 IP 게임이라는 배경지식이 없는 이들이라면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IP를 가져다가 만든 게임이 아닐까 하는 오해까지 들만큼 컷신뿐만 아니라 캐릭터와 배경까지 애니메이션에서 막 뛰쳐나온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디테일하게 구현돼 있다. 스토리 전개도 매끄러우면서도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모두를 웃길 수 있을 정도의 유머까지 가미돼 있다.
◆메인 퀘스트 전체 성우 음성 녹음 실화냐?
게임의 주요 스토리는 6명의 기사단원들과 함께 시작된다. 미스터리에 쌓인 기억을 잃은 미소녀 캐릭터 세리아드의 도난당한 보석을 찾기 위한 여정 속에서 여러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놀라운 부분은 메인 퀘스트의 모든 대사를 초호화 성우진이 녹음한 음성으로 처리했다는 사실이다. 컷신이 연출되는 중요 장면뿐만 아니라 모든 메인 퀘스트에 등장하는 플레이어 캐릭터와 NPC 대사를 국내 정상급 성우진의 목소리 연기로 감상할 수 있다. 대사 진행을 자동(AUTO)으로 진행되게 해두면 게임 진행 화면이 아니라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다만 게임의 중심 스토리를 다룬 서브 퀘스트의 경우 별도 성우 음성을 지원하지는 않는다. 서브 스토리는 캐릭터가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가까운 곳에서 진행 가능한 퀘스트를 적절히 수행하면 적지 않은 보상과 경험치를 얻을 수 있으니, 성우 음성이 없다고 외면하지 말고 틈틈이 완료하면 좋다.
◆매력적인 변신 그랑웨폰…그랑소울과 탈것까지
'그랑사가'는 수집형 MMORPG다. 던전 공략 중심이 아닌(던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략 횟수 제한 등이 존재한다), 넓은 월드를 탐험하며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다만 캐릭터를 수집하는 것은 아니고(캐릭터는 기본 제공된다) 캐릭터의 무기에 해당하는 그랑웨폰과 캐릭터에 다양한 추가 능력을 더해주는 아티팩트를 수집해야 한다.
재미있는 부분은 그랑웨폰과 아티팩트가 캐릭터 카드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무기를 의인화한 다른 게임을 해본 이들은 익숙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혼란스러울 수 있는 부분. 고등급 그랑웨폰이나 아티팩트의 경우 뽑기를 통해 획득해야 하는데 어떤 캐릭터의 고등급 무기를 뽑느냐에 따라 주력 캐릭터가 달라질 수 있을 정도(기자는 탱커 캐릭터의 SSR 그랑웨폰을 획득해 전투력을 높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로 등급마다 그랑웨폰의 차이가 작지 않다.
특히 현존 최고 등급인 SSR(슈퍼 스페셜 레어?) 등급의 그랑웨폰의 경우 변신 효과까지 제공한다. 게임의 주인공인 라스의 SSR 그랑웨폰을 착용하고 변신을 발동시키면 마치 '드래곤볼Z'의 초샤이어인을 보는 듯한 화려한 이펙트가 발동된다. 그랑웨폰 스킬을 쓰면 캐릭터가 일정 시간 동안 더욱 강력해짐은 물론이다.
결국 고등급의 그랑웨폰과 아티펙트를 수집하고 성장(레벨, 한계 돌파 등)시키는 것이 '그랑사가'의 핵심일 수 있다. 거기에 요정처럼 캐릭터와 함께 하는 그랑소울과 다양한 탈것까지, 여러 요소를 수집하는 재미가 있는 MMORPG가 바로 '그랑사가'라 할 수 있다. 그랑웨폰의 경우 인연 레벨이 올라가면 저마다의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데, 게임재화 보상과 함께 그랑웨폰의 인격(?) 등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어 소소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CBT지만 방대한 볼륨! 정식 출시가 기대된다
엔픽셀은 이번 첫 CBT를 통해 에피소드 1부터 4까지의 콘텐츠를 공개했다. 에피소드1만 해도 흥미진진한 게임의 세계관과 주요 세력의 관계, 플레이어 캐릭터들의 배경과 NPC들과의 관계 설정이 진행돼,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플레이할 수 있었다.
초반부의 경우 특별한 세팅 없이 기본으로 지급되는 장비와 튜토리얼에서 주어지는 1회의 10연차 뽑기로 확보한 그랑웨폰, 아티팩트만으로도 자동전투로 손쉽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지만 에피소드2 중후반 부터는 단순 레벨업만으로 공략하기에는 난이도가 다소 높아진다. 그랑웨폰 레벨업, 장비 강화, 캐릭터 잠재력 개방 등 여러 방법을 통해(물론 뽑기를 통한 고등급 그랑웨폰과 아티팩트 확보가 가능하다면 더욱 쉽겠지만) 전투력을 높이고, 자동전투가 아닌 수동 컨트롤과 물약의 적절한 활용까지 해야만 보스들과의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
아예 스토리를 생략(스킵)하고 퀘스트 수행만 해나가는 식이 아니라면 CBT를 통해 공개된 에피소드4까지 진행하고 원활한 만렙 콘텐츠 수행이 가능해질 때까지 적어도 1개월 이상은 소요될 것 같다. 에피소드마다 중세 유럽풍의 왕국, 사막 등 다양한 배경을 감상하는 것도 게임을 즐기는 포인트. 정식 출시까지, 출시 후 업데이트 등을 통해 얼마나 더 다양하고 방대한 볼륨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될지 기대된다.
◆대전격투 게임이 울고 갈 브레이크 타임!
'그랑사가'에서 이용자들은 짜릿한 손맛도 느낄 수 있다. 기본적으로 3명의 캐릭터로 전투에 임하게 되는데 3명의 캐릭터를 자유롭게 태그해 상황에 맞는 전략적인 전투에 임할 수 있다.
거기에 보스급 상대와 대결할 때에는 3명의 캐릭터가 동시에 전투에 참여하고, 브레이크 타임을 통해 다단 콤보 공격을 시전할 수 있다. 마치 대전 격투게임에서 다단 콤보로 상대를 일격에 무찌르는 듯한 쾌감을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느낄 수 있는 것.
향후 PvP에서 실시간 대전을 지원할 경우 더욱 짜릿한 액션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일방적으로 밀리던 상황에서 한 번 기회를 잡아 변신 그랑웨폰의 브레이크 타임으로 풀피의 상대를 일격에 제압하는 그림이 '그랑사가' PvP 실시간 대전에서 연출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뽑기 의존 탈피할 요소는?
'그랑사가' 1차 CBT를 통해 콘텐츠 자체에는 합격점을 주기에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지만, 결국 뽑기가 중심인 또 하나의 RPG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지워지지 않았다. 하루 10시간, 나흘 동안만 진행된 1차 CBT였던 만큼 '그랑사가'의 모든 요소를 두루 살펴보기는 어려웠지만 뽑기가 아닌 일반 게임 진행을 통해서는 만족할만한 성능의 그랑웨폰이나 아티팩트, 장비를 획득할 수 있는 경로를 찾지 못했다.
CBT였던 탓에 무료 뽑기 기회도 많이 주어졌고 마지막 날에는 SSR 그랑웨폰을 모두 지급하는 이벤트까지 진행돼 대부분의 이용자가 변신 그랑웨폰의 성능을 감상할 수 있었지만 정식 서비스 시작 이후에는 이용자들에게 주요 캐릭터의 SSR등급 그랑웨폰 뽑기가 강요된다면 적지 않은 스트레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뽑기 진행에 따라 게이지가 차고 게이지를 모두 채울 경우 고등급 확정 획득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라이트 이용자들이 반길 혜택은 아닐 것 같다. 정식 출시 버전에서 뽑기 외에 고등급 그랑웨폰이나 아티팩트를 획득할 수 있는 경로가 추가된다면 이용자들의 뽑기 스트레스도 한결 완화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