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게임중독법' 이슈가 불거졌을 때와는 상황이 사뭇 다릅니다. 그때만 해도 '게임이 중독물질'이라는 일부 정치인들과 의료계 인사들의 공격에 이용자들이 적극 반론에 나서기도 했지만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게임업체의 입장을 지지하는 이들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현저히 낮은 확률의 뽑기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하며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국내 게임업체들은 확률과 관련된 미숙한 운영까지 보여 이용자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자율규제를 이유로 정치권의 확률형 아이템 관련 법조항 마련 난색을 표하기도 했으나 자율규제 관련 기구 출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단순 확률 공개 권장에 그치고 있는 상황에서 명분이 부족합니다. 영리 추구를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매출과 직결되는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범위에 대한 규제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얼마나 낮은 확률을 게임에 적용했는지를 이용자 연령등급과 연계해 청소년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나 특정 수치 이하의 확률이 적용된 게임에 한해 확률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 장치 마련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일정 범위의 확률이 적용된 게임의 경우 서비스사에서 임의로 확률을 변경할 수 없게 하는 조항, 1회 시도 금액과 확률을 계산해 특정 아이템을 얻기까지 예상되는 소요 금액에 제한을 두는 등의 조항도 고려해봐야 할 것입니다.
유료 판매가 아닌 게임재화를 통해 시도하는 강화나 제작 등의 확률에 대한 규정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최근 문제가 된 '컴플리트 가챠' 등도 관련 규정을 명확히 마련해야 확률과 관련된 잡음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확률형 과금 모델이 적용되지 않은 게임에 대해서는 인증 마크를 부여하거나 기업에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 시대를 맞아 단순히 법률 준수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는 전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언젠가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이 적용된 게임은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에서 새로운 IP의 신작을 더 많이 개발하기 위해 나서야 할 때입니다. 차세대 콘솔과 여러 플랫폼을 아우르는 크로스 플레이, 디바이스의 한계를 넘어서 많은 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게임, VR/AR 등 새로 도전할 만한 시장은 여전히 넓습니다.
국내 게임업계가 이번 확률 규제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장기적인 개발력 강화에 나서기를 희망합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