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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각성자, F급으로 회귀하다] 2화

[SSS급 각성자, F급으로 회귀하다] 2화
[데일리게임]


2. 황야의 만남 (1)

거주 구역은 MGF의 영역.

그렇기에 치안이 좋았지만,

통제도 철저했다.

계단탑 출입 기록은 당연할 것이고, 비싼 통행세도 받았다.

건기가 황야의 계단탑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그 기록 때문이었다.

최대한 자신의 기록을 최소화시켜야 안전했다.

“헥, 헥. 아이고!”

지금의 건기는 일반인보다 약한 수준.

그의 얼굴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2층 도착.

“좋았어!”

건기는 곧장 3층으로 가는 계단탑으로 향했다.

3, 4, 5, 6, 7, 8, 9.

그리고 대망의 10층 도착.

건기는 10층에 올라서고 나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몇 시간을 걸은 탓에 건기의 다리는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하악, 하악.”

건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시원하게 땀을 흘렸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생수병을 꺼내 단번에 들이켰다.

부둣가에서 받아 온 짐의 대부분은 물과 식량 등 생존에 필요한 필수품이었다.

“크아아아!”

짧은 휴식 종료.

건기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마음 같아선 1초라도 빨리 목적지로 향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다리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

때문에 천천히 걷는 것으로 합의를 봐야 했다.

“후우.”

저 멀리.

피어오르는 거대한 연기.

황야에서 대규모로 모닥불을 피울 만한 장소는 정해져 있었다.

방향을 잡은 이상 머뭇거릴 틈은 없었다.

건기는 연기를 쫓았다.

지겹도록 광활한 황야.

건기는 이곳이 ‘내부’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번이나 이가 갈리고 욕이 나왔다.

도착한 곳은 작은 언덕.

건기는 그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스무 명 정도 되는 광부.

그들은 채굴을 하고 있었다.

“하아!”

드디어 수정산 도착.

거대한 광물 덩어리는 천장의 조명을 받아 분홍빛으로 번쩍였다.

건기는 언덕을 내려갔다.

그리고 광부들과 멀찍이 떨어진 지점에 자리를 잡았다.

“핫, 차!”

건기는 인벤토리에서 곡괭이를 꺼내 수정산을 찍었다.

둔탁한 굉음.

그와 동시에 부스러기가 튀었다.

겉보기엔 분홍 수정처럼 생긴 광물 덩어리.

그 자체만으로는 그다지 가치가 없었고,

진짜 가치를 지닌 것은 그 안에 든 내용물이었다.

채굴 시작 10분 경과.

수정 조각과 부스러기.

그리고 그 속에 박혀 있던 작은 유리구슬 몇 개가 곡괭이질에 튕겨 땅바닥을 굴렀다.

건기는 즉시 곡괭이를 내려놓고는 얼른 구슬을 주웠다.

“좋아. 나오기 시작했어!”

회귀 후 첫 채굴.

건기는 구슬 하나를 손가락으로 집어 자세히 들여다봤다.

유리구슬 같은 구체 속에는 숫자 ‘10’이란 무늬가 있었다.

일명 ‘구슬.’

이건 숫자 10이 쓰여 있으니,

‘10번 구슬’이었다.

구슬은 바깥세상으로 보내져 여러 원소로 변환되거나,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등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했다.

바깥세상의 자원이 고갈되어 가는 와중이기에 구슬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MGF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정산은 황야에서 무작위로 솟아오르는 것.

생성 한계를 알 수 없는,

그야말로 무한한 자원이었다.

건기는 인벤토리에 구슬을 넣고 계속 곡괭이질을 이어 갔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목적은 구슬을 깨서 빚을 갚는 게 아니었다.

이렇게 캐내는 일만 성실하게 하면, 빚을 다 갚는 데만 반 년 이상이 걸릴 터였다.

그는 돈을 벌 진짜 기회를 기다리며 묵묵히 광부 흉내를 냈다.

처음엔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휘청거리던 곡괭이질도 점차 스탯이 오르면서 안정적으로 변했다.

[근력이 올랐습니다.]

[근력이 올랐습니다.]

[순발력이 올랐습니다.]

[순발력이 올랐습니다.]

[지구력이 올랐습니다.]

[지구력이 올랐습니다.]

[등급이 올랐습니다.]

***

[등급 : E]

[근력 : D] [순발력 : D]

[지구력 : D] [지력 : A]

[스킬 : 없음]

***

“후우.”

얼마나 캤을까.

건기는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고는 채굴을 중단했다.

24시간 내내 대낮인 마탑 내부에서 활동량 조절은 필수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이보게!”

흠칫.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건기는 여차하면 휘두를 생각으로 곡괭이를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뭐죠?”

건기에게 다가온 사람은 전신이 흙투성이인 노인.

건기는 그가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봤다.

전생의 인연.

한낱 광부였지만,

그는 건기에게 구슬을 제공해 주던 인물이었다.

에너지원인 동시에 신소재로도 활용 가능한 구슬의 특성상 질 좋은 구슬을 공급받는 것은 전력을 정비하는 데 매우 중요했다.

사실상 그는 건기가 100층을 오르는 데 도움을 준 조력자였다.

재미있는 점은 꽤 가깝게 지낸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노인을 그냥 ‘영감님’이라 부르며 끝까지 본명을 몰랐다.

“당신은……!”

“지, 진정하게. 괜찮다면 이것 좀 들지 않겠나?”

노인의 손에는 스테인리스 컵이 들려 있었다.

건기는 그에 대한 경계심을 풀면서 컵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한번 먹어 보게. 맛이 꽤 괜찮을 게야. 우린 저쪽에 모닥불을 피우고 있으니, 부족하면 찾아오게.”

오지랖, 혹은 인심.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건기는 노인이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 그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후우.”

노인이 사라지고,

건기는 곡괭이를 내려놨다.

어깨가 천근만근 무거웠다.

그는 노인이 준 컵을 든 채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컵 안에는 국물이 들어 있었다.

“뜨거워.”

건기는 힘껏 컵 안에 숨을 불어넣었다.

“후우, 후우, 후우……!”

건기는 국물이 차갑게 식은 후에야 조심스레 한 모금 홀짝였다.

“음.”

건기는 입을 쩝쩝거리며 신중하게 국물 맛을 음미했다.

“역시, 맛있어!”

국물을 원 샷.

건기는 기분 좋게 혀로 입술에 묻은 것을 핥았다.

간단한 식사 후에는 취침.

그는 인벤토리에서 침낭을 꺼내 그 자리에 펼쳤다.

그리고 손목에 찬 시계에 알람을 설정하고는 침낭 속으로 들어가 눈을 붙였다.

단 한 가지 눈치채지 못한 건,

처음 건기가 서 있던 언덕 위에 엎드린 채 그를 감시하는 미행자의 시선이었다.

보라색 눈동자는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건기를 훔쳐봤다.

***

꿈속.

그것은 분명 꿈이었다.

건기는 이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꿈속에 빠져 있었다.

알몸으로 침대에 누운 상황.

함께 있는 상대는 은발의 여인.

물론 그녀도 알몸이었다.

건기는 그녀와 시답지 않은 대화를 나눴다.

낄낄거리던 시간들.

그는 익숙함과 동시에 그리움을 느꼈다.

“카넬레.”

카넬레.

그것이 연인의 이름이었다.

그녀는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

“나랑…….”

건기는 말끝을 흐렸다.

그는 태어나서 가장 최고로 가슴이 두근거려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의 이상을 눈치챈 카넬레도 뭔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에게 물었다.

“‘나랑’ 뭐?”

“나랑…… 같이…… 갈래?”

건기는 머쓱하게 말을 돌렸다.

그는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대답을 기다렸다.

“난…….”

처음엔 기쁨.

다음엔 혼란.

마지막엔 슬픔.

건기는 카넬레의 눈을 통해 그녀의 모든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녀의 거절을 기다렸다.

“미안. 난 오빠를 홀로 남겨 둘 수 없어. 나마저 없으면, 오빠는 정말 혼자가 되거든. 미안해.”

“괜찮아. 이해해.”

거짓말.

건기는 조금도 카넬레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머리론 이해할지 몰라도,

가슴은 그렇지 않았다.

마구 따지고 싶었다.

“어차피 나중에는 MGF랑 마찰을 빚을지도 몰라. 그럼 너도 곤란해지겠지. 괜찮아.”

결국 자신은 혼자.

건기는 그렇게 체념했다.

“아니야. 난…….”

카넬레는 무어라 말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으아아악!”

알람을 집어삼키는 비명 소리.

건기는 짜증난 상태로 깨어났다.

그는 겁에 질린 비명과 죽음의 단말마 정도는 간단히 구별할 수 있었다.

“젠장.”

보통 사람이라면 다급할 상황.

그러나 건기는 그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일단 그는 인벤토리에서 페트병을 꺼냈다.

그리고 안에 든 생수를 머리에 부었다.

“푸우우우!”

그것으로 세면 끝.

침낭을 인벤토리에 정리하고,

다음은 아침 식사 차례.

건기는 건빵을 한 움큼 쥔 채 하나씩 집어먹었다.

“강도라도 왔나?”

기다리던 기회.

건기는 소리가 난 곳으로 갔다.

커다란 모닥불.

그곳을 중심으로 10여 구의 시체가 있었다.

다들 고통스럽게 얼굴이 일그러진 상태였다.

“고문당했어.”

건기는 시체들을 훑어보며, 쓸 만한 물건을 찾았다.

“쳇, 알뜰하게도 털어 갔네.”

시체 외에 남은 게 없었다.

심지어 채굴 도구까지.

건기의 눈에 저 멀리,

누군가 쓰러진 게 보였다.

살아 있는지, 움찔거리고 있었다.

“미끼?”

건기는 쓰러진 사람을 중점으로 주변 지형을 살폈다.

모두 다 평탄한 지대.

매복이나, 기습은 힘들었다.

건기는 쓰러진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코앞까지 가서야 그자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어제 국물을 나눠 준 노인이었다.

“영감님!”

건기는 노인을 부축했다.

그리고 생수병을 꺼내 내밀었다.

그러나 노인은 이미 물을 삼킬 수 없는 상태였다.

“가, 강도들이…….”

“알고 있어요.”

건기는 필요 이상으로 말하지 않았다.

“다, 다…… 뺏겼어…….”

“…….”

“마을에…… 손자가…… 기다려…….”

“알아요! 영감님, 말씀을 아끼세요. 지금은…….”

건기는 입을 다물었다.

그의 손을 붙잡은 노인의 손.

그 쭈글쭈글한 손아귀의 힘.

그는 그 힘에 깜짝 놀랐다.

그것은 마지막 불씨.

생명이 지닌 최후의 의지.

아우성치는 인생의 결의였다.

“위……윌리……한테…… 미, 미…….”

그것으로 끝.

참으로 허무한 유언이었다.

미약한 육체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노인은 숨을 거두었다.

건기는 그를 다른 시체들과 함께 수정산 앞에 묻었다.

‘윌리한테 미안하다고 전해 줘.’

노인이 미처 다 하지 못한 유언.

건기는 그의 눈빛으로 그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후우. 미치겠네.”

윌리.

좋으나, 싫으나 기억하게 된 이름이었다.

건기는 인벤토리에서 스테인리스 컵을 꺼내 뚫어지게 쳐다봤다.

“후우.”

건기는 컵을 만지작거리다가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혀를 쭉 내밀어서 입술을 핥았다.

어젯밤 느꼈던 맛있는 국물의 풍미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하는 수 없지. 빚이 있으니까…….”

스킬도 없이, 스탯도 없이.

건기는 첫 싸움에 나섰다.

그는 수정산에서 쭉 이어진 피 묻은 발자국을 쫓았다.

황야에 찍힌 발자국은 바람이 불기 전까지는 지문처럼 확실하게 남아 있었다.

“10층이면 D급 범죄자이려나? 아니면 그 이상인데, 아래층으로 내려온 쫄보들일 수도 있겠지.”

스탯창에 기록된 등급에 따라 수배됐을 때의 현상금도 크게 달라진다.

그것이 MGF의 정책.

등급이 높을수록 더 강한 스탯과 스킬을 가졌단 증거였다.

인간이 거주하는 층은 1층부터 80층까지.

당연히 높은 층에 거주할수록 상류층이었다.

때문에 범죄자의 분포도 층수에 비례하는 감이 있었다.

덕분에 상층의 경쟁에서 쫓겨난 패배자들이 하층으로 내려와 지배자 노릇을 하기도 했다.

건기는 발자국을 따라 꽤 오랫동안 걸었다.

그리고 커다란 흙산을 둘러싼 갈대밭에 도착했다.

물이 생성되지 않는 마탑 내에서 유일하게 자생하는 토종 식물인 ‘모래갈대’였다.

건기는 바짝 몸을 낮추어 모래갈대 사이에 숨어들었다.

그리고 발뒤꿈치를 들고 자신의 기척을 지우려 했다.

스탯이나 스킬과는 별개로 건기 자신이 몸으로 익힌 기술.

그렇기에 별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실제로 미행자의 기척을 감지하거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전생과 똑같았다.

그러나 뒤꿈치를 드는 순간, 그는 놀라고 말았다.

“젠장.”

기술이란 머리가 아니라 몸이 외우는 것.

때문에 아무리 이론을 알고 있어도 초기화된 지금의 육체로는 당장 사용할 수 없었다.

곧바로 포기.

“정말 되는 일이 없네.”

그때 건기가 있던 곳 뒤에서부터 바람이 불어와 갈대밭 전체를 흔들었다.

행운.

생각지도 못한 기회.

건기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엉금엉금 기어서 앞으로 나아갔다.

기어가는 소리는 사방에서 갈대가 흔들리는 소리에 묻혔다.

“하아아암.”

흙산 앞 갈대밭 속.

거기에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한 명은 근육질의 청년.

다른 한 명은 비쩍 마른 중년.

두 사람의 몸에서 풍겨 오는 피 냄새가 건기의 코를 찔렀다.

둘 바로 뒤.

길이 60cm 정도의 노멀소드.

두 자루의 검날에 피가 엉겨 붙어 있었다.

건기는 검 두 자루를 몰래 집어 들었다.

그리고 슥 검날을 두 사람의 목에 갖다 댔다.

“뭐, 뭐야?”

두 사람의 행동이 일시 정지.

둘은 건기와 자신들의 목에 닿은 검날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리고 그 검이 자신들의 것이었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누구냐, 넌?”

개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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