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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각성자, F급으로 회귀하다] 10화

[SSS급 각성자, F급으로 회귀하다] 10화
[데일리게임]
10. 다섯 악당 (4)

***

공동묘지.

비명 소리를 들은 파이브와 로스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잡으러 가시죠!”

로스는 펄쩍 뛰면서 금방이라도 뛰어갈 기세로 말했다.

그러나 파이브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거기 너, 그리고 너.”

파이브는 부하 둘을 가리켰다.

“로스를 따라가. 나머지는 따로 시킬 일이 있어.”

로스는 파이브의 지시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건기에게 총공격을 하는 것보다 더 우선시할 일이 있나?’

그런 의문이 드는 게 당연했다.

“겨, 겨우 저희 셋이서요?”

로스는 떨떠름하게 파이브에게 물었다.

그러자 파이브는 인벤토리에서 동전을 꺼내 튕겼다.

빙그르르.

그의 손에 떨어진 동전의 앞면은 흰색이었다.

“운이 좋네.”

“예? 운이 좋다니요?”

파이브는 되묻는 로스를 보며 피식 웃었다.

“입 닥치고 가서 이건기나 잡아 와. 한 번 더 튕기기 전에…….”

오싹.

로스는 방금 전 동전 튕기기를 이해했다.

더 이상의 의문은 금물.

그는 부하 둘과 함께 도망치듯 뛰어갔다.

파이브는 한 묘비 위에 걸터앉아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이건기는 쫓을 거 없어. 가서 꼬맹이를 잡아 와.”

“알겠습니다.”

파이브는 홀로 남아 유유히 마을을 구경했다.

쉴 새 없이 들리는 소음.

피어오르는 거대한 불.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야말로 한 편의 공연 같았다.

“응?”

뒤에서 들린 기척.

파이브는 천천히 리볼버를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총을 몇 발 쐈는지 떠올렸다.

“흠흠.”

파이브는 눈치채지 못한 척하면서 마총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그리고 기척이 자신과 가까워진 순간, 뒤로 돌면서 상대를 쐈다.

피아 식별 따윈 없었다.

“하아아앗!”

남은 장탄수를 모두 발사.

하지만 상대는 광선을 모두 피해서 휘리릭 파이브의 목에 장검을 겨눴다.

파이브는 순순히 리볼버를 떨어뜨리며 양손을 들어 올렸다.

“넌 누구지?”

처음 보는 상대.

이건기일 수도 있었지만,

직감상 절대 이건기는 아니란 사실을 느꼈다.

파이브는 이건기도, 파이톤도 아닌 제3 자의 등장에 당황했다.

상대는 딱 두 마디만 말했다.

“이건기의 동료다.”

상대는 파이브의 목을 가볍게 베어 냈다.

깔끔하게 잘린 파이브의 머리는 데구르르 굴러갔다.

그리고 존과 김촌상이 든 관이 묻힌 구덩이에 떨어졌다.

미인이라고 불릴 중성적 외모.

긴 흑발.

잘린 양쪽 귀.

그리고 ‘보라색’ 눈동자.

미행자는 머리가 떨어진 구덩이를 쳐다보다가 조용히 옆으로 움직였다.

슉.

그의 뒤에서 단검이 날아와 옆머리를 베면서 빗나갔다.

“히히히!”

등 뒤에서 들린 웃음소리.

미행자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양손에 단검을 든 파이톤을 쳐다봤다.

“파이브를 건드리다니, 너도 이건기처럼 죽고 싶은 거냐?”

“봤구나.”

미행자의 얼굴은 평온 그 자체.

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말에 파이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살아 돌아갈 생각은 하지마라.”

미행자는 장검을 겨누며 여차하면 덤벼들 기세를 보였다.

그러자 파이톤은 코웃음을 치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스탯도핑!”

***

건기와 태구는 샷건으로 부하들을 쏴죽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두 사람의 목표는 윌리가 살고 있는 집.

그러나 이상하게도 부하들은 두 사람을 막기는커녕 도망치듯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불길한데?”

건기는 탄창을 갈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윌리의 집에 들어갔을 때 그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젠장!”

집은 텅 비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 사람이 있었는지,

화로 위 주전자의 주둥이에서 새하얀 김이 펄펄 나오고 있었다.

건기는 주전자의 손잡이를 잡아 나무 탁자 위 행주 위에 내려놨다.

그리고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바깥으로 나갔다.

“거, 건기야!”

태구가 벌벌 떨며 앞을 가리켰다.

마총을 든 세 사람.

바로 로스와 부하 둘이었다.

“쏴라!”

로스의 호령에 부하 둘이 그와 함께 방아쇠를 당겼다.

건기와 태구는 다시 윌리의 집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쨍그랑.

창문을 부수며 광선들이 집 안으로 날아들었다.

건기는 문 바로 옆, 태구는 창문 아래 몸을 밀착시켰다.

“어, 어떻게 하지?”

태구는 겁에 질려서 물었다.

건기는 그런 그를 보며 검지를 입술에 붙였다.

“아, 알았어. 닥치라는 거지? 그치만…… 너무 무서워서 좀 지껄여야 살 것 같단 말이야.”

“쉿!”

광선들은 창문으로 집중됐다.

태구의 목소리가 바깥까지 들렸기 때문이다.

건기는 그것을 보고는 입술에서 검지를 떼며 태구에게 말했다.

“아저씨, 더 크게 말해요! 마음껏 소리쳐요, 아무거나!”

“뭐?”

태구는 무서운데다가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건기는 과도하게 그를 자극했다.

“우린 다 죽을 거예요. 그러니까 질질 짜세요. 열심히 쳐 울면 녀석들이 봐줄지도 몰라요.”

“그, 그럴까?”

태구는 눈물샘을 개방.

엉엉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

“아이고, 아이고! 여기서 죽는구나! 아이고, 여보! 아이고, 원희야! 왜 날 팔았니? 빚 갚는 게 나보다 더 중요했니? 그래도 보고 싶다!”

건기는 본의 아니게 태구의 과거를 알아 버렸다.

그러나 지금은 그보단 뒤쪽 창문을 열고 몰래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었다.

바깥으로 나가고, 그는 집 모퉁이에 기댄 채 고개를 내밀었다.

“좋았어.”

바깥의 셋은 창문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건기는 후다닥 모퉁이를 나갔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겨 한 방에 셋을 맞췄다.

펑.

확산된 광선은 경쾌하게 날아가 세 악당을 집어삼켰다.

그러나 세 번째 적이 쓰러지기 전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에 경련이 일어났다.

“크윽!”

왼팔에 광선이 명중.

건기는 죽은 놈이 쏜 광선에 맞았단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그는 일단 응급조치를 한 뒤 집 안으로 돌아갔다.

“우린 다 죽을 거야! 우린……!”

태구는 아직도 우는 중.

건기는 오른손으로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구급상자를 꺼내 응급처치를 했다.

“우린 안 죽어요. 그러니까 입 닥치고 따라와요.”

“아, 알았어.”

두 사람은 저택을 빠져나와 마을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곧 마을 내 부하들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어디 갔지?”

건기는 혼잣말을 함과 동시에 멀리 있는 공동묘지를 쳐다봤다.

“설마……!”

사라진 윌리.

사라진 부하들.

공동묘지의 존.

건기의 머릿속에 불길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두 사람은 서둘러 마을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공동묘지에 도착하기 직전, 건기는 태구를 떼어 놓고 혼자 전진했다.

“안녕?”

파이톤.

피투성이의 그가 부하들과 함께 서서 건기와 태구를 맞이했다.

부하들은 윌리를 인질로 잡고 있었다.

“또 만났네?”

파이톤은 퉷 하고 침을 뱉었다.

그가 뱉은 침에는 선명하게 붉은 피가 섞여 있었다.

건기는 냉정하게 그의 상태를 살폈다.

그가 뒤집어쓴 피의 절반은 타인, 나머지 절반은 본인의 것.

즉, 현재 파이톤은 상당한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

물론 지금의 상태에서도 사람 한둘쯤은 가볍게 죽일 수 있었다.

“누구한테 얻어터졌냐?”

건기는 일부러 파이톤을 도발하기 위해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러자 파이톤은 단검을 들어 윌리를 겨눴다.

“입조심하시지 그래? 이 애가 잘못되면 어쩌려고?”

“옐로우 클랜 놈들은 할일이 어지간히 없는 거냐? 도대체 리치가 갖고 있던 물건이 뭐길래 이렇게까지 지랄이야? 엉?”

“나야 모르지. 그냥 네가 우리 보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게 중요한 거고, 그런 널 죽이면 내가 간부로 승진할 수 있단 사실이 더 중요한 거야!”

“옐로우 클랜 보스면, 교수?”

교수.

그것이 본명인지, 별명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저 그가 3대부 중 하나인 옐로우 클랜의 보스란 사실.

그것만이 중요했다.

“그래, 맞아.”

파이톤은 혀를 쭉 내밀어서 단검의 날에 묻은 피를 핥았다.

“어쨌든 나로선 파이브가 나가떨어진 지금의 기회를 놓칠 수 없거든. 히히히!”

파이톤은 손을 들었다.

그러자 부하들 중 마총을 가진 이들이 일제히 건기를 겨눴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 있어?”

“어차피 내가 죽는 건 확정이니까, 아이는 보내 주는 게 어때?”

“그게 마지막 소원이라면 들어줘야겠지? 좋아.”

파이톤은 손을 내리고 고갯짓으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의외로 순순히 부하들은 윌리를 풀어 줬다.

그러나 부하들의 손에서 풀어지자마자, 윌리는 제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이 녀석, 목발 없이는 걷지도 못하는 다리병신인 거 아냐?”

건기는 윌리가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는 것을 보며 다소 당황했다.

그러나 더욱 차갑게 얼굴을 굳히며 윌리에게 말했다.

“직접 기어서라도 가. 너 보살펴 줄 여유 없어.”

건기와 악당들.

어느 쪽도 움직일 수 없었다.

한 명이라도 움직이는 순간,

피바람이 불 것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윌리는 울먹이면서 두 팔로 몸을 끌었다.

그리고 자신을 쳐다보는 악당들의 비웃음을 뒤로 하고는 공동묘지를 떠났다.

“이제 됐지?”

“그럼.”

건기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우선 손에 든 샷건을 발 옆에 잘 내려놓았다.

그런 다음 인벤토리에서 노멀소드를 꺼내들었다.

“하하하! 뭐야? 광선이라도 막아 보려고? 재밌겠는데?”

파이톤은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그가 손을 휘저어 지시를 내리기 전에 건기가 먼저 손을 들어서 휘저었다.

“지금!”

팡.

멀리서 광선이 날아와 파이톤 바로 옆 부하의 복부에 박혔다.

“젠장, 에임 수준하고는…….”

건기는 혀를 찼다.

그리고 발로 땅을 걷어차서 내려놓았던 샷건을 위로 띄웠다.

“하앗!”

건기는 샷건을 멋지게 캐치.

그와 동시에 그를 노리고 부하들이 방아쇠를 당겼다.

팡팡팡.

그는 앞에서 날아드는 광선을 피해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오른손에 든 샷건을 발사했다.

한 손이기에 반동을 감당할 수 없었지만, 어차피 지근거리에서는 조준도 할 필요 없었다.

“크윽!”

파이톤은 재빨리 부하 하나를 잡아서 자신의 앞에 세웠다.

그 순간, 건기가 쏜 광선이 날아와 그 부하를 뒤덮었다.

“커어어억!”

광선으로 벌집이 된 부하는 피를 토하며 뻐끔뻐끔댔다.

파이톤은 그를 계속 고기방패로 쓰면서 손에 든 단검을 투척했다.

“윽!”

건기는 옆으로 몸이 날아가는 와중에 왼쪽 다리에 단검이 깊숙이 박히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몸이 공중에 뜬 그 짧은 시간, 방아쇠를 당겨 부하 넷을 쓰러뜨리는 데 성공했다.

나머지 부하들은 멀리서 저격을 한 태구의 광선에 쓰러졌다.

그런 태구의 지원 덕에 파이톤 일당은 바로 코앞에 있는 건기에게 달려들지 못했다.

“죽어라!”

파이톤은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꺼내 계속 건기에게 던졌다.

건기는 왼쪽 다리에 단검이 박힌 상태에서 몸을 굴려서 겨우 공격을 피했다.

“빌어먹을.”

건기는 입에 들어온 흙을 퉷 하고 뱉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무덤 뒤에 숨었다.

“크으으윽!”

건기는 다리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에 미간을 찌푸렸다.

마음 같아선 속 시원하게 뽑아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뽑는 순간, 대량 출혈이 일어날 터.

그러면 더 이상 싸울 수 없었다.

“A급이어서 그런지, 잔챙이랑 다르긴 하네.”

건기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바로 파이톤의 스킬.

간신히 교착 상태를 유지할 뿐, 형세는 건기에게 불리했다.

만약 여기서 파이톤의 스킬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건기의 패배는 확정적이었다.

“썬더 블레이드나, 이터널 베인 중에 하나만 있었다면…….”

건기는 혀를 차면서 샷건의 관형 탄창을 확인했다.

이미 무게로 예감했지만,

탄창은 텅 비어 있었다.

그는 인벤토리를 열어 샷건을 집어넣고, 적에게 뺏은 리볼버를 꺼냈다.

리볼버의 회전 탄창을 확인.

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건기는 인벤토리에서 마지막 남은 구슬을 꺼냈다.

구슬의 숫자는 5번.

탄환도 5발인 셈이었다.

그 사이, 멀리서 날아오던 태구의 광선이 멎었다.

아무래도 사전에 나눠 준 구슬을 다 쓴 모양이었다.

“히히히!”

지원사격의 중단.

건기의 귀에 파이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남은 적은 여덟.

장탄 수보다 훨씬 많았다.

“가서 죽여!”

파이톤의 호령.

그는 쾌감을 느끼듯 흐느끼며 소리쳤다.

부하들은 그의 외침에 서서히 건기에게 접근했다.

몇몇은 죽은 동료가 떨어뜨린 마총을 집기도 했다.

개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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